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영어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을때였음.

(물논 이 학원에 내 친누나도 다니고 있었음.)


학교를 마치고 태권도와 입시학원 두탕을 뛰는데

그때 뭔 바람이 불었는지 입시학원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아 시바 내일 학원비 삥쳐서 서울로 가출할거다” 고

호언 장담을 함.


친구들 세명은 전부 개소리라며

‘니가 씨발 가출해서 서울가면 내가 니 동생이다’를 시전

그래서 내가

“내일 시바 내가 학원에 안나와서 학원선생이 나에 대해 물으면 내가 집나간줄 알아라” 카운터를 날림.


다음날... 예고대로 귀가하자마자

학원비 봉투가 식탁위에 있었음

학원 가방을 전부 비우고 옷이랑 속옷 양말을 챙김.

그리고 집에 남은 과자랑 그때당시 보험회사에서 뿌리는 얇은 전국 지도책을 챙김.


아무 생각없이 집근처 서부정류장으로 감.

난 그때당시만 해도 교통에 ‘교’자도 몰랐음.

그저 대구 안에서 버스나 전철을 단거리로 타본 경험은 있지만

장거리 이동은 전부 가족이랑 다닌거 밖에 없었음.

그래서 서부정류장 가면 서울가는 버스가 있을줄 알았음.


가니까 쉬벌 서울가는건 없고 그나마 멀다 싶은게 부산이었음.

아무생각없이 부산행 버스를 탐.

그때당시 8시 출발 버스였던가 그럴꺼임.


<아무 계획 없음, 오로지 부산>


밤 10시. 부산 사상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워메 시발 어른들의 눈빛이 전부 늑대의 눈빛으로 보였음.

까딱 잘못하면 앵벌이가 될것같은 불길한 예감.

그래서 일단 터미널을 빠져나옴.


지하철 출구가 보였음.

“아 여기도 지하철이 있구나”

일단 탔음.

서면쪽으로 가는데

아 맞다 부산에 외삼촌 두분이 사신다는걸 기억해냄.

게다가 큰외삼촌집이 장림동 무슨아파트

몇동 몇호였다는걸 기억해냄.

(무려 가출 몇달전에 방문...)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무 계획 없음>

진짜 아무생각 없이 2호선타고 서면까지 오게됨.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아무나 붙잡고 물었음

“장림동 어떠케 가여?”

어떤 아줌마가 1호선 타고 신평까지 가라고 해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함...이때가 거의 11시였음.

1호선 서면역 내려가니까 신평행 막차 ㄷㄷㄷ


우여곡절끝에 신평역에 내림.

또 물어봄

“장림동 XX아파트 어떠케 가여?”

마을버스 X번을 타란다.(기억이 안남...)

그래서 마을버스를 탔는데 이게 또 막차....

그래서 장림동 모 아파트를 가긴 갔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차마 들어가질 못하겠더라.

그래서 아파트 옆 작은 슈퍼에 들어가서

건빵세봉지랑 물을 두병을 삼.

배가고파 허겁지겁 먹고있는데

아파트 입구 경비아저씨가 다가옴.


누군데 여기서 이러고 있냐

집은 어디냐

묻길래

아무 생각없이 외삼촌네 집을 찾아왔다고 했음.

그래서 몇동 몇호에 사는 OOO씨 조카라고까지 얘길 해버렸음.


바로 외숙모가 내려와서 등짝스매싱.

외숙모 집에 가자마자 엄마한테 전화를 거는데


우리집에선 이미 난리가 나서

달서경찰서에 실종신고까지 내고

근처 시장에서부터 학원, 태권도, 학교 할것없이

전부 나의 실종에 대해 소문이 나있었음...


다음날

엄마가 차를 직접 몰고 부산 외삼촌집을 내려옴.

엄마한테 또 등짝스매싱.


암튼 난 그날부로 우리집 ‘아들’에서 호칭이 ‘개놈새끼’로 변했음.

이 ‘개놈새끼’ 호칭은 군대 제대하고 나서까지도 달고있었음.


그리고 다음날 학교를 갔는데

아이들 앞에서 당시 담임선생(남자, 게다가 초임)에게

체벌이란 이름으로 따귀에 발길질등 폭행을 당하고

1교시 시작도 하기 전에

나는 또 열이받아 가방도 놔둔채 집으로 귀가.

집에서도 체벌이란 이름의 가정폭력을 당함.


그일로 학원과 태권도도 그만둠

난 그저 개새끼가 되었을 뿐...

게다가 몇명없는 친구들 마저 다 끊겨

인터네셔널 왕따가 되었다.


*


아 시발 결말이 좃같은데

진짜 저게 사실임.

개패듯이 뚜드려맞음....


근데 그러다 1년이 지나 중1이 되어서도

가출을 함 ㅋㅋㅋㅋㅋ

중2 중3때도 가출을 함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중3땐 가출 + 외박(노숙) 밥먹듯이 함 ㅋㅋㅋㅋ


엄마의 조언

“니... 대안학교라도 갈래...?”

아부지의 조언

“고등학교 필요없고 그냥 니는 아예 나가라, 호적 파주께!”


그래서 성적은 중학교 전교 5등내에 들었지만

공고를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