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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7)

 

 

 

 

 

주인님은 의외로 노는 걸 좋아해! 하지만 바빠서 못 노는 것뿐이야!

 

아쿠아

 

 

 

 

 

22.

 

“오늘 이렇게 모인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저는 ‘T’라고 합니다.”

 

야심한 밤, 저희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와 아스널 대장, 소완, 포이, 마지막으로 리리스까지 왔습니다.

 

“그럼 나는 아스널이라고 불러라!”
 
“……아니, 그러면 이 웃기는 빵 봉투를 뒤집어 쓴 보람이 없잖아요.”

 

“그런가. 그럼 나는 A다!”


“귀찮으니까 그냥 이거 벗으면 안 돼요?”


“신분 보호를 위한 거니까 안 돼요.”

 

“어차피 서로 다 아는 사이잖아요. 새삼스레 이런 게 필요한가요?”

 

그렇게 말하며 다들 제가 나눠준 빵 봉투를 휙 집어던졌습니다.

 

“흠흠, 아무튼 ‘오르카 인류 재건 동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희들은 인류의 재건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조직으로-”


“탈론페더 씨는 그냥 포르노를 찍고 싶으신 거잖아요.”

 

“……훗날 쓰일 자료를 모으는 것뿐이에요. 절대 사적으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랍니다.”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명분 정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오르카 호에 바이오로이드들이 집결하고 벌써 2년째, 하지만

 

사령관님께선 그 누구에게도 손을 대지 않고 순결을 지키시고 계시죠.”

 

“난 만날 때마다 하자고 권유하지만, 한 번도 넘어온 적 없었다.”


아스널 대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건 인류의 위기! 어쩌면 인류는 한 남자가 섹스를

 

하지 않아서 멸종할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냐하하하, 사실 전 주인님이랑 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어요.”


“소첩은 그저 그 목석같은 분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어서…….”


“리리스는 주인님이 그 차가운 표정으로 매도해주면 좋겠어요!”


후후, 투지가 대단하니 걱정할 건 없겠군요. 다들 훌륭한 숙녀네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 사령관은 정신적으로 식물이나 다름없다.”


“사실 전 반쯤 포기 했어요……뭘 어떻게 해도 넘어오시질 않으니…….”


“여러분, 야스각은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소완!”


제가 말하자 그녀가 상자에서 작은 병을 꺼냈습니다.

 

“호오, 그건?”


“제가 특별히 준비한 최음제입니다. 한 방울만으로도 48시간 정도 누구든

 

발정기가 온 수캐로 만들 수 있지요. 후후…….”


“그럼 그것만 있으면 주인님이랑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옵니다. 음식은 제가 준비하니, 마시게 하는 건 어렵지 않사옵니다.”

 

“잠깐, 그러면 우리 중 누가 하는 거지?”


아스널 대장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보았습니다.

 

“……여러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지만 일단 기다리세요.

 

중요한 건 누구든지 사령관님의 동정을 따먹으면 그만이에요.”


“어째서죠?”


“한국엔 이런 속담이 있더군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일단 한 번

 

맛이 들리면 그걸 잊지 못하시겠죠. 뭐, 정 안 되면 찍은 영상으로

 

협박하면 그만이고요.”

 

“하하하! 사령관을 협박하다니, 대단한 기개로군. 마음에 든다!”


“그리고 하나 더. 미약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이것을 입수해야 합니다.”


저는 타블렛을 눌러 뽀끄루의 뿔 사진을 띄웠습니다.

 

“이 장치엔 사람을 세뇌시키는 기능이 있어요. 최면 어플처럼 뭐든지

 

가능한 건 아니지만 사령관님의 절제력을 없애는 것은 가능할 거예요.”


“과연 앵거 오브 호드의 참모……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럼 뿔은 포이랑 리리스 언니가 맡을게요.”


“나도 돕지. 미약 쪽은 소완 혼자서 맡아도 될 거다.”


“저는 촬영을……헤헤, 드디어 그 긴 인내 끝에 성과를 거두겠네요.”


이렇게 하여, 저희 오르카 인류 재건 동맹의 첫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은 장면이 찍힐까 생각하면 벌써부터 자궁이 큥큥 울리네요…….

 

 

 

 

 

 

 

23. 

 

“주인, 오늘은 제가 특식을 준비했사옵니다.”


결전 당일, 저는 침실에 숨겨놓은 카메라로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방 안에는 콘스탄챠와 사령관님뿐이었습니다. 

 

“들어오세요. 주인님, 점심 드실 시간이 됐네요.”


“평소처럼 빨리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좋습니다만…….”
 
“가끔은 이렇게 영양을 보충해야 하옵니다.”


소완이 사령관님 옆에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두고 나갔습니다.

 

이제 저걸 먹으면 바로 옆에 있는 콘스탄챠랑……우헤헤헤…….

 

사령관님께선 한참 일하시다가, 스테이크를 썰어 먹었습니다.

 

‘야스각이다, 야스각! 침실에서 야스! 침대에서 절정 교배프레스! 메이드와의

 

금단의 사랑! 에헤헤헤, 빨리! 이성 따윈 던져버리고 얼른 보여주시죠!’

 

“……좀 더운 것 같습니다. 옷을 벗겠습니다.”


“네? 아, 기온을 좀 낮출게요.”


드디어 옷을 벗었습니다! 아아아아아! 좋아! 아주 좋은 흐름입니다!

 

“끄응, 오늘따라 몸이 뜨거운 게 이상하군요. 감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약을 받아올까요?”


“아뇨. 콘스탄챠, 저를 위해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뒤의 전개는 안 봐도 비디오! 전 정석적인 순애 메이드물도 좋아합니다.

 

“화장실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네, 뭐든 맡겨만 주세요.”

 

화장실에서 야스! 변기에 앉아 야스!! 아아, 왜 저는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할 생각은 못 했을까요. 진짜 좋은 게 찍힐 텐데……!

 

잠시 후, 닫힌 화장실 문 너머로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아앗. 주인님, 너무 축축하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딱 좋습니다……허억, 허억……이대로 계속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봉사에 만족하시면 좋겠네요.”


저 문을 부수고 싶어! 저 문을 부수고 안을 볼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요!

 

“꽤 시원합니다. 후우우……가끔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주인님께 이런 일을 해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그 때, 화장실 문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야스! 야스! 야스! 야스! 야스! 마! 빨리 야스하고 후딱 끝내 삐라!!”


그리고 문 너머엔 금단과 배덕의-

 

……등목?

 

사령관님은 화장실에 엎드려 있었고, 콘스탄챠가 그 위에 물을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허어……허으으……좋습니다. 정말 좋군요.”


“시원하세요? 그나저나 샤워를 하시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왠지 등목하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 싯팔!! 콘스탄챠랑 폭풍야스 왜 안 하시는 거냐고요!!

 

아니, 몸이 뜨거워지면 당연히 메이드한테 봉사해달라고 한 다음 야스하는 게

 

정석이잖아요? 왜 거기서 등목으로 넘어가는 거죠? 

 

혹시 멸망 전의 방송심의위원회가 아직 남아있던 건가요? 이거 혹시 전체 이용가인가요?

 

“아, 아냐……침착하죠, 아직 야스각은 살아있어요…….”


이미 대비는 해두었습니다. 플랜 B는 실패할 리 없습니다.

 

포기란 없습니다. 오늘에야말로, 기필코 첫 번째 영상을 찍는 겁니다……!



 

 

 



 

24.

 

다음 날.

 

뽀끄루의 뿔 탈취는 성공했습니다. 

 

사실 훔치다가 들켜서 협박으로 빼앗았지만, 어쨌든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일정에 따르면 정확히 오후 3시 15분에, 사령관님께선 연구실로 향하실 겁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을 차지하고 매복하면……절대 실패할 리 없어요.’

 

저는 카메라로 사령관님의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운명의 오후 3시 15분. 마침내 사령관님이 복도로 나왔습니다.

 

“여기는 T, 매복조. 알파가 움직였습니다,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작전에 실패하지 않도록 먼저 도주로를 차단하고 필요하면 제압하세요.”

 

“알겠어요! 냐하하, 제가 주인님의 첫 상대가 되다니 기쁘네요!”

 

“포이! 주인님의 첫 상대는 저랍니다! 순서는 지키세요!”

 

‘난 순서 따윈 신경 안 쓴다. 뭐가 됐든 하면 그만이다!’

 

세 사람 모두 준비된 모양이군요. 후후, 오늘은 실패할 리 없습니다.

 

잠시 후, 매복조가 기다리고 있는 복도에 사령관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신호하면 작전 시작하세요. 3, 2, 1!”


“넌 못 지나간다!”


“냐하핫! 주인님, 등짝만 볼 테니까 가만히 계세요!”

 

“이,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포이와 리리스가 사령관님의 양팔을 붙잡고, 아스널 대장이 뿔을 작동시켰습니다.

 

“자, 이제부터 그대는 욕망에 충실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걸 잔뜩 하는 것이다.”


“크, 크으윽……!”


“우후후……주인님, 드디어 리리스를 예뻐해 주실 기분이 드시나요?”


“포이랑 잔뜩 냥냥하자, 응……?”


사령관님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첫 영상부터 4P 난교라니, 너무 좋아요!

 

자, 빨리 제게 보여주시죠. 2년 동안 응어리 진 사령관님의 성욕을……!

 

“……우…….”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사령관님이 폭발했다!?

 

갑자기 사령관님이 제복을 모두 벗어던진 후, 엄청난 속도로 뛰쳐나갔습니다.

 

“어, 어? 어디 가세요, 주인님!?”


“머뭇거릴 틈이 없습니다!!”
 
너무 빨라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디 가시는 거죠?!

 

잠시 후, 사령관님께서 어느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응? 어……인간? 왜 옷을 벗고 있는 게냐?”

 

“주인님, 혹시 우리랑 놀고 싶어서 온 거야?”

 

방엔 LRL과 아쿠아, 그리고 안드바리가 있었습니다.


저긴……어린이 놀이방? 왜 사령관님이 저길 가신 거죠?

 

“저번부터……여러분이 하던 그 보드게임……블루마블……저도 좋아합니다.”


“사령관님이 게임을 좋아하셨다니, 전혀 몰랐어요.”

 

“매번 같이 하고 싶었지만……그, 저는 매우 바쁘고……무엇보다도 어른이라

 

함께 놀고 싶다고 말하는 게 힘들어서……여태껏 참고 있었습니다.”


“마침 잘 됐느니라. 오늘은 특별히 인간의 참여를 허가하마!”

 

“정말 괜찮겠습니까? 제가 껴도 됩니까?”


“주인님도 같이 놀자! 마침 보드 게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오오……!”


사령관님이 방에 들어가신 후, 정말로 보드 게임을 시작하셨습니다.

 

몇 년이나 모셨지만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아앗! 인간, 그건 치사하지 않느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입니다.”

 

“힝……한 번만 봐주면 안 돼?”


“……알겠습니다. 대신 공격을 안드바리한테 하겠습니다.”


“으엣. 사, 사령관님 너무 잘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매일 잘 때마다 머릿속으로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아하하하! 뭐야 그게! 주인님 이상해!”


……어휴. 저는 그 모습을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르카 인류 재건 동맹의 첫 작전은 실패인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령관님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봤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죠.

 

 

 

 

 

 

 

 

25.

 

“E-16 탈론페더, 여기 계셨습니까.”


“흐익.”


복도를 걷던 중,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왜 사령관님이 저를……설마, 전부 들통 났을지도 모릅니다.

 

“왜, 왜 그러세요? 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이미 블랙 리리스한테 듣고 왔습니다.”


다 알고 오셨다니……이렇게 되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발 징계만은…….”
 
“애석하게도 그런 활동을 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 묻고 싶어서 말입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에- 그냥 개인적인 취미 같은 거여서……전 남이 하는 걸 보는 게 좋거든요.”


“정신병적인 관음증이로군요.”


윽. 분명 그게 맞지만, 그렇더라도 왠지 가슴이 쿡쿡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인류 재건을 걱정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어요!”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된 문제입니다.”


“네?”


혹시 숨겨둔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죠?

 

“저는 인류 재건을 위해 인공 자궁을 닥터에게 만들라고 지시했었습니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 쓰고 있지 않지만, 안정기에 들어서면 쓸 예정입니다.”

 

“그냥 관계를 하시는 게 낫지 않으세요?”


“쓸데없는 체력과 시간이 낭비됩니다. 착상할 가능성도 훨씬 낮습니다.

 

효율적으로 생각했을 때 인공 수정 방식을 쓰는 게 좋습니다.”

 

아- 뭐 그렇겠죠. 괜한 말을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역시, 쓸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방금 그건 무슨 뜻으로 하신 걸까요?

 

저는 영문을 모른 채 멀어져가는 사령관님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령관은 보드게임 고인물이다. 하지만 보드게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못해서

2년째 상상으로 혼자 게임을 했다

그리고 사실 옷 벗는 걸 좋아한다. 이유는 딱히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