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철충과의 전투도 없는 한가로운 오르카호. 레이븐은 모처럼 궁금한 것을 해결하고 싶어져서 로얄 아스널 전속 부관 비스트헌터를 찾아갔다. 아스널이 복구된 지금은 비록 부관이지만, 라비아타가 최초로 저항군을 결성했을 때부터 오르카호에 합류해있던 올드멤버라 캐노니어에서 그녀만큼 오르카 뒷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도 잘 없었다.

“비헌~ 잠깐 이야기 가능할까?”

“네, 말씀하세요.”

레이븐은 웃음을 꾹 눌러참았다. 차라리 카엔처럼 말이 없는게 더 나을 것 같은 발성은 멸망 전이나 후나 캐노니어의 웃음벨이었으니. 헛기침을 잠깐 한 뒤, 레이븐은 질문을 이어갔다.

“내가 알기로는 대장, 멸망 전엔 저렇게 색정광은 아니었는데 대체 내가 합류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랬다. 로얄 아스널은 멸망 전에는 저정도까지 남성을 갈구하는 바이오로이드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벌써 처분되거나 T자 돌림자 쓰는 양산기체로 바뀌었을터. 멸망전 로얄 아스널 기종은 평범하게 인간들을 도와 철충과 장렬히 싸우고, 캐노니어 내에서도 마치 장녀와 같은 근엄함을 보여줬었다.

“멸망 전 구인류는, 그저 대장을 제복입은 바이오로이드로 대해줬습니다. 그래서 대장도 그런 본인의 모습에 순응하고 있었던거죠.”

부관 비스트헌터는 태연히 서류를 읽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대장을 보자 눈이 특이하다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눈?”

탁탁. 비스트헌터는 서류를 탁탁 쳐서 가지런히 했다.

“멸망전 사람들은, 바이오로이드를 그저 하나의 공산품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대장의 녹색 안광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흠흠. 대장이 보여주는 여성성만을 탐했죠.”

“가슴과 몸매 말이지? 비헌도 참 부끄럼쟁이라니까.”

비스트헌터의 얼굴이 점차 달아올랐다.

“어쨌거나, 사령관은 저희가 배속될 때 최소한 저희의 얼굴과 눈을 봐주려고 하잖습니까?”

그렇다. 레이븐이 이렇게 헐벗고 다녀도, 사령관은 남자로서의 본능을 억누르고 최대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려고 했다.

“그게 대장님 속의 스위치를 킨 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령관, 지금 그 한마디 말한거 후회하고 있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비스트헌터는 정리하던 로얄 아스널의 공가 서류에 도장을 찍고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이딴 이유로 공가를 내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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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핫세 에피소드 차용. 근데 글 쓰면서 보니 엘븐도 눈동자 별모양이더라...

그리고 아스널 쉑 지구력 B+밖에 안되면서 뭔 색정광 컨셉 잡았냐  


키보刀 대회 소재도 있고 나가고는 싶은데 직장인은 매주 6천자 쓰기 버겁다... 그냥 내맘대로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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