[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12] 시카고 - The Windy City


[13] 워싱턴 DC: 미합중국의 심장


그렇게 미드웨이 공항을 떠난 사우스웨스트 737-700은 2시간도 안 되어



DC 레이건 공항에 도착. 저게 사실상 공항 터미널의 전부라 전반적으로 되게 아담한 느낌이에요. 

일반인이 국내선으로 워싱턴 DC에 오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거의 모든 국제선 (서울발 포함)이 발착하는 워싱턴 서쪽의 덜레스 공항 (IAD)으로 가는 국내선을 타는 안이고, 사우스웨스트를 타면 워싱턴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중간쯤에 있는 볼티모어-워싱턴 공항 (BWI)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레이건 공항 (DCA)은 DC에서 가장 가까운데 공항이 가장 작은데다 어프로치 경로가 DC 옆 포토맥 강으로 흐는 기묘한 경로인데다 (국가보안상의 문제 때문인데, 특히 9/11 이후 더욱 강화) DC에서 반경 1000마일 밖에선 LA 같은 경우 아니면 취항이 안 되는 등 제한이 많은지라 가장 적은 항공편이 착발. 그럼에도 제가 시카고에서 여기로 오는 걸 택한 건 

1) 스케줄에 맞는 항공편 중 가장 싸서

2) 나머지 공항에서 DC 들어가려면 꽤나 절차가 복잡한데, DCA는 그런 거 없이 워싱턴 DC 지하철이 바로 들어갑니다... 


암튼 잡설이 길었는데



한국의 티머니처럼 DC 내에선 SmarTrip이라는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특히 지하로 가는 워싱턴 실내 구간은 늘 선입견으로 보던 미국 지하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했습니다. 특히 전날 시카고 전철, 이후 보스턴과 뉴욕 지하철을 각각 타 보니까 더더욱 체감되더군요. 시애틀 경전철이랑은 또 다른 방향의 깔끔함이랄까... 



공항 보안검색대 거의 바로 앞에서 영화 터미널을 찍은 여파로 숙소에서 잠시 수면을 취하고 다시 워싱턴 DC로 나오니 가장 먼저 반기는 건물은 다름 아닌 백악관이군요. 저 때는 트럼프가 아직 저 자리에 있던 시절... 



옆에 있는 고풍스러운, 어쩌면 더 대통령 집무실 같은 건물은 부통령 집무실이랍니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겠다 나름 맛집이란 동네에서 라멘을 빠르게 흡입한 뒤에



웬 평범해 보이는 주택가에 멈추는데...



주택 같은 이 건물에 웬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 대사관은 아니고 주미대한제국공사관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한 구석에서 '황준헌이 조선책략에서 주장한 바에 따라 조선은 1884년 미국과 수교하였고, 이에 1889년 설치된 주미 공사관은 조선 최초의 외국 공관이었다'는 내용을 급식 시절 들은 기억이 있을 텐데, 여기가 그 건물 되겠습니다. 사실 여기가 이런 형태로 개방된 건 얼마 안 되었는데, 을사늑약 때 문을 닫은 뒤 주인이 몇 번 바뀌었다 다시 우리 정부가 사들여 19세기 당시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형태로 박물관처럼 개방한 게 2018년의 일입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곳이지요. 



근본 넘치는 옥새를 지나면



내부는 얼추 이렇게 생겼습니다. 모르고 오면 고급진 19세기풍 집 정도로 착각할 만한데, 그 성과와 별개로 엄연한 외교활동의 현장이었습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워싱턴 DC에서 볼 만한 곳 대부분에서 멀어서 그런지, 여기를 구경한 40분 동안 한국인은 고사하고 안내 직원 외에 사람이 저밖에 없더군요. 워싱턴 DC 가시게 되는 돚붕이 여러분은 꼭 한번쯤 가 보시길 바랍니다. 특별한 건 없지만 역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랄까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본 돚붕이는 지하철을 타고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동합니다. 



동작 국립현충원 같은 느낌이 나는, 매우 경건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그늘은 없던지라, 폭염주의보 수준의 기온에서는 둘러보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때쯤 폰 배터리가 맛이 가 숙소에서 보조배터리를 챙겨오기까지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실제로는 JFK 묘역, 팬암 103편 희생자들 추모비, 무명용사의 묘 등등 알링턴에서 볼 만한 건 나름 챙겨 봤습니다만 사진이 없는 게 참 아쉽군요.  



배터리가 나가기 직전 마짐가으로 건진 묘역. 미국 해군 원자력추진프로그램을 1980년대까지 이끈, 장장 62년을 복무하면서 오늘날의 미 해군을 만드는 데에 일조한 하이먼 리코버 옹 되시겠습니다. 핵잠수함과 원자력 추진 수상함 프로그램을 총괄했는지라 지미 카터의 선배지요. (막상 지미 카터 본인은 핵잠수함에서 근무하다 부친상을 당한 이후 조지아로 돌아가 땅콩 농장을 경영하다 대통령이 됩니다)



숙소에서 보조배터리까지 챙겼겠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더더욱 유명해진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으로 향합니다. 마침 갔던 날이 아폴로 11호 달 착륙일 근처였던지라 박물관을 비롯해 주변이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 



저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뒤로 하고 FAA 건물을 지나면 



항공우주박물관에 입-성



전반적인 전시물 대부분의 느낌: 시애틀에서 본 보잉 Museum of Flight와 매우 비슷한 느낌.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지라 보잉의 자사 제품 홍보보다는 진짜 항공우주에 방점이 맞춰진 기분. 아폴로 달 착률모둘, 소련의 IRBM (아래 짤 노란 로켓), 인류 최초로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벨 X-1 정도를 확인 가능. 



1960년대 NASA에서 극초음속 비행 테스트 해보려고 날린 X-15 실험기를 지나 더 둘러보면



린드버그가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스피릿 오브 세인트 루이스 (와 뒤에 있는 보이저 호 모조품)를 지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2'에서 주인공이 실제로 날아간 라이트 플라이어 (의 모조품 추정)가 있어요. 안에는 진짜 라이트 플라이어에 사용된 부품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역시 누가 비행이 시작된 나라 아니랄까봐... 



베르너 폰 브라운: 씨익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 근처였던지라 특별 전시가 편성되어 있었는데,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과 (사진엔 없지만) 성조기까지 있었다는 사실. 지금도 전시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 7월쯤 갔다면 우주 매니아에겐 꽤나 볼 만한 풍경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려 암스트롱의 우주복을 끝으로 스미스소니언을 나오면



시간이 지나 오후 8시가 되었는데 이제 해가 지는 미국의 DST 클라스... 휴대폰 배터리만 아니었어도 내셔널 몰 일부분은 돌아보고 갔겠지만, 다행히도 그러라고 다음날이 있으므로 모두 안심하십시다. 



워싱턴 DC 유니언 역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던 숙소 가는 길에 DC에서 나와 보스턴으로 가는 ACS-64 하나 찍어주고



신박한 컨셉의 저녁으로 워싱턴 DC 첫날 마무리하고 다음날 일정 재개! 


청와대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긴 하지만, 미국 국회의사당 등 일부 미국 연방정부 건물들은 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간상 국회의사당과 백악관 중 하나를 돌아야 해서 한참 고민하다 결국 국회로 결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간지 1년 반쯤 뒤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 일어나서 한편으로는 충격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각 공간이 반가워진 건 안 비밀... 



백악관, 자유의 여신상이나 링컨 기념관을 넘어 진정한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아닌가 싶은 건물입니다. 상하원 모두 사용하는 곳인지라 당연히 건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보다 크고... 암튼 가면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국회의사당 투어는 모두 국회의사당 동쪽 지하 Visitor Center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표 끊고 하는 모든 작업을 거칩니다. 번외로 이날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온 덕택에 원하는 시간대에 막차 탑승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나름 시간 아꼈던 기억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돔 밑에는 태권브이가 숨겨져 있다던데, 미국 국회의사당은 로툰다 (rotunda)에 그런 건 없고 "The Apotheosis of Washington"이라 해서 워싱턴이 신의 지위로 격상되는 모습을 담은 프레스코 벽화가 있습니다. 천장은 저렇고 로툰다 벽에는



미국사에서 나름 중요했던 순간들을 담은 유화들과 각 주를 상징하는 동상들이 있는데, 눈대충으로 보면 콜럼버스가 히스파니올라 섬 (지금의 아이티)에 처음 상륙하는 순간, 2달러 지폐 뒷면에도 있는 독립 선언서 서명 장면, 1781년 요크타운 전투에서 영국의 콘월리스 장군이 항복해서 미국이 독립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면 정도가 보이는군요. 동상들 대부분은 사실 National Statuary Hall과 아까 본 Visitor Center, 그리고 여기 로툰다 아래에 분산되어 있는데, 여기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동상으로는 버지니아 대표 동상으로 로버트 E. 리 장군 (무려 남부군 장군), 캔자스 대표 동상으로는 아이젠하워, 캘리포니아 대표 동상으로는 로널드 레이건이 있다는 점 정도 있겠네요. 각 주들 동상 찾아보면서 아는 이름이 나오는 지 알아보는 것 정도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투어를 열어 놨다고 해서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라, 상원 본회의장, 주요 의원실 같은 곳은 할 수 없이 지나쳤습니다... 사진은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캘리포니아 제12선거구 하원의원 낸시 펠로시 사무실 앞. 21년 1월 6일 국회 점거사태 때 폭도들이 여기 들어가려다가 저지되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군요. 



혼자서 어마무시한 금빛 존재감을 풍기던 하와이에서 보낸 동상의 주인공인, 카메하메하 국왕을 끝으로 의사당을 나와서 



국회의사당 동쪽 외관 한 장. 이때 남쪽 윙은 공사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미국 사법부의 심장격인 연방 대법원 (SCOTUS)이 있는데, 봐야 할 게 많으니 우선 지나가고



국회의사당 서쪽 면으로 돌아서 옵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보통 저 자리에서 하죠... 여담으로 저 자리에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에 항의하는 집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좀 멀리 가서야 잡힌 국회의사당 서쪽 면 전체 뷰를 뒤로 하고 서진해서



원래는 워싱턴 기념탑에 올라가서 전경을 보고 올 계획이었는데, 스파이더맨이 친구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부숴 놔서 그런 건지 2019년까지 보수 공사 때문에 문을 닫았더군요... 2020년 이후에 가신 분은 꼭 후기 부탁드립니다.



할 수 없이 전날 봤던 백악관 남쪽 면을 보고 (주로 워싱턴에 파견된 특파원들이 여기나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하죠)



워싱턴 기념탑 바로 서쪽에는 이렇게 2차대전 기념비가 있는데 둘러보고 남진해서 



내셔널 몰에 있는 기념관 중에선 나름 최근에 완성된 제퍼슨 기념관으로 향합니다. 제퍼슨 기념관 북쪽에 있는 이 Tidal Basin이라는 호수변에는 1910년 도쿄에서 기증한 벚나무들이 쭉 심어져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워싱턴 DC에 온 건 전부 여름이지만 4월쯤 봄이면 진해 군항제마냥 벚꽃 잎이 작렬한다고 합니다... 봄철에 워싱턴 DC 가시는 분들은 꼭 이 근처 들렀다 가시죠. 



Tidal Basin 호수(?)를 시계 방향으로 돌아 내려가면



제퍼슨 기념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 생긴 게 딱 샬러츠빌에 있는 버지니아 대학이랑 그 근처 제퍼슨 저택이었던 몬티첼로 판박이... 다른 기념관보다 비교적 협소한 건 맞아서 빨리 지나가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제퍼슨 기념관에서 링컨 기념관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작게 조성된 FDR 기념관 잠깐 들르고



기념관 중에서는 2012년으로, 가장 최근에 완성된 마틴 루터 킹 Jr. 기념관을 지나갑니다. 아까 지나온, 그리고 이따가 볼 다른 기념관에 비하면 엉성하다는 기분이 안 들진 않으나 (MLK의 전신상이 부조인 탓이 좀 큰 듯합니다) 나름 미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을 기념하는 기분이더군요. 



미국에서도 '잊혀진 전쟁'이라며 대부분 모르지만 한국 패키지 투어에선 무조건 집어넣는 한국전 기념관도 지나갑니다. 그때면 대부분 들어 본 적도 없었을 동방의 한 소국을 위해 멀리서 건너와 자유를 지켜 주신 데에 묵념드리고 


그리고 DC의 기념관 중 가장 유명한 축인 링컨 기념관 도착. 한쪽 벽에는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조각해 놨고, 중앙에는 링컨 대통령이 워싱턴 DC를 굽어보는 구도입니다. 그렇잖아도 생긴 게 꼭 그리스 신전 같은 것이 링컨 조각상에 웅장함을 더함과 동시에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로마의 후예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주던 곳. 



링컨이 굽어보는 뷰로 끝내면 섭하니



바로 북동쪽에 있는 베트남전 기념관 한 번 들러줍니다. 



링컨 기념관에서 포토맥 강 방면 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그' 워터게이트 호텔 (1973년에 터진 그곳과 동일한 건물, 동일한 위치) 찍고



다시 스미소니언 박물관 단지로 귀환. 창창한 오후 같아 보이겠지만 이게 오후 5시였는데, 하필이면 박물관 대부분이 오후 5시 반까지 하는지라 이 이상 보고 오기엔 무리. 지금 시점에선 박물관 한두 개를 더 보고 제퍼슨 기념관 방면으로 가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역 근처 숙소에서 짐을 챙겨 보스턴행 버스를 타면 좋았겠지만, 바로 직후에 답사 최대 위기가 발생합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서 다시 유니언 역에 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숙소 프런트에 의사소통이 심히 안 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프런트를 거의 40분 동안 막았는데, 덕분에 30분 이상 미리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짐을 챙긴 건 7시 30분의 일... 그런데 하루에 한 번 가는, 보스턴행 메가버스는 유니언 역에서 7시 35분에 출발하는지라 거의 눈앞에서 보스턴행 버스를 놓쳐버리고 말았읍니다...

시간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스턴행 버스가 거의 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야간 버스가 숙박을 겸하는지라 그날 밤 숙박까지 날아가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보조배터리는 진작 나간 상태에 휴대폰 배터리는 8%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버스도 놓쳐 버렸고, 숙박 계획도 날아갔으며, 그나마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휴대폰은 방전 직전... 유니언 역에 발이 묶인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14편 보스턴 답사기 시작하겠습니다. 


다음편 예고) 대서양으로 향하는 프리덤 트레일


워싱턴 편까지 마무리하고 이제는 진짜 대서양을 향해 나아가 이 시리즈 제목의 "From Sea to Shining Sea"를 완성하러 가보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