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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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52) 호랑이와 간웅-2


마초와 한수는 강력한 서량의 정예병들을 앞세워 일개 졸병 수준이였던 하서군들을 말 그대로 밀어버리며 나아갔다.


그중에서도 선봉으로 활약한 마대와 방덕의 기병술 솜씨는 대단해 적 3천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부 척살해버렸다.


"조조군도 입만 살았지, 별거 아니군! 확실히 하후연만한 장수가 없으니 쉽구나!"


"장난하냐! 이래 가지곤 우리 형님의 발톱도 못 따라간다!"


장안, 낙양 그리고 그를 잇는 동관이 사실상 무주공산인 이 상황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 극적인 기회였다.


"역시 예상대로군! 조조가 하서에 대한 방비를 매우 소홀히 했어!"


"당장 장안만 지키면 문제 없을것이라고 봤을겁니다... 이대로만 갑시다 한장군!"


하서 곳곳에 주둔해있던 병사 1만이 아주 쉽게 몰살당하자 동관을 통해 장안으로 가려던 조조도 마초와 한수의 움직임을 하후연군으로부터 보고 받게 된다.


"그 두놈이 기어코 10만 병력을 동원해?! 묘재는 어디서 뭘 하고 있나!"


"하후장군께선 이미 철군하셔서 동관으로 가시고 계십니다!"


"승상, 공자께선 어제의 과음으로 인해 몸이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너 그럽게 용서해주십쇼."


-양수-


"과음? 허허허.. 이 녀석이 또... 넌 말이다, 술만 안 마시면 다 좋을 녀석 이 꼭 술에만 빠지고 그러느냐."


"죄..죄송합니다!"


다행히 양수의 재치로 망설임을 보이던 조식은 뒤탈없이 일을 뒤탈없 이 넘어갈 수 있었다.


"조인은 명을 받아라!"


"네 승상!"


"지금부터 동관을 향해 강행군을 시작한다고 모든 병사들에게 알려 라,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자는 작위를 따지지 않고 무조 건 참수다!"


그날밤 양수와 조식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고, 형벌 집행만 하면 되는겁니다. 그런 쉬운일을..."


"덕조! 사람을 죽이고, 때리라는 일을 어찌 그리 쉽게 말하시오!"


시와 안빈낙도의 세계를 꿈꾸었던 조식에겐 이런 일은 너무나도 가혹하게 느껴지기만 할 뿐이란걸 양수도 다시 깨달았다.


"중요한건 그게 승상의 명에 따라 행하는 일이라는겁니다! 승상의 말씀이 곧 법도고, 행동이 곧 예법입니다!"


하지만 그런것마저 이해해주기엔 양수의 입장이 괜찮지는 않았다.


"하..."


마찬가지로 조비를 따라나온 사마의는 조비가 원해 그날밤도 어김없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자건도 이런 일을 한번 해봐야지. 언제까지 계속 붓만 잡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중랑장께선 종종 해보신 일이겠군요, 좋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더 잘먹는다고 하죠."


조비는 바둑알을 두려던 중 갑자기 멈추더니 사마의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는 어찌 될것 같나?"


사마의는 통 안에 든 바둑알을 손으로 몇개 집어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마초와 한수가 10만 대군을 전부 데려온것이 맞다면... 승부처는 멀리 가지 않고 동관에서 끝날것입니다.


서황과 조홍 장군께서 앞으로 열흘 안에 동관에 마초보다 도착해 남은 기간 동안 지켜내기만 한다면 가볍게 아군의 승리로 끝날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사마의는 말에 뜸을 들이더니 결국 답했다.


"승패와는 무관하게 아군 수만명이 죽을것입니다."


그렇게 수일 후 장기의 예상과는 달리 다른곳이 아닌 동관을 노리려 는 서량 연합군은 거의 동관에 도착해 정찰병으로부터 소식을 듣게 된 다.


"조조군이 먼저 동관에 도착해있습니다! 깃발을 보아하니, 하후연이 아닌 조홍이 와 있는것 같습니다!"


하후연이 아니라는것은 곧 조조의 선발대라는 뜻, 마초는 패기있게 한 수에게 주장했다.


"선발대라면 조조의 본대가 오기전까진 나흘 정도일것입니다! 그 전 에 처부수죠,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기다려라 마초, 여봐라! 동관을 지키던 병사들의 수는 어느 정도냐!"


"5천도 채 되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정예 기병들이였습니다!"


"조조는 선발대를 보내놓고 나서도, 본군에게 초 강행군을 시키는 버 릇이 있다. 멋대로 지레 짐작하는 적을 낚기 위해서지.. 아마 모래면 동 관에 도착할것이다."


과연 연륜이 있는 식견이였지만 막상 그렇다 할 해결책을 그도 내놓진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됐습니다, 저와 방덕이 목숨을 걸고 이틀안에 저 관을 함락시키죠!"


"잠까아안! 방금 다른 계책이 떠올랐다. 내 말부터 들어봐라!"


잠시 후, 동관 앞에는 서량군으로 보이는 수십명이 모이더니 다짜고 짜 큰소리로 그들 욕하기 시작했다.


"나와라! 환관 자식 종놈들!"


"다른 놈도 아니고 환관 자식 놈 종이라니 제대로 싸울 수는 있는거 냐!"


당연히도 조조의 인척이자 충실한 심복이였던 조홍은 분개해 칼을 뽑 으려까지 했지만 서황이 이를 최대한 말렸다.


"이놈들이...!"


"참으십쇼 장군! 저희 임무는 어떻게든 여길 지키는것이지, 절대로 함 부로 맞서 싸워서는 안됩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나도 고작 4천에 불과했던 병력으로는 뭘 어쩔 수 없는것도 맞기에, 조홍은 억지로라도 화를 눌렀다.


"...알겠네. 그렇다면 자네가 좀 말을 먹일 건초들을 살펴주게나, 나는 머리라도 식히고 있겠네."


"존명!"


서황이 자릴 뜨는걸 확인하자 서량 병사들은 다시 폭풍같이 욕을 시작했다.


"조흥! 부유한 니 재산도, 환관들 거시기 팔아먹은거 아니냐!"


"이놈들!!!!!!!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조홍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휘하 기병 1천을 데리고 관 밖으로 나갔다.


"조홍이 나왔다! 모두 도망쳐라!"


"거기서라! 모조리 죽여주마!"


병사 수십이 흩어지더니, 마치 기다렸다는듯 양 옆의 숲에서 개미떼처 럼 다른 서량군이 몰려와 한쪽은 조홍군을 포위하고 다른 한쪽은 막 문이 열린 동관을 향했다.


놀란 서황의 부장 주령은 급히 방어태세에 나선다.


"어서 관문을 닫아라! 적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다행히 딱 맞춰서 문이 닫혀 몇몇 서량군은 문에 말과 몸을 박아 쓰러 졌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밀어! 쪽수는 우리가 더 많아!"


"너무 늦게 닫았어! 저쪽이 밀어붙이고 있다!"


양측이 힘으로 문을 사수하거나 부수려고 하자 주령은 일단 서황을 불 렀다.


"뭐라! 멋대로 조홍 장군이?!"


"조홍 장군은 둘째치고, 동관도 내주게 생겼습니다! 이들은 버텨야 지 원군이 올텐데 이래가지곤 오늘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서황은 결단을 내린다.


"주령, 병사 5백을 줄테니 잠깐이라도 관을 사수하고 있어라. 내가 직 접 조홍 장군을 구출한뒤에 퇴각한다!"


"장군 안됩니다! 차라리 후퇴하실꺼면 지금 당장에 후퇴하셔야..!"


평소처럼 큰 대부를 쥔 서황은 단호하게 말했다.


"멋대로 빈손으로 퇴각했다간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조 홍 장군을 구해야 우리가 승상을 볼 낯이 생긴다.


그리고! 조홍 장군은 엄연히 삼군을 넘어 조정의 중추인데, 어떻게 그 런분을 놔둘 수 있겠나!"


그렇게 동관의 문이 열리더니 서황의 결사대가 닥치고 무대포로 진격 했다.


"정면의 적은 크게 신경쓰지마라! 각자 든 장창으로 곁에 오지만 못하 게 막아라!"


"와아아아아아!!!"


주령은 관문을 연채로 필사적으로 적들을 상대해 아군의 퇴로를 지키려했다.


"버텨라! 서황 장군께서 어떻게든 해주실꺼다!"


포위당한 조홍도 적장 마대와 일기토를 벌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었다.


"조홍! 여기 마대의 창을 받아라!"


"흥! 애송이 주제에 제법이구나!"


그렇게 서황이 포위망을 뚫을 때쯤 딱 포위망의 정중앙에 있었던 조홍도 그것이 구출 신호임을 알았다.


"조홍 장군! 어서 도망치십쇼!"


"고맙다 서황! 모두 들어라! 아군이 나온 쪽으로부터 퇴각한다, 서둘러라!"


극적으로 모두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동관은 내줄 수 밖에 없었고, 이는 하후연군에게도 소식이 들려진다.


"동관을 이틀만에 뺏기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조홍이 조인만 못하다 해도 어떻게 삼일도 못가!"


자신들이 고립된걸 안 종요는 어서 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


"장군, 이럴때가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장안에 가시지 않는다면 놈들에게 그것마저 뺏길것입니다!"


우선 하후연의 군사 3만도 무사히 장안으로 복귀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순조롭게 동관을 얻은 서량군은 의기양양해졌다.


"하하하하! 조조, 기다려라! 나 마초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