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8편{예정})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발...키리?"



말을 더듬는 사령관을 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본 발키리는 입맛을 다시고 한 걸음씩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그걸 본 사령관의 온몸에 순간 전율이 일었다.


'어째서 눈앞에 있는 발키리가 꿈의 주역인가.', '발키리의 꿈이 왜 폐허 같은 오르카를 구상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저 발키리로 보이는 개체에 잡히면 일이 곱게 흘러가지 않을 것 이라고 사령관은 직감했다


그렇게 판단한 사령관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단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를 저지할만한 무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던졌던 벽에 박힌 단도를 빼려고 등을 돌린 순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하다못해 집어 던질 만한 물건이...



'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사령관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책상에 향했다.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사령관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사령관의 기세가 변한 것을 느꼈는지 발키리의 여유롭던 발걸음이 사나운 기세의 뜀박질이 되어 있었다.


그에 맞춰 사령관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곳엔 그 누구도 없습니다. 허튼 생각 말고 얌전히 잡히십시오!"


"순순히 당할 거 같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발키리를 보며 사령관은 왼손엔 자신이 써오던 책상을, 오른손엔 전술 교본이 꽂혀있는 책장을 들어

그녀 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예상을 못 했는지 발키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쥔 칼을 버리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우당탕탕! 우지끈!


요란한 소리가 방안을 뒤덮으면서 먼지를 일으키자 사령관은 미리 봐둔 도주 경로로 방을 빠져나갔다.


몇십초 뒤


책과 나무로 덮여있는 잔해가 꿈틀거리더니 그 속에서 발키리의 상체가 삐져나왔다.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멍한 얼굴로 방금까지 사령관이 서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곧이어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지금 발키리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광기 서린 그녀의 웃음소리가 방을 넘어 복도에까지 울려 퍼졌다.


-


-


하하하-


복도에 울려 퍼지는 발키리의 웃음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사령관은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발키리의 근력이 일반 바이오로이드와 비슷해서 통하는 전략이었지

마이티나 스카디처럼 육탄전에 능한 신체였다면 씨알도 안 먹혔을 것이다.


생각할 여유가 생기자 사령관은 잠시 접어두었던 의문들을 꺼내 들었다.


어째서 이 꿈의 주인이 발키리인가.


꿈의 세계는 자신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태껏 자기의 부대원들은 물론 타 부대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아르망과 닥터의 심리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로 판단된 그녀가 어째서 위험인물로 적혀진 이들과 비슷한 양상의 꿈을 꾸는가...


대략 한 달 전부터 최근까지 발키리와 관련된 사소한 일을 하나씩 떠올려 본 사령관은 이내 한가지 전제를 깔아보았다.



'만약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연기한 것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의심에 사령관이 고개를 세차게 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근거 없는 의심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는 봐온 자료를 통해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는 것처럼

신중하게 정보를 끼워 넣었다.


뇌 내에서 몇 번씩 처리한 결과 두 가지의 경우를 추측했다.



첫 번째 가정: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모두의 눈을 속여가며 자신의 욕망을 감췄다.


두 번째 가정: 최근에 생겨난 욕망이라 다른 이가 확인할 틈이 없었다.



전자는 확률이 0에 수렴하는 반면 후자는 꽤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그럼 후자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의문에 사령관은 며칠 전 레오나와 발키리 셋이서 밤일을 치렀던 날을 떠올렸다.



'설마.'



여태껏 발키리와는 1:1로 해왔지만 레오나를 껴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일로 인해 그녀의 마음속에서 나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질투의 감정이 싹튼 것이라면?


그런 이유라면 꿈의 배경이 폐허가 된 오르카도 납득이 갔다.


이 넓은 오르카 호에 왜 구성원이 단 한 명도 없는가에 대한 의문도.


이 꿈에 나와 발키리만 남은 상황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것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한참을 뛰어다닌 사령관은 뒤를 돌아보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멈춰선 그는 이 사건의 시발점인 자신이 그녀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 멀리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온 정신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발키리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었기에 사령관은 뒤에서 서서히 접근하는 검은 인영을 알아채지 못했다.


-


-


사령관이 꿈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닥터는 지직거리는 화면 밑에서 눈이 충혈되는 것도 무시한 채

모니터와 패널을 번갈아 보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띵-동


그녀의 깊은 상념을 망치려는 듯 벨 소리가 울렸지만, 닥터는 개의치 않고 하던 일을 중단한 채 개폐 버튼을 조작했다.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이는 아르망 추기경이었다.


분명 자고 있어야 할 아르망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그것에 대한 해답은 닥터가 가지고 있는 1급 긴급호출 권한이었다.


사령관의 안위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시 각 부대의 지휘관, 지휘관 대리자 또는 각 구역의 반장들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닥터 또한 이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급하게 불려온 아르망이 수술대에 누워있는 사령관을 보며 닥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묻자

닥터가 힘없는 목소리로 일의 경위에 관해 설명을 해 주었다.



"큰일이야 추기경 씨. 꿈속에 있는 오빠랑 연락이 안 돼."


"...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닥터 양."


"그게..."



닥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아르망의 동공이 점점 더 커졌다.


지금 사령관이 여기에 누워있는 이유, 최근 닷새간 있던 사령관이 밤에 했던 일 그리고 자신을 부른 이유 등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이 닥터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아르망은 닥터를 향해 손바닥을 들어


닥터에게 잠시 조용히 있어 달라고 제스처를 취한 후 눈을 감고 연산작업에 들어갔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눈을 뜨자 아르망의 기세가 흉악하게 피어올랐다.


그녀의 기세에 닥터가 움찔했지만, 아르망은 그런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닥터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책망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폐하는 인간입니다. 저희와 다른 인간이라고요!

아무리 신체를 오리진더스트로 강화하였다고 한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혹사시키다니 제정신이십니까!"


"하, 하지만 오빠가 괜찮다고..."



닥터가 무어라 항변하려 했지만 화가 차오른 아르망은 그 기회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미안해."



그 모습에 닥터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사과를 하자 아르망도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화를 가라앉혔다.


길게 내뱉는 한숨에 깊은 탄식이 서려 있었다.



"후, 아닙니다 닥터 양. 제가, 조금, 많이, 흥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 말한 아르망이었지만 닥터를 보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닥터는 그 시선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계속 말해보세요'라는 아르망의 요구에 자신이 말하려 했던 내용을 이어나갔다.



"오빠는 지금 레오나 언니의 꿈을 넘기고 다음 꿈에 향했지. 그리고 거기서 발키리 언니를 보았어."


"하지만 그 모습은 평소의 언니가 아닌 것 같았고 영상은 거기서 끊겼지."


"추기경 씨를 부른 이유는 발키리 언니의 방에서 발견한 이 편지 때문이야." 



닥터가 건넨 편지를 받은 아르망이 반으로 접힌 종이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밑으로 향할수록 아르망의 표정이 점차 굳더니 마지막 줄에 이르러서는 손을 덜덜 떨며 주저앉았다.



-사령관 드림-


경애하는 사령관님.


저는 아직도 제가 치른 첫날 밤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밤새 저를 재우지 않으시고 사랑을 속삭여주신 그날 저는 행복이란 감정을 알게 되었죠.


다음 날 아침 저를 끌어안은 채 자고 있는 당신을 보며 저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대장님보다 먼저 맺어져 배신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내 들려온 희소식에 죄책감을 덜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오르카 호에 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합류하면서 제가 당신과 함께하는 날은 더 적어졌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서운하다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령관님과 관계를 나누기로 한 그날 저녁에 저는 대장님으로부터 3p 즉 쓰리썸이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죠.


난생처음 하는 플레이였지만 저는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기고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제 몸 위에 올라타 있는 대장이 사령관의 물건으로 쾌락에 빠진 얼굴과 교성에 저는 갑작스레 대장에게는 이유 모를 질투심을, 사령관님에겐 실망감을 느꼈죠.


이 비정상적인 감정을 느낀 이후로 대장님을 대하는것도 다른 이들을 대하는 것도 조금 힘들었지만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고자 온 힘을 다 쏟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물든 추악한 감정은 비료 먹은 잡초처럼 자라나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제 마음 한 쪽에 요새처럼 자리 잡았고


그것은 이제 제 꿈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령관님.


꿈속에서 저를 만나신다면 멀리 도망치십시오.


누구도 찾지 못할 장소에 숨어계십시오.  


사령관님이 어디 있든지 간에 저는 늘 그래왔듯 사령관님을 찾아낼 것입니다.


-발키리 올림-



"이게 무슨..."



남들과는 다른 시야를 가진 아르망은 그 편지에 담긴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내용에 아르망은 허탈함에 물든 표정으로 땅바닥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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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핫하.


발키리도 3편으로 끝내고 다음 애로 넘어가려 했는데 이거 4편각이 날카롭게 섰다...


p.s 작가는 레오나와 발키리 둘다 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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