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초기 신라의 왕들의 가족 관계는 심히 복잡하기 그지없다. 누나의 아들이 낳은 딸과 결혼한 미추 이사금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그 누나의 아들이 선선대 이사금이니 한번 더 골치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박-석-김이 왕을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며,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사위가(ex>탈해, 미추, 내물, 실성) 계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보도는 한층 더 복잡하게 그려지는데, 부계와 모계 모두 다 그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석-김이 돌아가면서 왕을 했다는 부분은, 초창기 신라에는 성씨 개념이 없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신라인들은 다른 왕조가 세워진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했다싶이 전 왕의 사위가 왕이 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그 족단에 포함된 일원이 왕이 된 것이니까. 


2. 본격 계보도 정리


파란 숫자가 왕의 순서, 빨간 밑줄이 왕이 된 인물들. 그 외 인물들은 계보상 뺄 수 없는 인물들.(차로는 계승권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눌지랑 결혼하니까 있어도 될 것 같아서 삽입)

 


 위 계보도는 선대 왕의 자손들을 중심으로 그려넣은 계보도로, 괄호 안에 있는 인물들이 사위 혹은 자식으로서 아내 혹은 아버지를 대신(걸숙-기림)하여 왕이 된 이들이다. 


 물론 삼국사기에 적힌 가족 관계를 바탕으로 추론한 것이기에 다소 비약적이고 자의적인 편이다. 보반과 아류는 미추의 딸이라곤 나오지만, 광명의 딸일거란 보장은 사실 없기도 하고, 걸숙의 대타로 기림이 왕이 되었단 것도 사실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형제간의 순서도(특히 10-11, 13~16) 그냥 삼국사기의 왕 순서대로 맞췄을 뿐 정확한 근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어질 글은 순환논증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삼국사기의 왕 순서가 나름의 규칙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한번 망상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후대에 박씨 왕조로 규정된 시기는 예외적인 사례인 탈해와 파사를 제외하면 후대가 끊기지 않는 이상 적자(혹은 태자)에게 물려주려 했던 것 같다. 탈해는 후대의 석씨 왕조의 시조였기 때문에 중간에 끼어든 것으로 보이며(왜 굳이 이 때 끼어들었는지는 후술), 파사는 아예 원년 기사에 특수한 경우로 언급이 된다. 그렇지만 혁거세-남해-유리, 파사-지마와 일성-아달라는 적자 혹은 태자가 물려받은 경우이다.


 석씨 왕조부터는 형제계승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다만, 어느정도의 규칙은 있는 것인지 그 항렬의 사람들이 다 죽으면 적장자쪽의 자식에게 왕위가 돌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분의 누이의 자식인 우로의 경우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내해가 사위계승이었기에 우로의 왕위 계승권은 명원에게 귀속되었다고 가정하겠다. 그렇다면 흘해가 가장 마지막 석씨 이사금인 것도 명원이 가장 막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원래대로면 기림도 아래 세대지만, 아마 걸숙이 죽거나 모종의 이유로 이사금을 맡을 수 없어 걸숙의 대타로 이사금을 이었기에 흘해보다 먼저 이사금이 된 것이 아닐까?


 비약과 순환논증으로 범벅이지만, 이렇게 보면 석씨 왕조는 왠만하면 같은 항렬에 있는 이들이 전부 왕을 이어받고, 그 아래 세대에게 왕위가 내려가는 느낌이다. 전술했듯이, 탈해가 굳이 유리 다음의 왕으로 전해진 것도 같은 세대의 인물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규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전통은 김씨 왕조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내물과 그 다음인 실성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은 미추의 사위인데, 보반과 아류가 자매라는 것을 고려하면 (언니로 추정되는) 보반의 남편인 내물이 먼저, 그리고 (동생으로 추정되는)아류의 남편인 실성이 왕을 이어받는다. 공교롭게도 삼국사기 기준으로는 이 시기까지가 이사금 시기네.


 눌지 시기부터는 이제 박씨 왕조처럼 장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시기같다. 다만, 소지는 적장자가 없어 다시 위로 올라간다. 지도로(지증왕)는 내물왕의 증손자이자, 눌지의 딸인 조생의 아들이다. 혹시 눌지의 딸인 조생의 대리인으로 왕을 이었던 것이 아닐까? 위 계보도대로면 위로 올라가다 가장 적법한(?)이의 후손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아달라 이후에 벌휴가 왕이 된 것도 이해가 가는데, 아마 파사계와 일성계의 적법한 후계자가 끊기자 다시 위로 올라가서 적법한 후계자인 아효의 후손에게서 왕위를 넘겨주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도로 이후로도 모즉지(법흥왕) 이후에 아들이 없어서 동생인 사부지와 딸인 지소의 아들인 삼맥종(진흥왕)에게 왕위가 간다. 누구의 후손인가가 왕위에 더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넓게 잡으면 내물계, 좁게 잡으면 눌지계의 후손이 꾸준히 왕을 이어받고, 자식에게 왕위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큰 틀에서 정리해보면, 

1. 딸에게도 왕위 계승권이 있었기에 사위, 혹은 그 자식이 대신 왕이 된다.

2. 적법한 후계자가 끊기면 위로 올라가서 가장 적법한 혈통의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각 왕조별 특징을 보면,

1. 박씨와 김씨 왕조(정확히는 마립간 시기부터)는 왠만하면 자식에게 물려준다.

2. 석씨 왕조, 더 나아가 김씨 이사금 시기까지는 같은 항렬에 있는 인물들끼리 형제 계승이 이루어진다. 단, 그 아래세대로 내려갈 땐 적장자의 자식들을 중심으로 왕위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 이사금과 마립간


 물론 실제 역사상으로도 위 계보도의 순서대로 왕위가 이어졌을 거란 보장은 없다. 당장 가족관계가 위 계보도대로 이루어졌을지도 알 수가 없기 때문(나로의 아들이란 전승이 있는 파사, 일지의 아들이라는 일성 등). 그렇지만 적어도 위와같은 계보도로 기록된 이유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사금이란 명칭이 갖는 의미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사금의 의미는 연장자와 관련이 있다. 다만 이사금의 원 의미에 대해서는 ‘자비로운 군주’며, 후대에 그 의미를 잊어버리며 위와같은 의미가 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있는데, 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신라인인 김대문이 굳이 그 의미를 설명한 것만 봐도 이미 그 시기엔 그 의미가 잊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 


 그러나 어찌되었든, 삼국사기의 원 자료는 김대문의 ‘이사금’의 의미를 고려하여 저술되었을 것이다. 또한 단순히 ‘연장자’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조분, 적어도 첨해보단 나이가 많을 터인 미추나 유례~흘해보다 나이가 있을 것 같은 내물이 먼저 왕이 되지 못한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사위 자격으로 이루어진 계승이었기에 아내의 항렬이 적용되어 뒤로 밀려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내물 이사금에 대해서 삼국유사는 내물 ‘마립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태평어람>에는 382년의 신라왕을 ‘누한’이라고 기록하는데, 이 왕은 내물 마립간을 줄여서 표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내물시기부터 ‘마립간’이란 칭호가 쓰였을텐데, 왜 삼국사기는 ‘이사금’으로 소개되고 눌지부터 ‘마립간’이란 칭호가 시작되었다고 썼을까? 망상이지만, 내물시기까지도 이사금 시기의 전통(항렬계승)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 구분을 위해 그가 마립간을 사용한 사실이 2설로 밀려난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정사기록 위주로 참조한 삼국사기에는 내물 이사금으로, 과거의 흔적이 남은 사서를 참조한 삼국유사는 내물 마립간으로 작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의미 없는 망상을 해보자면, 이사금보다 ‘간’의 칭호를 쓰는 마립간이 티어가 낮아보이는데(특히 당대 신라 금석문에는 ‘매금’ 아래에 수많은 '~간'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간' 칭호를 사용하는 마립간이 이사금보다 티어가 낮았을 것이라 생각), 왜 <태평어람>에는 ‘누한’이 대표자였던 것일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본래 ‘마립간’은 내물계가 가지고 있던 칭호였으나, 고구려를 등에 업고(<태평어람>을 참조하면 광개토왕 사건 이전에도 고구려-신라의 관계가 좋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사금’을 제쳤던 것이 아닐까? 당시 ‘이사금’을 제쳤던 것이 아닐까? 후대 신라의 금석문을 보면 '매금'과 '갈문왕'이 거의 대등한 위치에 있다. '마립간'도  '이사금(매금)'은 아니었지만 고구려의 힘을 빌려 그와 대등한 권한을 가진 존재로 성장한 것이 아닐까?


참조한 글들:


https://cafe.naver.com/booheong/219783


https://arca.live/b/liteuis/74187616?target=all&keyword=%EB%A7%88%EB%A6%BD%EA%B0%84&p=1


https://arca.live/b/liteuis/71546253?target=all&keyword=%EC%9D%B4%EC%82%AC%EA%B8%88&p=1


https://arca.live/b/histor25385328036y/63101181?target=all&keyword=%EB%88%84%ED%95%9C&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