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12] 시카고 - The Windy City

[13] 워싱턴 DC - 미합중국의 심장


[14] 보스턴 - 미합중국의 근본


다시 워싱턴 유니언 역에 발이 묶인 돚붕이 찬호박으로 돌아오면, 하루 한 번 있는 보스턴까지 가는 버스를 놓쳤으니 대체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워싱턴에서 1박을 더 한 다음 아침에 보스턴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고, 아니면 조금 더 늦게 그날 안에 다른 버스나 열차를 잡아 출발해도 되는 부분이었습죠. 후자가 보다 경제적인지라 메가버스 다음 차선책으로 생각해 둔 Northeast Regional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오후 10시 출발, 다음날 오전 8시 도착) 당일 열차를 예매하려 드니 가장 싼 티켓도 200달러가 깨지게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일주일 전에만 예매해도 아셀라 퍼스트 클래스가 같은 경로 기준 160불 전후부터 시작)



생각 이상으로 돈이 깨질 것 같으니 철도는 일단 제쳐두고 이번엔 유니언 역에서 영화 터미널을 찍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거의 모든 여행 서적에서 비추하고 속으로도 '이건 절대 타지 말아야지' 했던 선택지가 눈을 스쳤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레이하운드 버스였는데, 기존 메가버스 (이것저것 다 합쳐서 45불 정도)와 비교해서 비싸기도 했고 아래 지도처럼




DC에서 바로 보스턴으로 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중간에 뉴욕의 포트 오소리티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몸은 고생하나 그나마 돈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었던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군요...

그레이하운드 예매를 완료한 직후 휴대폰 배터리가 나간지라 그레이하운드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만, 우려하시는 바만큼 별로이진 않습니다. 다만 선진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중교통이 별로인 나라인 미국인지라 한국의 쾌적한 (?) 고속버스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되며,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다른 버스회사 노선이 있거나 하면 곧장 그걸 타십쇼...


그레이하운드 잡설이 길었고, 의도치 않게 뉴욕을 미리 가서 버스 환승까지 해 가면서 I-95 고속도로를 아득바득 올라간 끝에



보스턴 남역 (Boston South Station)에 도착합니다. 보스턴에는 남역 외에도 북역, 백 베이 역 등 세 군데 정도의 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도심에 가까운데다 일반적으로 보스턴의 중앙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바로 여기 되겠습니다. 

보스턴 진입하면서 교통체증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보스턴에 무사히 들어온 건 참 다행인데, 3주 답사를 통틀어서 이 날 날씨가 가장 안 좋았습니다. 보스턴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반기는 것은 어마무시한 비... "Paris in the Rain" 같은 곡에서처럼 비 오는 도시가 낭만적이라지만, 워싱턴에서부터 위기를 돌파하며 온 저에겐 참 처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답사는 해야 하니 역에서 내륙 방면으로 들어가 보스턴 커먼이라는 공원으로 들어갑니다. 미국 독립전쟁 중에 영국군이 이 위치에 주둔했다 하는데, 지금은 그 흔적은 별로 없고 그냥 흔한 도시공원입니다. 



누가 필라델피아와 더불어 미국사의 발상지 아니랄까봐, 보스턴에는 미국 건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장소들이 매우 많은데, 그런 사적지들을 하나의 트레일로 엮었으니 이를 '프리덤 트레일'이라 합니다. 보스턴 구시가지에서 저런 표지가 있는 곳을 따라가면, 메사추세츠 주의사당부터 USS 컨스티튜션까지 보스턴 곳곳에 있는 사적지들을 도장깨기 하듯 볼 수 있슴다... 



다만 보스턴 차 사건 장소(보스턴 남역 근처, 지도에는 안 보임)처럼 빠진 곳도 굉장히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니 참고하십쇼... 



보스턴 커먼 바로 앞에 있는 메사추세츠 주의사당부터 시작합니다. 서해안까지 다 돌고 와서 드는 느낌이라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시청도 이것보단 크겠다...는 생각이 약간 앞서긴 했는데, 대부분의 주의사당들은 그냥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축소판 복붙한 것 같지만 여기는 다른 시도를 한 점이 보였달까... 



북동쪽으로 가서 보스턴 커먼 바로 옆 Granary Burying Ground가 Park Street Church 옆에 있는데 여기는 무려 100달러 지폐에도 등장하시는 벤자민 프랭클린 옹께서 묻히신 곳이라 합니다... 



King's Chapel과 보스턴 구시청사를 지나가고 (후자는 앞에 벤자민 프랭클린 동상 빼면 볼 거 없습니다)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 장소 중 하나인 올드 사우스 집회소 (Old South Meeting House)에 들어서려는 찰나, 웬 동상들이 있나 했는데, 다름 아니라 보스턴 아일랜드 대기근 추모비였습니다. 아일랜드 대기근 때문에 아일랜드 사람들 다수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특히 이들 중 다수가 보스턴에 정착한지라 시내 한복판에 이들을 추모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혐성국 영길리의 혐성질에 숙연... 



보스턴 차 사건이 기원한 곳인 Old South Meeting House (왼쪽)를 지나 (우리가 아는, 그 배에서 차 상자 버리는 건 여기서 모여서 항구로 간 뒤의 일) 독립선언서 낭독지이자 1770년 보스턴 학살의 장소였던 Old State House를 지나갑니다. 



이런 곳에서 영국군에 의해 잔인한 학살이 일어나 미국 혁명의 도화선을 당겼다죠. 



브루탈리즘이 돋보이는 보스턴 신 시청사 바로 앞의



퀸시 마켓으로 향합니다. 



궂은 날씨 속 점심시간이라 더더욱 몰린 인파를 뚫고



시애틀에서 제대로 못 먹고 가 한이었던 클램 차우더로 점심을 해결하러 갑니다. 보스턴에서 랍스터가 영덕 대게마냥 특산품 취급을 받는다길래 종업원의 권고 (라 쓰고 흑우라 읽음)에 따라 랍스터 롤까지 추가해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니 날씨가 아주 좋진 않지만 비는 일단 그친 상태입니다. 



이런 구시가지 주택가 속에



미국 독립전쟁 초입부 때 영국군의 침공을 미리 독립군에 알렸다는 폴 리비어 (Paul Revere)의 집이 나타납니다. 



조금 더 가면 폴 리비어의 기마상이 나타납니다. 여기 구간은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었네요. 



다시 주택가를 가로질러



드디어 대서양이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USS 컨스티튜션의 돛대도 보이네요. 



벙커힐 기념탑과 컨스티튜션은 보스턴 북쪽 찰스턴 쪽에 있어서 강을 건너갑니다. 



다시 고풍스러운 주택가를 지나서 언덕을 약간 올라가면



워싱턴 기념탑 짭(?) 같이 생긴 석조 오벨리스크가 있는데, 이게 벙커힐 기념탑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첫 전투 중 하나가 벙커힐 전투인데, 그 벙커힐이 여기인지라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잘 보이는 위치에 오벨리스크를 쌓아 놨네요. 다만 크기는 워싱턴 기념탑보다 훨씬 작은 67m로, 나름 아담한(?) 탑입니다. 



스파이더맨이 부숴 놓지 않아서 그런지 벙커힐 기념탑은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렇게 좁은 길을 타고 계단 294개만 올라가시면 됩니다! 워싱턴 기념탑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여긴 아담한 나머지 그런 게 없더군요. 

계단이 많다고 해서 올라가지 않을 순 없으니 끝까지 올라가서



드디어 저 멀리 대서양까지, 보스턴과 그 주변 시가지를 얼추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옵니다. 



기념탑에서 내려가 바다 방면으로 나아가서



USS 컨스티튜션 박물관으로 가 프리덤 트레일 여정을 마무리짓습니다. 박물관이 군항 쪽에 있는지라, 무려 1797년부터 지금까지 "현역"인, 미 해군 최고령 함선인 USS 컨스티튜션 말고도 



2차대전 당시 활약한 플레쳐급 구축함 DD-793 Cassin Young도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아이오와급 전함을 못 보고 온 것에 대한 균형이랄까... 



40밀리 보포스 대공포, 어뢰 발사관, 5인치 주포까지 월드 오브 워쉽 유저라면 반가워하거나 환장할 만한 흔적들을 지나



오늘의 진 주인공 컨스티튜션으로 향합니다. 1797년 진수된, 현재 미해군에서 가장 오래된 함선인 것과 더불어 현재도 항행이 가능한 군함 중 가장 오래된 배라고 하니, 오늘날 세계의 해양을 지배하는 미해군의 근본 중 근본입죠. 지금 거대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도 운영하는 미 해군이라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전혀 컨스티튜션이 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가 생각보다 크진 않은데, 지금이야 미국이 세계 해양을 지배하지만 200년쯤 전 해적 눈치나 보던 시절 이런 배들이 끝끝내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게 될 나라의 밑바탕을 깔았다는 걸 생각하면 심히 웅장해집니다...



컨스티튜션 갑판 위에서 바라본 보스턴의 전경을 끝으로 하선해서



아까 왔던 그대로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갑니다. 



Longwood 쪽에 있는 하버드 의대 인근에 숙소를 잡은지라 여기서 일단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일정을 소화합니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본 Longwood 단지. 하버드 의대를 포함해서 메사추세츠 약대, 터프츠 대학 등등 수많은 의약계열 학교들과 병원들이 이 단지에 밀집해 있는데, 재미있는 건 하버드 의대 수련병원인 MGH는 또 여기가 아니라 보스턴 시내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 



대학 투어를 하는 12학년 고등학생의 마음으로 잠시 돌아가 하버드 의대를 지나



지하철을 한 번 정도 환승해서 2일차의 첫 행선지인 MIT로 들어갑니다. 



처음 들어갈 때 입구를 이상한 데서 잡은지라 약간 헤매다가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본관에 도착! 



누가 MIT 아니랄까 본관 근처 건물들에는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 다수가 보입니다. 패러데이, 프랭클린, 파스퇴르, 린네...
참고로 본관 돔 안에는 아이언맨을 숨겨놓은 건 아니고



대충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본관 겸 홍보관 느낌이 물씬 나는군요. 



다 좋은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학식 (?) 먹고 더 보러 가십시다. 저게 커리였나...



물론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했던지라 바로 북서쪽으로 가서 하버드 인근에 진입합니다.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이런 구석을 지나



하버드대 캠퍼스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야드에 도착합니다. 



저기 유난히 사람들이 모여 있어 뭔가 해서 가 봤더니...



다들 존 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작거리고 있더군요. 동상의 발을 만지면 3대 안에 하버드 학생이 나온다는 미신이 있다나...



그래서 저도 만지고 왔습니다. 이러면 3대 안에 하버드 합격생이 생기겠지요... 



이후에는 무지성으로 캠퍼스를 둘러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떠날 시간이 다 되었더군요. 



그래서 급히 하버드 서점에 한 번 더 들러 기념품을 주섬주섬 챙기고, 숙소를 거쳐 부랴부랴 보스턴 남역으로 향합니다. 뉴욕으로 가는 메가버스가 오후 4시에 출발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도 3분 차이로 놓치지 않았더군요. 



보스턴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기 위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보스턴에서의 여정은 끝이 납니다. 



계속 보스턴 지하철 열차를 찍으려고 이틀 내내 노력했는데, 마지막에 보스턴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겨우 한 장 건졌습니다. 확실히 워싱턴 DC의 그것보다는 시카고나 뉴욕의 것처럼 열차에서 연륜이 느껴집니다. 


이틀치 보스턴 답사 내용을 하루 만에 우겨 넣으려다 보니 앞서 시카고 답사기나 워싱턴 DC 편처럼 굉장히 글이 길어졌습니다. 날마다 정리해 둔 사진과 자료가 애매하게 남은 탓인데, 이어질 뉴욕 편은 총 3일짜리인데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9일 동안 찍은 사진과 양이 비슷할 정도라서 하루 단위로 끊게 될 듯하네요. 때문에 앞으로 3편과 더불어, 후기와 '그때 미처 넣지 못한' B컷들을 포함한 완결편을 생각중인지라 앞으로 적어도 3편, 많으면 4편을 더 쓰고 시리즈가 끝날 듯합니다. 



(보스턴에서 출발한 지 4시간쯤 뒤) 링컨 터널 통해서 허드슨 강 건너기 직전에 찍은 (매우 많이) 흔들린 뉴욕 사진으로 보스턴 답사기를 마무리하고, 본 시리즈 마지막 행선지인 뉴욕 파트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