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en Ending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10323 

2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38064 

3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69223 

4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09871 

5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47990

6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85989

7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222819 

8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363240 










[Sound Beta : 보안 회선으로 보고 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Sound Alpha : 말하게.]

[Sound Beta : 시윤군이 오늘 카린양의 CRF측정과 모의전투 참관 결과에 대한 내용입니다.]

[Sound Alpha : 호오. 아까는 신나서 나가길래 오늘은 안 할 줄 알았네만.]

[Sound Beta : ...오전에 해이해지는 기강을 바로 잡아 줬습니다.]

[Sound Alpha : 그래, 일단 결과를 들어보지.]

[Sound Beta : 스승님과 시윤군이 공군기지에서 처음 조우한 날의 보고에서는 카린양과 그 다른 엑자일러를 처음 봤을 땐 실력이 A급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Sound Alpha : 그렇지. 테크 레벨3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비로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었다고 들었네. 그 정도면 A급 상위권이 맞네만.]

[Sound Beta : 하지만 지금 사내 CRF 측정기에선 아무리 원래 장비보다 오차가 좀 있다고 하지만... B급 턱걸이였다고 하더군요.]

[Sound Alpha : 음? 그렇게 오차가 클 수가 없을 텐데. 재측정은 해봤나?]

[Sound Beta : 아니오. 빠른 시일 내에 재측정을 지시하겠습니다. 일단은 일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니 부상 문제는 아닐겁니다. 아니면 시윤군 처럼 최대 출력을 내지 않았거나...]

[Sound Alpha : 뭔가 숨기는 건 없어 보였는데 말이지... 위상차나 본인이 쓰던 무장을 못썼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오차가 너무 크군. 모의 전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나.]

[Sound Beta : 상당히 신중하고 전략적인 판단으로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 것 외에는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안 회선으로 자료를 전송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지시하신 내용은 계속 진행할까요.]

[Sound Alpha : 계속하게.]

[Sound Beta : 알겠습니다.]





신호음이 끊기는 소리가 들린다. 기밀 채널에서의 대화를 끝낸 남자가 화면에 로드 받은 문서를 연다. 심각한 표정으로 문서를 넘긴다.




"역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는 어려운 법인가."










*







시윤씨가 퇴근 전 할 일이 있다 해서 오늘은 병실에 혼자 돌아왔다. 문을 여니 베로니카씨가 이미 도착해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카린님. 많이 회복 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옷은 마음에 드셨는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베로니카씨는 내가 말을 하지 못해도, 불편함 따위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게 챙겨주셨다. 오늘은 내일 거주지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시려는지 얼마 없는 내 물건을 담을 수 있게 조립식 상자 두 개를 조립하고 계셨다.






"회복이 되신 것 같아. 내일 무사히 집으로 가실 수 있도록 짐을 담을 수 있는 박스를 마련했습니다. 카린님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에 상자만 조립해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충분히 과분한 호의였다. 게다가 애초에 가진 거라곤 원래 입던 옷과 원래 가지고 있던 무기가 전부였다. 몇 개 더 생기긴 했지만... 그건 내 몸에 다 붙어있다.

베로니카씨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환자복이아닌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잠옷을 준비 했습니다. 카린님이 괜찮으시다면 오늘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30분 뒤에 저녁 식사를 준비해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긍정을 표하자 베로니카씨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사라졌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그럼 오늘이 여기서의 마지막 밤인가? 하긴, 아까 모의 전투를 하면서도 내가 아팠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분명 일반인 수준으로 회복력이 떨어졌었다고 하는데 이상하다.


어쨌든 미리 정리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얼마 없는 가진 물건을 상자에 하나하나 담았다. 마지막에 잠옷을 넣어야지-

노란 리본을 챙겨 넣을려고 테이블로 갔다. 아까 갑자기 끌려가 놓친 종이가 반으로 접혀서 리본 아래에 있었다. 베로니카씨가 정리 해주신건가?


리본를 상자에 넣고, 종이를 다시 펼쳐보았다. 정말이지 이거도 중요한 문서 일지도 모르는데 꼬깃꼬깃...

다시 읽어보니 주말은 온전히 나의 시간인 것 같았다. 다시 접고 상자 안에 고이 넣어두어 닫았다. 잠옷은... 내일 이 옷으로 갈아입으면 넣어야 겠다.

역시 이번에도 베로니카씨의 감각이 묻어났다. 노란색의 잠옷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순식간에 지나간 하루에는 수 많은 감정이... 지나갔다. 


B급 카운터라는 충격적인 측정값부터...

나도 모르게 잡아버린 그의 팔.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진다. 세차게 고개를 젓고 상자를 들어 침대 옆으로 옮겨두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차라리 아무것도 아닐 때, 단호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내가 살아 갈 수는 있는 건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 수 없다.  일단은 3개월이라고 했지만... 당장 내일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저... 살아남은 군인의 책무로써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











*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울고 있다. 익숙한 얼굴인데 누군지 모르겠다. 누군지 알기 위해 다가간다.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 지지 않는다.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대체 누구냐는 물음을 던졌다. 대답해주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뜨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검은 공간 뿐. 무기를 잡으려는데 손에 잡히질 않는다. 뭐지... 무장이 없어?

갑자기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보인 것은 울면서 웃고 있는... 나를 '닮은' 사람?


"한 눈 팔면.. 큰일나요~"

"뭐라...고?"













-


머리를 미친 듯이 울리는 두통에 잠에서 깼다. 지난 주 주말과 같은 통증 같다. 뭔가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머리도 아픈데 그냥 더 잘까 싶었지만 또 거지 같은 꿈 꿔서 기분 잡치느니 일어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혹시 몰라 퇴근 길에 사둔 두통약을 빈 속에 때려 넣었다.

...오늘은 '벌초'나 하러 가야겠다. 안간지 오래됐으니까 좀 오라고 잘 때 괴롭히는 것 같으니.








-





아주 오래전에 그 곳으로 가는 길에 마주쳤던 소녀가 생각났다. 초면에 뻔뻔스러운 부탁을 하지 않나, 사람 속을 박박 긁어 대던 걸 생각하니 또 마주칠까 혹시 또 여기 와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빠, 다른 사람을 솔직하게 대하는 게 무서운 타입이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좋아. 그래야 진짜 자기가 뭘 원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거거든.'



그 소녀의 말들이 떠오른다. 그냥 도와주지 말 걸, 어린아이한테 충고를 들을 줄은...

돌탑 앞에 섰다. 죽어서도 집안 내력 때문에 '잡초'가 꼬이는 게 참 기구하다. 나도 미쳐 날뛰면 이 꼬라지를 면치 못하겠지. 이미 사라진 부모님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조 하는 말 같아서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돌탑엔 또 다시 새로운 흰 국화가 있었다. 쓸 데 없는 짓을... 하려던 벌초나 해야겠다. 애초에 그러려고 온 것이니. 두통은 이미 느껴지지 않으니까- 수월하겠지.






-




"대충 이 정도면 되겠죠?"



눈에 보이는 건 다 처리했다. 아무리 화풀이하듯이 베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욕이 육성으로 튀어나온다. 일단 더 여기 오래 있어봤자 귀찮은 일이 생길테니 빨리 벗어나야 한다. 침식파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으로 빠져나오자, 주머니에 대충 꽂아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먼저 연락 할 사람이 딱히 없는데.





[안녕하세요. 시윤씨. 카린 웡입니다. 부사장님께서 개인 통신기를 지급해주셨습니다. 제 연락처를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 연락을 남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개인 통신기라니... 카린양 다운 단어 선정이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딱딱한 메세지 하나가 사람을 즐겁게 하다니 카린양은 대단한 사람이다. 원래 같으면 번호를 왜 함부로 알려주냐는 항의를 했겠지만, 애초에 부사장님한테 대들어 봤자기도 하고, 이번엔 넘어가기로 하고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최신 기술은 잘 못쓰시는 것 같았는데, 굉장하네요~]


[절 뭘로 보시는 건가요? 자꾸 바보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벌써부터 발끈하는 표정이 그려진다. 앞에 있었으면 주먹이 날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12시 30분. 이제서야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





[점심은 드셨나요?]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시윤씨는 식사하셨나요?]




이왕 나온 거 같이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거리에 우뚝 서서 메세지를 뚫어져라 보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메세지를 써내려갔다.




[저도 아직이요. 같이 점심 드실래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좋아.'

딱히 그 충고가 이런 부류(?)를 위한 충고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동기부여는 되는 것 같다. 한참 동안 답장이 오지 않는다. 역시 너무 놀려서 별로인가 생각하던 찰나에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오전 내내 개떡 같았던 기분은 깨끗히 사라져버렸다.











-





약속 장소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평소엔 시계 보는 용이었는데 이런 일이 다 생긴다.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는데 아직도 안 보인다. 아직 안 익숙해서 오는데 오래 걸리나? 데리러 가야 하나 싶어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시윤씨? 왜 부른 사람이 봐놓고 모른척해요."

"아앗?!!"





갑작스럽게 들린 말소리에 깜짝 놀래서 핸드폰을 떨어뜨릴뻔했다. 고개를 드니 검은 슬랙스에 내가 준 검은 후드티, 검은 모자를 쓴 카린양이 서 있었다. 멀리서 오던 모자 눌러 쓴 새카만 사람이 카린양 일 줄은 몰랐다.





"...어째 가오나시 같네요?"

"가오나시가 뭔진 모르겠지만, 좋은 건 아닌것같네요. 지금은 입을 옷이 별로 없어서 안 그래도 오늘 살 예정 이였습니다."

"하하하하- 귀엽다는 뜻이면 어떡할려구요?"

"...하, 됐습니다. 그보다 배고프실텐데 점심 먹으러 가요."





저번에 돌아다니면서 본 가게 중에 궁금한 곳이 있었다고, 빨리 가보자며 나를 재촉했다. 천천히 카린양을 따라 걸었다. 주말 점심의 거리는 북적였다. 카린양이 살짝 앞서서 걷다가 돌아본다.





"시윤씨."

"네~?"

"... 길을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빨개져선 카린양이 웃지 말라며 양손으로 마구 때린다. 맞으면서도 계속 크게 웃었다.




"미안해요. 미안~ 너무 웃겨서-"

"그만 웃어요..! 그.. 잠깐 헷갈려서! 못 찾고 있는 거에요! 애초에 이렇게 평범한 시내 걸을 일은 제가 살던 세계에서 없었습니다!!"

"하하- 무슨 가게였는지 알려주세요. 제가 안내할게요."






오늘 오후의 기분은 아마 살면서 최고인 것 같다. 아주 과분할 정도로 많이. 





"...? 시윤씨 옷에 왜 이렇게 흙먼지가 많아요?"

"아, 이거요? 오는 길에 갑자기 먼지태풍이 훅~"

"...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사양하겠습니다. 게다가 어제랑 똑같은 옷인데 밤새 어디 출격 하시기라도 했어요?"

"똑같은 새 옷 입었고, 밤도 안샜답니다~"

"근데 왜 이렇게... 악!"

"저 배고파요~ 얼른 갑시다~"






먼지를 대충 털어내고, 은근슬쩍 팔목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벌초' 다녀온 걸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놔달라고 하는 카린양의 팔목을 놔주니 또 주먹이 날아왔다. 티격태격하면서 우리는 인파 속으로 섞여갔다.









+) 창작물 따로 묶는 링크는 일반탭에 올려도댐? 슬슬 너무 많아져서...

항상 문학쓰면 어두운 내용만 쓰다가 꿀떨어지는거 쓰려니 자꾸 막히네

달달한거 잘쓰는 사람 부러움... 장편될것같은데 진부하지않게 잘써볼게

읽어줘서 고마워!!


추가) 그리고 이번에 올린거는 주시윤 카운터케이스봐야 이해되는 부분도 잇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