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봐야될지 몰라하던 그 눈은 어느 순간 정확히 카카를 바라보았다.

'ㄴ, 나를 보는 건가...?'

그 빨간 눈과 정확히 시선이 마주치자 작은 여자아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확신한 카카는 아빠와 엄마를 흘끗 바라보았다.

자신이나 여자아이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듯 다음 싸움을 준비하려하는 둘을 본 카카는 여자아이에게 작게 손짓했다.

자신을 부르는 손짓에 긴장한듯 움찔하면서도 여자아이는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손을 놓았다.

지금 보이는 것이라곤 눈 앞에 있는 남자 밖에 없었던 여자는 여자아이의 손이 빠져나가는 걸 조금도 눈치채지 못 했고, 금세 손이 자유로워진 여자아이는 카카를 향해 도도도 달려갔다.

그제서야 남자도 여자도 여자아이가 하는 행동을 눈치챘지만 둘 중 여자아이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카카가 있는 방까지 온 여자아이는 조심스러운 눈길로 카카를 바라보았다.

"넌... 누구야? 나, 난 카쿠스."

"난... 카카. 카카야."

=*=

그 날은 아침부터 세차게 비가 쏟아져내리는 날이었다.

어두운 날씨를 유독 무서워하는 카쿠스의 옆에 누워 혹시라도 깨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던 카카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침 여덟시.

어린 카카는 아직 시계를 읽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 했지만 그게 아침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라면 문 밖에서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날 시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카카는 조심스레 매트리스에서 일어섰다.

혹시나 카쿠스가 일어나지 않을까싶었지만 카쿠스는 잠든 모습 그대로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이 집에 온 지 아직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짧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 된 자신의 동생을 한 번 바라본 카카는 도도도 뛰어가 문에 귀를 대어보았다.

"......"

엄마 아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그저 둘이 바쁘다는 것밖에 알아낼 수 없었던 카카는 천천히 귀를 떼려 했다.

바로 그 때.

항상 화나있는 평소와 다르게 낮게 깔려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그러면 쟤들 오늘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알아요? 이만큼 했으면 됐지. 두 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입양까지 하느라 얼마나 귀찮았는데. 이 이상 신경쓰기 싫으니까 당신이 알아보든지 해요."

"하여튼 이 여편네는...! 후우, 좋아. 그럼 저녁까지만 여기에 데리고 있으면 되는 건 맞는 거지?"

"맞아요. 보내면 밥은 자기들이 알아서 챙기든 말든 할테니까 굳이 아까운 밥 주지는 말아요."

"......"

짧게 이어진 대화는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

그 뒤로도 분주한 발자국소리가.

창틀을 때리는 빗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카카의 귀에 그 소리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카카가 어리다지만 방금 둘이 나눈 대화를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나이대에 비해 눈치가 빠른 편이었던.

눈치가 빠를 수 밖에 없었던 카카는 오늘 자신과 카쿠스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어린아이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해야 방문에 기대는 것 밖에 없었던 카카는 파란 두 눈을 끊임없이 떨었다.

카쿠스는 여전히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와중 짧은 시곗바늘이 다음 숫자로 옮겨갈 때까지도 카카는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똑똑

성의없이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나서야 화들짝 놀라 일어난 카카는 자고 있는 카쿠스를 깨우기 위해 얼른 달려갔다.

하지만 여자는 카카가 세 걸음을 채 가기도 전에 이미 방 안에 들어와있었다.

열심히 달려가는 카카의 뒷모습과 누워있는 카쿠스의 모습을 본 그녀는 인상을 확 찌푸리더니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언제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 거야?"

"조, 죄송해요. 새벽에 번개가 쳐서, 카쿠스가 잠을 못 자서..."

"아아, 됐으니까 빨리 걔 데리고 나오기나 해. 저번처럼 너희끼리 빵 먹는다고 설치다가 난리 피우지 말고."

그 말만을 방에 툭 남긴 여자는 문을 연 채 주방으로 걸어가버렸다.

방금 여자의 높은 목소리에 잠에서 깬 것일까, 매트리스에서 천천히 일어난 카쿠스는 빨간 눈을 멍하게 뜬 채 카카를 바라보았다.

"언니이..."

"응, 카쿠스. 잘 잤어?"

"으응... 근데 아직도 비오고 있네..."

"그러게. 금방 그쳐야될텐데."

타닥, 타닥, 타닥...

창밖에 내리고 있는 비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밖을 새까맣게 뒤덮은 검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룩, 주루루룩...

언제까지고 내릴 것 같은 빗줄기들을 바라보는 카카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란했다.

심란하다는 단어조차 모를 나이었지만 눈 앞에 졸려하는 카쿠스를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카카는 카쿠스의 작은 손목을 잡아주었다.

"카쿠스. 얼른 잠 깨고 밥 먹으러 가자. 늦으면 엄마가 화낼 거야."

"으, 응... 언니. 나 업어주면 안 돼...?"

매트리스에서 겨우 빠져나온 카쿠스는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카카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나이 차이라고는 고작 2개월도 나지 않는 동생의 부탁이었지만 카카는 싫은 티 하나 없이 카쿠스에게 등을 내주었다.

"조심히 업혀 카쿠스. 넘어질지도 모르니까."

"응. 영차..."

마치 벽을 기어오르듯 카카의 등에 업힌 카쿠스는 카카의 작은 목을 끌어안았다.

어린 아이가 어린 아이를 업은 모습은 너무나 불안하고 위태해 보였지만 그게 익숙했던 카카는 카쿠스의 발이 제대로 들려있는 걸 확인하고 걸음을 옮겼다.

"끙, 끄으응..."

"헤헤... 카카 언니가 최고야."

"몸 흔들면 안 돼 카쿠스, 위험하니까."

"응 언니."

그렇게 카쿠스를 업은 채 방을 나온 카카는 곧장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따뜻한 수프와 샐러드, 갓 구워진 빵으로 식사를 하고 있던 여자는 둘을 흘끗 보더니 식탁 위에 있는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나마 그걸 던지지 않는 게 최소한의 호의라 생각하며 둘을 째려본 여자는 방금 막 뜬 수프를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흘리지 말고 먹어."

"ㄴ, 네."

"......"

그런 여자의 앞에서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우걱우걱 빵을 씹어먹기만 했다.

자신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게 오히려 고마웠던 카카는 냉큼 바구니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영차..."

아무것도 모른 채 등에 업혀있는 카쿠스를 매트리스 위에 앉혀준 카카는 바구니에서 작고 동그란, 말라있는 빵을 꺼내고 바닥이 다 보이는 잼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 아래에 작게 핀 하얀 곰팡이가 보였지만 그걸 보지도 못 하고 그게 뭔지도 몰랐던 카카는 작은 칼로 빵을 가르고 그 안에 딸기잼을 발랐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매트리스에 앉아있던 카쿠스는 달콤한 냄새가 퍼지자 입맛을 다시며 카카를 바라보았다.

"언니, 나 잼 많이 발라줘."

"응. 나는 조금 먹어 되니까 많이 발라줄게."

그 말이 카카가 먹을 양이 적어진다는 것이라는 건 모른 채 카쿠스는 자신의 빵에 잼이 많이 발리는 걸 보며 그저 좋아하기만 했다.

카쿠스의 빵을 먼저 준비해주자 카쿠스는 그걸 받아들고선 곧장 빵을 깨물었다.

푹신하진 않지만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과 달콤한 잼의 맛에 카쿠스는 빵긋 하는 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빵을 우물거렸다.

보잘것 없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좋아한 카카는 얼마 남지 않은 잼을 자신의 빵에 발랐다.

그리고선 작은 우유병 하나를 손에 꽉 쥔 카카는 카쿠스의 옆에 앉아 빵을 우물거렸다.

"우물..."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오자 말라있는 카카의 몸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카카의 머리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오늘... 이 집에서 나가게 되는 걸까...?'

작은 머리로 카카가 한참동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어디로 보내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원래부터 나쁜 환경에서 살았던 카카는 지금보다 더 나쁜 곳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카카가 혼자였다면.

카쿠스가 없었다면, 카카는 새로운 변화에 긴장하면서도 그 변화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카쿠스의 존재 때문에 카카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4살짜리 어린아이로서는 하기 힘든 생각이었지만, 언니로서는 가까스로 해낼수 있을만한 생각이었다.

"......"

"꿀꺽... 언니, 나 다 먹었어."

카카와 다르게 아무것도 모르는 카쿠스는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털며 카카의 손에 들려있는 우유병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카카의 말수가 적다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건 그저 날씨 때문이라 생각한 카쿠스에겐 당장 입을 축여줄 우유가 더 중요했다.

아직 자신은 빵을 다 먹지도 못 했지만 영차 하며 우유병의 뚜껑을 열어준 카카는 카쿠스에게 병을 건네주었다.

꿀꺽, 꿀꺽.

작은 두 손으로 우유를 마시는 카쿠스의 옆모습을 카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카쿠스가 반을 넘게 마셔 거의 남지 않은 우유병을 집은 채 고민하고.

우유를 모두 마신 뒤 바구니를 정리하면서 고민하고.

새근새근 낮잠을 자는 카쿠스의 옆에 누워 졸면서까지 고민한 카카는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당장 닫혀있는 문을 열고 나갈 방법도 없는 카카에게 그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문이 열리고, 또 현관문이 열리는 기회가 찾아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카카는 쏟아져오는 졸음을 참아내며 계속해서 문을 바라보았다.

투둑, 투둑, 투둑.

하루종일 오는 비 때문에 창밖의 모습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어려웠다.

시계의 모습으로 간신히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던 카카는 카쿠스의 손을 꼭 잡고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언니, 나 배고파아..."

"기다려 카쿠스. 좀 있으면 엄마 들어오실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카쿠스는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카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따뜻하면서도 간질거리는 손길이 느껴지자 작게 웃음이 나와버린 카카는 자신도 카쿠스의 손을 쥐어주려 했다.

벌컥!

"나와. 옷 갈아입고 나가야 되니까."

"ㄴ, 네... 카쿠스. 일어나자."

"으, 으응."

갑자기 나타난 여자의 모습에 카카와 카쿠스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라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커녕.

한달에 한 번 외출을 할까 말까 했던 카카는 나간다는 소리에 잔뜩 긴장했다.

아침의 대화와 지금의 말로 자신과 카쿠스가 어디론가 간다는 걸 눈치챈 카카는 기회가 곧 올 것이라 생각했다.

카쿠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 말해줘봐야 혼란스러워할 뿐일거라 생각한 카카는 카쿠스와 함께 얌전히 여자를 따라갔다.

작은 자신들의 방과 다르게 커다랗고 화려한 안방.

들어올 일이 거의 없는 그 방 안에서 둘은 여자를 따라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카쿠스에게는 이 집으로 올 때 입고 왔던, 제법 괜찮은 옷이 있었지만 외출복이라고는 커다란 스웨터 뿐이었던 카카는 그 옷을 낑낑대며 입고선 불안한 눈길로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어디 나갈거니까 그렇게 알아."

"어디... 가는 건데요?"

"몰라도 돼. 뭐 우리가 어디 버리기라도 할까봐?"

"......"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카카는 여자의 도움으로 옷을 다 갈아입은 카쿠스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채 그 손을 마주잡은 카쿠스는 카카를 향해 그저 해맑게 웃어주었다.

그걸 보며 카카가 어떤 생각에 빠지기도 전에 여자는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익

"하아. 오늘 할 것도 많은데 귀찮아 죽겠네. 당신! 도대체 언제 나올 거예요!"

"지금 나가고 있잖아! 그냥 기다리면 될 것이지 왜 소리를 빽빽 지르고 난리야?!"

"뭐라고요?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어두운 바깥 풍경이 보이는 현관 앞.

정말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둘은 또 다시 말싸움을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카쿠스의 귀를 막아주며 방으로 들어갔을테지만 지금의 카카는 열려있는 현관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어느새 해가 져 완전히 깜깜해진 바깥은 여자나 남자와 함께 나가도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용기를 내지 않으면 쭉 저렇게 어두운 나날을 보내게 될 거라 생각한 카카는 둘의 눈치를 슬쩍 보고선 카쿠스의 손을 잡아당겼다.

어서 둘의 싸움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겁먹은 얼굴을 하고있던 카쿠스는 갑자기 느껴지는 손길에 커다란 두 눈을 깜빡였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해 당장 무슨 일인지 물으려 했지만 입에 검지손가락을 작게 올리는 카카의 모습에 자신도 똑같은 손동작을 한 카쿠스는 남자와 여자를 한 번 흘끗 바라보보고선 손을 이끄는 카카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쏴아아아아아아!!

타닥타닥타닥!

아까보다 훨씬 세진 비는 사정없이 길바닥을 때리고있었다.

가로등 빛도 옅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밤거리로 나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자신에게, 그리고 카쿠스에게 생기는 것이 가장 무서웠던 카카는 작은 몸으로 커다란 결심을 하고선 조용히 어둠속 장대비 사이로 숨어들어갔다.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몸.

도저히 보이지 않는 눈 앞.

손에 느껴지는 카쿠스의 온기 밖에 의지할 것이 없었던 카카는 그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힘을 꼭 주며 밤거리를 걸어나갔다.

=*=

"카카. 카카~ 일어날 시간이예요~"

"응, 으응... 조금만 더어..."

"오늘은 일찍 일어나기로 약속했잖아요. 카쿠스랑 셋이서 나가기로 한 거 기억 안 나요?"

"그래도오..."

작은 방 안.

푹신한 이불이 덮여있는 침대맡에 앉은 판은 다정하게 카카의 머리를 쓸어넘겨주고 있었다.

이미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꿈나라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카카의 모습은 그보다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판의 눈에서는, 그랬다는 것이다.

'이런다고... 팔불출 소리를 듣는 건 아니겠죠?'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재미있었는지 판은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굳이 그 웃음을 지우려고 하지 않은 판은 카카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간질이듯 만저주다가 자신의 손바닥으로도 가려질 것 같은 작은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어머."

딱 일곱 살 먹은 아이들에게서나 느껴질, 말랑거리면서도 부드러운 피부에 판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그 감촉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었는지 판은 엄지와 검지를 세워 카카의 작은 볼을 쥐고 만지작거렸다.

빵의 반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랑거리는 뺨을 만지며 감탄하고 있자 곧 카카의 입에서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으응...! 하지 마아아..."

"앗. 미안해요 카카. 아팠나요?"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카카의 뺨을 만지던 판은 황급히 손을 떼내었다.

그러자 자신에게 잡혀있던 뺨의 하얀 피부가 살짝 빨개진 것을 본 판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져가 바람을 불어주었다.

"호, 호오~"

"읏... 선생님, 간지러워어..."

"후훗. 그러니까 그만 일어나요 카카. 지금 안 일어나면 맛있게 구운 빵이 다 식어버린다고요?"

"...! 킁킁..."

판의 말을 듣고서야 눈을 반쯤 뜬 카카는 방으로 살며시 들어오고있는 빵냄새를 맡았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푹신한 느낌이 드는 그 냄새에 눈이 점점 커진 카카는 영차 하며 일어나 판에게 몸을 기대었다.

일어나자마자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려오는 카카를 일으켜준 판은 카카를 아래에 내려주고선 옆의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카쿠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은 판은 카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카카. 카쿠스도 깨워서 나와줄래요?"

"응."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대견했던 판은 카카의 흰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었다.

'머리가 너무 긴데... 불편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카카의 뺨이 발그레해지는 것도 몰랐던 판은 힌침이나 머리를 매만져주다가 방을 나가려 했다.

꽈아아아악

"응? 카카. 왜 그래요?"

치맛자락을 잡고있는 작은 손.

너무나 미약한 힘이었지만 자신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그 손에 판은 뒤를 돌아보았다.

무릎까지 오던 키가 어느새 허벅지까지 닿아있는 걸 보며 아이들은 정말 빨리 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있자 카카가 잠들어있는 카쿠스 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나... 한 번만 안아줘..."

"...어머."

발그랗게 상기된 얼굴.

수줍긴 하지만 확실하게 요구해오는 작은 눈에 판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선 이 작은 아이의 작은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기 위해 한 쪽 무릎을 꿇은 판은 그 작은 몸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방금 일어나서인지 온기가 가득한 몸이 품 안에 쏘옥 하고 들어오자 판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카카가 요구해온 것이었지만 기쁨을 더 느끼는 건 자신 쪽이 아닐까 생각하며 판은 카카의 머리를 안아 몇 번이나 쓰다듬어주었다.

"으응..."

"후훗. 오늘은 어리광이 심하네요, 카카?"

품에 안긴 카카가 사랑스럽게 느껴진 판은 괜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런 장난에 움찔하면서도 품에서 벗어나는 게 싫었는지 카카는 판의 옷자락을 잡은 상태로 판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포근하게 얼굴을 감싼 부드러운 가슴과 그 안에서 두근거리며 전해져오는 심장 소리.

세상 어느 것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 할 것 같은 판의 품 안에서 카카는 한참동안이나 눈을 감고 있었다.









꼬마카카 그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