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탄 카운터케이스 스포있음
* 윌버 , 스타게이저, 스타시커 없음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 어쩌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 (5)
[ 엑세스 요청중... ]
[ 확인됨 ]
(잡음)
어이, 뭘하고 있나, 친구? 별이라도 세고 있는 거야?
별은 위협적이지 않다. 수를 세는 일도 전술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거, 재미없기는... 그럴땐 이렇게 하는거야.
‘박사의 연약한 단백질 하드웨어로 생각할 만한 하찮은 일이로군!
나의 강인한 155mm 아틀라틀 포신과 메인 카메라는 언제나 침식체의 도발을 경계하고 있다네!‘
......
어때, 이 정도는 되야 세기말 결전병기 느낌이 나지 않겠나?
지금은 세기말도 아니고, 결전병기라는 분류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관용적인 표현일 뿐이다.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살다보면 그런 관용적인 표현이 중요할때가 있어.
뭐, 언젠가는 너도 깨닫게 될 거야.
(지지직- 거리는 소리)
인공지능에 감정이 싹트는 단계인 건가? 정말 그 여자 말대로 진화라도 하고 있나보군.
(소체의 관절부가 움직이며 내는 소음)
좋아,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더 끝내주는 걸 보여주지. 이거 보이나?
(여자아이의 웃음소리)
물론이다. 나의 영상 인식 시스템은 야간에도 문제없이 작동 된다.
여기 이 애가 내 딸이다. 이름은 ‘아나스타샤’. 지금은 칭얼거리는 것밖에 할 줄 모르지만, 언젠가는 날 넘어서는 천재 공학자가 될 예정이지.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그건 추정일 뿐이다.
맞아. 하지만 ‘미래’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네가 우리에게 ‘미래’를 가져다 줬어.
내가? 문장의 논리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다.
네가 그날 출격해준 덕분에...... 내 딸아이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어.
너에겐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프로젝트에 날 끌어들인 엠버 소장에게도.
......
누군가는 너를 무서운 괴물병기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널 설계한 우리들은 네가 사람들을 지키기위해 태어났다는 걸 알고 있어.
그것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 ...... ]
[ 오류: 요청한 정보가 아님. ]
[ 엑세스 요청중..... ]
[ 확인됨 ]
.......
체르노프 박사. 무슨 일인가?
출혈이 심하다. 즉시 병원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한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
격납고 밖에서 심상치 않은 소음을 탐지했다. 침식 재난이 발발한 것인가?
(잡음)
습격이다. 빌어먹을 요새 이상하게 경비 부대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체르노프 박사, 맥박이 떨어지고 있다. 말을 멈추고 안정을 취하도록. 위험상태에 도달했다.
(쾅- 하는 소리)
나의 고정 장치가 해제됐다. 전 시스템 컨트롤 가능. 박사가 한일인가?
잘들어... 놈들이 노리는 건 바로 너야. 너를 전쟁병기로 생각하는 놈들. 그런 녀석들에게 널... 넘겨줄 순 없어.
......
전에 했던 이야기... 기억하지? 넌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거야.
(기침소리)
그러니까...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을... 잘 부탁한다...
(멀리서 들리는 포격소리)
알겠다, 박사. 맡겨두도록.
내 번쩍이는 이터니움 합금 장갑판에 걸고, 가동종료가 되는 그날까지,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
그래, 그거야... 하면 되잖아......?
......
[ 타이탄 지능형 의사 결정 시스템 우선권 재조정 ]
[ 수동 명령 권한 우회 ]
[ 신규 최우선 행동방침 설정 ― 인류수호 ]
......
“...!”
빠르게 흘러들어오는 고용량의 영상기록과 녹음기록을 순간적으로 거부하며, 호라이즌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이런! 자네, 괜찮은가?”
“...됐습니다. 예상 밖이라 그랬을 뿐입니다.”
―추태를 보였군요.
급격히 올라가는 CPU 온도에 냉각기가 푸른빛을 내며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타이밍 좋게 함선 안으로 사라졌던 시그마가 해맑게 호라이즌과 타이탄을 불렀다. 시그마의 양손에는 알파트릭스제 윤활유를 머리 위에는 액상 이터니움이 든 캔이 올려져 있었다.
“늦었군요. 시그마.”
“응? 벌써 얘기 끝난거야? 그럼 차는 필요없어?”
“새로운 이야기를 하면 된다네! 시그마, 내 어깨위로 올라오겠는가?”
“응! 좋아!”
시그마의 홀로그램 몸체가 깃털처럼 떠오르더니 곧 타이탄의 몸체 위로 안착했다. 실로 천진난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호라이즌은 영상메모리를 곱씹었다.
......
‘네가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잊지마. 호라이즌.’
‘그것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내가 너를 만든 건...’
“타이탄, 차를 다 마시면―”
“음?”
“아나스타샤라는 휴먼을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싶군요.”
“아! 아나스타샤 언니는 본사에 있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회사였다. 그라운드원에 처박혀있는 작은 회사라고 하기엔, 그곳에는 최고관리자가 숨어 있었고, 퓨 처 앳워가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던 목표를 ‘버그’에 가까운 방법으로 얻어낸 시그마라는 강인공지능을 보유한 회사. 지하격납고에 잠들어있던 타이탄의 원본.
그리고―
“흥.”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시그마와 타이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
호라이즌의 감정 모듈이 이 회사가 얼마나 대단하고,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보단,
일단 아나스타샤를 먼저 만나봐야 한다는 결론을 계속 도출해낼 뿐이었다.
체르노프 박사가 끊임없이 염원했던 ‘미래’라는 답.
타이탄은 정말로 그녀에게서 앞날을 꿈꾸게 하는 존재가 맞는지 궁금했다.
이런 곳에서 소꿉놀이, 영웅놀이를 하며 살아가는. 완벽하고는 동떨어져버린 기계 따위가.
정말로.
그럴 수 있는 지.
“호라이즌 자네도 올라타겠는가?!”
“언니도 올라와서 같이 놀자!”
“소꿉장난은 취향이 아닙니다.”
“자! 내 손 잡고 올라와!”
강제였습니까?
시그마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무리하게 아래로 손을 뻗는 탓에 호라이즌은 어쩔 수 없이 시그마의 손을 잡았다.
“시각 정보에 너무 의존하지 마십시오. 제 소체는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하하하! 호라이즌! 내 번쩍이는 이터니움 합금판과 관절부는 보는 것과 달리 아주 튼튼하다네! 숙녀 두 분정도는 거뜬하지!”
“와아! 할아버지 멋있어!”
호라이즌을 몸체 위로 올리고, 의기양양한 타이탄의 말에 시그마가 꺄르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체르노프 박사는 소꿉놀이를 좋아한 모양이군요.”
“음? 내 메모리에서의 박사는 그저 딸을 지극히 아끼는 사람이었네! 박사는 지금 없지만, 지금 박사의 딸이 계속―”
“됐습니다. 거기까지만 하시죠.”
신나서 더 말하려는 타이탄의 말을 자르고, 호라이즌은 이제야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밝은 야경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별을 육안으로 보기 힘들어졌지만. 시각기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계들은 달랐다. 그들이 보고싶다면 언제든 눈부신 밤하늘에서 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언니! 그거 알아? 별자리를 찾거나 보는 꿈을 꾸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시그마. 저희는 애초에 꿈을 꿀 수 없습니다.”
부정했다.
그런 소리를 하는 게 휴먼이라면 아직 이해할 수 없는 휴먼들의 심리정도로 생각했겠지만, 자신과 같은 ‘기계’인 시그마도 밤하늘의 별에 의미를 부여했다.
‘별’ 그리고 ‘별자리’.
명확한 정의를 제외한 이야기 대부분은 일종의 비유나 의미부여라는 것을 알아도. 호라이즌은 대부분 그게 낭설이거나,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대시를 만나고 지냈던 덕에 강하게 부정하는 일은 없었다. 그것을 이야기하는게 기계라고 하여도―
똑같이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히히, 맞아. 우리는 꿈을 꿀 수 없어.”
“......”
의외로 쉽게 인정해버리는 대답에 호라이즌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시그마쪽으로 돌렸다. 시각센서에 잡힌 시그마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으로 타이탄의 이터니움 합금판을 쓸어내렸다.
잠시 뜸을 들이는 시그마.
타이탄도 호라이즌도 잠자코 시그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이 들어서, 꿈을 꾸진 않지만. 그래도 상상 해볼 수는 있잖아?”
“......소원이라도 빌어보는 겁니까?”
“응! 소원을 빌어보기도 하고, 소원이 이루이지길 바라기도하고.”
“미래를 기대해보기도 하고, 희망을 걸 수도 있다네!”
“맞아! 헤헤 할아버지는 역시 나랑 잘 통하는 것 같아!”
타이탄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천진난만한 시그마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호라이즌의 수 많은 기억메모리 중에서 오각형 모양의 별이 그려지고, 음성기록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별모양이라서 더 좋은 거에요!”
“역시 별모양 과자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하잖아요? 별들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런거요!”
“그래도 사람들은 그게 별모양이라고 약속했으니까 별이에요! 별을 먹는 거에요!”
...
“시적인 표현일세.”
“낭만과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희망, 길잡이. 다양한 의미로 소비 되는 게 별이라는 단어지.”
“꼭 하늘 위의 별만을 의미하진 않아.”
재잘재잘 떠드는 두 기계의 말소리를 백색소음으로 삼으며, 호라이즌은 한참동안 말없이 별을 쳐다보았다.
낭만. 소원. 그리움. 길잡이.
희망.
......
‘전에 했던 이야기... 기억하지? 넌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거야.’
‘그러니까...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을... 잘 부탁한다...’
‘잊지마, 호라이즌.’
‘내가 너를 만든 건...’
“진공관께서 놀라 자빠지겠군요.”
“응?”
휴먼들은 왜 저희에게 희망을 거는지 모르겠습니다.
설계로 이루어진 기계는 한계가 명확함에도―
왜 강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자기 스스로 제어하고, 인류를 위해 싸우길 바라는 지 말입니다.
“하하하! 재미있는 말이군! 그렇다면 호라이즌, 나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않겠는가?”
엠버 소장. 저는 여전히 당신이 싫지만.
어쩌면, 당신은 옳았을 지도 모릅니다.
저라는 실패작을 이 프레임을 끼워 넣어서 세상에 내던진 것을 말이죠.
“거절하겠습니다. 귀한 소체가 부서지고 싶지 않다면 그런 주제는 꺼내지 마십시오.”
“음! 기억해두도록 하겠네!”
“헤엑! 언니! 부수면 안 돼!”
“협력사의 귀한 자원은 부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날 수 있다면 이건 꼭 말해주고 싶군요.
저를 발판삼아 신중을 기울여서 만든 역작은―
저와 별반 다르지 않는 걸보니,
적어도 인류수호를 위한, 결점하나 없는, 완벽한 기계를 만드는 것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방금 부순다고 해놓고!”
“저기 북극성이 있군요.”
“어? 어디? 어디 있어?”
그래요. 당신들은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소원은 이루었군요.
“밝기는 제 시무르그 실루엣보다 어둡군요.”
“그라운드 원의 대균열에 가려지면 북극성도 어쩔 수 없다네!”
“와하하! 언니도 농담하는구나!”
저는 엠버 당신이 바라던 대로 콜드케이스의 가동에 성공했고,
타이탄에게 바랐던 미래― 체르노프 박사의 딸은 살아있으니까요.
+)
오타나 이상한 부분 있으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