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 어쩌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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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개체....  식별 신호 소멸."









호라이즌의 나지막한 말과 함께 포신이 녹아아버린 에스타크들이 보이던 포탈이 닫혔다.


타이탄의 자랑스러운 주포의 끝은 발사되는 자신의 화력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려버렸고, 타이탄의 다리를 꽉 붙잡고 있던 시그마의 홀로그램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이제 괜찮겠지?"

"음! 더 이상 적은 감지되지는 않네만, 만약을 대비해 내가 망을 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게나!"

"으응..."




시그마의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페디타스가 클리파로 완전히 추방당한 것을 확인한 호라이즌이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실루엣, 해제..."




안심한 듯 눈을 감고 빛무리에 둘러싸여 잠시 가려지더니, 그 아래로 스카잔을 입은 원래의 호라이즌이 떨어졌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 가득한 땅바닥이 아닌 튼튼한 타이탄의 위로 떨어진 호라이즌.

시선은 하늘을 향한 채로 그 위에 누워있는 호라이즌의 외관은 방금 전의 전투로 인해 생긴 손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손상 외의 변화는 슈트가 아닌 스카잔과 스커트, 푸른색의 눈뿐이었다.




"자네는 괜찮은가, 호라이즌?"




호라이즌은 답하지 않고, 검지손가락으로 타이탄의 합금판을 살짝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그들의 보안채널로 무언가 전달되었다.




"음? 이건 뭔가? 혹시 오류가 발생했다면 시그마가 깨어났을 때 말해두도록 하지."

"오류가 아닙니다, 타이탄. 이 코드를 기억하십시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네! 내 기억회로에 최우선 순위로 높여서 저장해 두도록 하지!"




타이탄은 혹시나 자신의 위에 누워있는 호라이즌이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마다 땅이 진동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타이탄이 걸어가는 주위로는 침식체였던 것들의 파편이나, 세 기계와 함께 싸운 양산형 기체들의 파편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여전히 이면 세계의 하늘을 보고 있는 호라이즌의 눈에는 격전이 끝나고 다시 떠오른 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로,


완전히,


복수는 끝났습니다. 




대시,

리타...





저는 잘 했습니까? 
















뜯겨져나간 안면부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호라이즌은 손을 올려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자체적으로 소체 상태를 체크했다.







 

소체 손상... 78%. 햄스워드를 만나 정비를 받고 돌아가면, 생각보다 더 많이 늦어지겠군요.




......




















타이탄이 원래대로 돌아온 시그마의 테라브레인의 앞에 서서 자세를 낮추었다. 높이가 낮아지는 것을 느낀 호라이즌이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튼튼한 이터니움합금판이 더 편하다면 이대로 있어도 괜찮네!"

"...내려가겠습니다. 소체를 좀 더 낮춰주시죠."




호라이즌이 미끄러지듯 내려와 땅을 밟았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휴면모드로 들어간 시그마의 테라브레인과 그 주위로 몇 남지 않은 멀쩡한 양산형 기체들도 따라서 절전모드 상태로 모여있었다.



이미 골격이 다 드러날 정도로 망가진 다리를 움직이면서, 튀어나온 바위에 기대어있는 시그마의 테라브레인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조금 힘겹게 테라브레인의 옆에 기대어 앉은 호라이즌이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 낭만적이군요.



마크. 이제야 조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걱정 말게나! 내가 구원 요청을―"

"됐습니다. 타이탄. 방금 전 제가 말한 것만 잘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조금 쉬겠습니다."

"......"




호라이즌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고 절전상태에 빠져들었다.

모여있는 기계들은 타이탄을 제외하곤 쥐 죽은 듯이 잠든 것처럼

아무 소음도 내지 않았다.




"......우리의 할 일은 이제 끝났다네."




낮췄던 몸을 일으키는 타이탄. 시각 렌즈를 돌려 별이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녹아서 쓸 수 없게된 포신 끝에는 제일 밝은 별이 반짝였다.



타이탄이 두 발을 굴렀다. 지면이 쿵쿵 울리지만,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 진동을 따라 소체들이 미세하게 떨릴 뿐이었다.


이젠 미완성 트리아이나 플랜도 힘이 다했는지, 호라이즌의 시무르그 실루엣이 사라지는 것처럼 타이탄에게도 잠시 펄스 입자가 생기더니, 곧 원래의 프레임으로 서서히 돌아왔다.




"이대로 침식파에 저항하면서 모두를 지키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포신이 녹아서 쓸 수 없게 됐지만 말일세!"




나름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름대로 사주경계를 해보겠다며, 주위를 스캔해보지만... 혹시라도 다른 적이 이곳으로 오는 순간에 타이탄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대로 누군가 구조를 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이면세계에 버려질 위기였다.




"호라이즌이 됐다곤 했지만... 역시 구원 요청을 하는 게 좋겠군..." 




마냥 이면세계에서 뒹굴순 없으니 구원요청이라도 해보려는 찰나.

이면세계의 하늘에서 쿠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음? 이 소리는!"




타이탄은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고심도로 다이브를? 해적만 아니라면 좋겠네만..."




스캐빈저 같은 해적이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태스크포스는 올 엄두도 내지 못할 깊은 심도의 이면세계로

누군가 다이브 해오고 있었다.


다이브로 인해 일렁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낯선 함선 한 대. 

겉보기엔 평범하고 관리가 꽤 잘 된 함선이었다.

타이탄은 함선을 스캔한 뒤 자신이 가진 정보와 대조했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저것이 관리국의 함선인지, 해적선일지 조금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정보가 없기에, 최악을 항상 생각해둬야 하는 법.

타이탄은 경계하는 듯 자세를 바로잡고 언제라도 얼마 남지 않은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했다. 저 내려온 함선에서 무언가 강하할지 아니면 다짜고짜 함선 레이저를 쏘아댈지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하지만,





[ 교전 흔적 및 특수 기체 확인. 구원 코드를 제시하라. ]



"구원 코드?"




타이탄의 공개 채널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무언가를 제시하라는 질문에 타이탄이 당황한 듯, 괜히 한발 뒤로 물러났다. 다이브 해서 나타난 함선에서 직접 통신을 걸어온 것이었다.

검은색의 함선은 답변을 기다리는 듯, 누군가가 강하하지도, 함선 주포에 변화가 생기지도 않았다.


타이탄이 망설이는 잠깐에 함선의 주인은 재촉하듯, 다시 물어왔다.





[ 구원 코드를 제시하라. ]





'타이탄. 이 코드를 기억하십시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타이탄은 공개 채널에 조심스럽게 코드를 입력했다.






[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












*













[ 코드 확인. ]


[ 제보 받은 대로 고심도 이면세계에서 교전한 강인공지능 특수 개체임을 확인. ]


[ 절차에 따라 3기만 회수하면 되겠습니까? ]




"그래, 빠짐없이 회수하도록. 교전 흔적은 있는가?"




[ 고위 등급의 개체들과 교전한 흔적이 있습니다. 핵심기체 3기 외에도 파괴된 개체들도 확인됩니다. ]




"오케이. 내가 말한 3기 말고 기체는 손대지 마. 고심도 이면세계니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게."





통신을 끊은 핀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영상 자료만 받아봐도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그냥 구원 신호를 받고 구조를 진행한다 정도로 퉁칠 수 없었다.

같이 부탁한 한 기는 딱봐도 수상해보였고, 다른 한기는 양산형기의 프로토타입.

그리고 중심이 된 호라이즌은 소체가 많이 파손된 심각한 상태였다.


어떻게 보아도 호라이즌이 말한 '간단한 부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상황.

 



"하아... 이러면 관리국에 무조건 거쳐 가야 하지 않나. 호라이즌."




호라이즌이 관리국은 걱정 말라고 거의 호언장담을 했지만, 핀리는 껄끄러운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핀리는 채널을 돌려서 함선 격납고에 조심스럽게 옮겨지는 호라이즌을 보았다.


소체가 죄다 뜯어지고, 간헐적으로 스파크가 튀었지만 호라이즌의 표정은...




"...됐어. 지금 델타세븐도 그렇고, 자네도 이런 기행을 벌이는 이유가 있겠지."




기계임에도 너무도 평온한 표정에 핀리는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영상 채널을 계속 바라보았다.

세 기체가 탑승한 함선이 현실로 부상할 때까지 계속.




"레이첼 양에게 잔소리 좀 많이 듣겠군. 그래도 한동안 정보부에서 신세 좀 지다 가야겠어. 비밀친구 씨."




그말을 끝으로 핀리는 차원함선이 무사히 현실로 부상했다는 보고를 들을때까지,

그저 말없이 영상채널을 계속 바라보았다.






...










*












쿠궁―――



[ 소음 감지 ]


[ 분석 결과, 차원 함선이 다이브 시도 중 발생하는 굉음 중 하나. ]


[ 절전모드 이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


[ 영상을 계속 재생하시겠습니까? ]


[ ...... ]


[ 해당 영상의 재생수는 1,■■■,■■■ 회입니다. ]










.....















"사장님 최고예요! 히히!"




과자 봉투를 한가득 안고 행복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대시. 그리고, 호라이즌.

사무실에서 장부를 정리하던 리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하? 아니, 왜 이렇게 많이 사줬어?"

"인간사료라고 하던가요. 휴먼들은 과자를 쌓아놓고 먹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왕 사는 거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인간사료는 싸구려 과자를 대량으로 파는 거고, 네가 사다 준 건 비싼 쌀과자야."




쯧-하며 혀를 차는 리타를 지나서, 와그작 소리를 내며 행복하게 과자를 먹고 있는 대시에게 눈길을 돌렸다.

뺏어 먹을 사람도 없을 텐데, 사무실 소파에 앉아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와구와구 먹고 있는 대시를 보고 있자니...


호라이즌은 미소를 짓고 있지도 굳이 웃을 이유도 없었지만,




"리타 언니도 하나 드세용! 맛있어용!"

"됐어, 난 단 거 질색이야."

"이이잉... 한입만요..."




감정 모듈만큼은 잠정적으로 결과값을 내었다.




"...이번만이야, 꼬맹이."

"헤헤-"




따뜻함, 포근함,


행복.


그리고―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 어쩌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



Fin.







 






+)

마지막 일러스트 출처

#カウンターサイド Daydream - CY7989의 일러스트 - pixiv


이거 첫화가 6월인데 질질끌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