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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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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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는 라붕이들에게 안 좋은 소식. 당분간 떡신은 아마 없을 예정.

장화와 사령관의 화해를 좀더 개연성 있게 풀어내고 싶어서 서사에 공을 들이려고.

아마 분량도 4화 이상은 넘어갈지도?

기다리는 만큼 야쓰는 아주 화끈하게 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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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됐다...


닥터의 치료를 받는 사령관. 깨진 이마 위로 하얀 거즈를 덮는 동안 사령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음. 침울하게 가라앉은 사령관의 모습에 닥터가 우물쭈물함. 닥터 입장에서는 누구의 편을 명확히 들어주기 까다로움


그날 장화가 한 발언은 명백히 선을 넘은건 분명함. 이전에 오메가의 세력과 충돌이 있었을 때 오르카측도 꽤 피해가 컸음. 사령관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고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었는데 오메가 측의 간부 하나가 사령관을 도발함. 거센 수위의 도발에도 사령관은 무시로 일관했고 거기에 성질이 난 간부가 엄청난 모독을 행함. 사령관 뿐 아니라 오르카의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침묵하던 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옆에 있던 레오나의 권총을 빼앗더니 그 간부년이 나오는 패널을 쏘면서 말함


-오메가 전에 너부터 씹어먹어주마.


겉으로 티나지 않은 어마어마한 분노로 이성이 날아간 사령관은 오메가와 대립하던 병력을 모두 물리고는 바로 그 간부년을 집중 타격.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림. 게다가 일석이조라고, 알고보니 이 간부년이 오메가 측의 보급 담당이라서 오메가는 한순간에 승산을 잃고 바로 후퇴해버림.


포획된 간부는 끊임없이 사령관을 도발. 곁에서 듣고 있던 지휘관급들이 되레 분노해서 사령관에게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사령관 한 마디로 일축


-전부 닥쳐.


평상시라면 상상도 못할 거친 언행에 순간 모두 얼어붙음. 그리고 이어지는 사령관의 처벌. 너무 끔찍해서 감히 입에 담기도 두려울 정도. 그 간부년도 자기에게 닥칠 처벌에 순식간에 절망하면서 사령관에게 애원하기 시작. 아부에서 사령관을 위한 정부가 되주겠다느니,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 개가 될테니 제발 살려달라고 빌지만 사령관은 짧게 거부.


바로 처벌. 죽는 그 순간까지 극한의 공포와 절망, 그리고 상상도 못할 굴욕을 안겨줌. 그 광경은 오직 지휘관급들만 사령관과 함께 지켜봤음. 끔찍한 과정이었지만 누구도 간부년을 동정하지는 않음. 적인데다 그년이 한 말을 생각하면 사령관의 반응도 정상참작 됐기에.


장화가 한 발언은 그 간부년만큼 모독적인건 아니었지만 분명 사령관을 격노시키기엔 충분했음. 때문에 어찌됐건 이 일의 시발점은 장화가 분명했기에 무작정 장화를 두둔할 수는 없음.


그렇다고 사령관이 잘한 거냐면 그것도 절대 아님. 왜냐면 사령관이 행한 처벌은 제대로 된 처벌도 아닌 사령관이 순수히 자신의 감정에 몸을 실은 너무 사적인 처벌이었기 때문. 그 간부년은 적이었으니 괜찮았을지 몰라도 장화는 이제 엄연히 오르카 소속임. 하다못해 홍련이나 다른 지휘관급에게 처벌을 맡겼거나, 하더라도 차라리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렸으면 모를까.


사령관이 한 짓은 장화의 영혼을 짓밟아버린 행위였음. 사랑이라는 감정과 행위를 모르는 장화에게 고통보다 괴로운 쾌감을 안겨주고, 몸이 부서질 정도로 혹사시키고 정신을 사정없이 유린한 거임.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고 해도 그것만은 절대로 해선 안될 일이었음. 그렇지만 결국 사령관은 분노에 몸을 맡겨서 장화를 유린함.


파국은 결국 지금의 사태로 발전됨. 장화는 이제 수시로 발작하면서 절정하게 됨. 간혈적으로 찾아오는 쾌감에 나날이  피폐해져 감.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불안한 애가 무너지기 직전에 간신히 건져짐. 그 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령관. 닥터는 둘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함. 


-닥터.


-으.응 오빠..?


-앞으로 장화의 회복에 도움될만한 뭐든 지원해. 내가 허락할테니까.


-응...알았어.


-....피곤하다....너도 가서 쉬어.....


닥터가 나가고 사령관실. 사령관은 장화를 처벌하던 그 날을 떠올림. 성도구들로 장화를 마구 희롱하고 가지고 놀던 그 순간들. 장화가 반항하고 협상하고 사령관에게 발악하던 순간. 그리고 사령관이 처벌육체 퍼니셔로 갈아타서 장화를 유린하던 순간. 거대해진 육체로 한참 작은 장화를 짓누르고 쑤시고 쥐어짜던 그 순간들. 장화의 얼굴이 공포와 절망으로 얼룩지던 그 순간들. 


-제기랄....


뒤늦게 후회가 밀려오는 사령관. 언제나 오르카호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를 자기 가족으로 여겨옴. 그 옛날 테마파크에서 구 인류가 행한 역겨운 만행에 치를 떨며 자신은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날 자기가 장화에게 했던 짓이 구 인류와 다를바가 없다는 사실에 사령관은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낌. 물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들었다면 그 정도 가지고는 구 인류하고는 비교할 수 가 없다고 말해줬겠지만.


장화에게 한 짓은 실수 따위가 아니라 그냥 명백한 자기의 끔찍한 죄악이라고 사령관은 괴로워함. 이렇게 추잡한 일면이 자기 내면에 자리잡고 있었다니.  평소에 그렇게 가족들이라고 여겼건만 겨우 분노에 이성이 나가서 그 작은 애를 죽을만큼 괴롭히고 정신에 상처까지 줬다는 사실에 토악질이 밀려옴. 그리고 이게 오히려 자기 본성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듬. 평소에 오르카호의 일원들을 아끼던 게 사실 자기 본성을 감추려는 위선에 불과하고 자기도 결국 그냥 구 인류나 펙스의 늙은 쥐새끼들처럼 저들을 무의식적으로 노예처럼 대하던 게 아니었나 싶음.


그리고 이런 잘못이 또 되풀이될까 그것도 두려움.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고. 벌써 장화한테 씻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는데, 다음은 누구한테 그럴지 이젠 두려울 지경.  도저히 오르카의 다른 이들과 얼굴을 보며 웃고 즐거워할 자신이 없어짐. 그들에게 미안해서, 장화에게 미안해서. 어쩌면 자기는 최후의 인류로 있을 자격도 없고, 오르카호에서 반란 세력을 이끌어서 세상을 다시 부흥시킬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의심까지 듬. 


지금이라도 나가서 사령관 자리를 때려치고 오르카호에서 스스로를 추방시키고 싶음. 그렇지만 그랬다가는 오메가는 물론이고 철충과 별의 아이들에게 유린당할 오르카 세력 때문에 그러지도 못함. 결국 사령관은 그날 하루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음. 아르망과 콘스탄챠가 찾아와도 전부 물림. 도저히 그들을 마주할 면목이 없음.


그렇게 그 날 밤은 모두에게 상처로 남은 밤이 됨. 트라우마로 괴로우하는 장화, 그런 장화를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던 홍련도, 그런 상처를 주고서 뒤늦게 후회하는 사령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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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시간이 흘르고 흘러서 제법 지났다고 여겼을 때. 상황은 조금씩이나마 호전이 되가고 있음. 장화는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보다 좋아져 감. 여전히 발작 증세는 남았지만 다행히 진정제 섭취로 가라앉고, 어떤대는 장화가 심호흡과 자기 만의 방법으로 날려버릴 정도가 됨.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홍련의 공이 매우 컸음. 낮에도 밤에도 늘 장화를 돌봐주고 챙겨줌. 자는 도중에 발작이 일어나서 장화가 버티질 못하고 깨울 때도 단 한번도 싫은 티를 내지 않음. 우울증으로 히스테릭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서 홍련에게 울부짖으며 행패를 부릴 때도 묵묵히 받아줌. 그리고 장화가 진정될 때 남몰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고 오열함. 괴로워하는 동생의 모습에 늘 억장이 무너져서.


장화가 치료에 성실히 받는 것도 이 때문. 홍련이 자기 때문에 울고 있는 모습에 처음으로 누군가 아무 대가 없이 자기를 사랑해준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하고, 홍련이 우는 모습에 자기도 억장이 무너져서. 누군가 자기 때문에 슬퍼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괴로운 줄 몰랐음.


아무튼 장화의 꾸준한 치료와 홍련의 애정어린 케어 덕에 상황은 전보다 많이 호전돼서 이제 장화도 작전에 투입될 정도. 오늘도 몽구스팀 작전을 마치고 복귀. 


-오늘도 닥터한테 가 봐야지?


-응. 약이 슬슬 떨어지고 있어서. 아껴먹는데도 금방 동나네.


이제 홍련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살가운 대화를 해냄.


-저기 언니.


-응 장화야?


-사령관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홍련이 몸을 떰. 장화에게서 사령관 얘기가 먼저 나올 줄을 상상도 못했음


-닥터가 그랬잖아. 사령관하고 이렇게 얼굴 안 보고 지내는게 무작정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그리고 이렇게 작전 나가고 올 때마다 앞으로 마주쳐야하잖아.


-......


홍련은 아무 말도 못함. 언젠가 사령관에게 장화의 치료 현황을 보고하러 간 적이 있었음. 그 전날 밤도 발작으로 뜬 눈으로 지새운 탓에 몸고 마음 둘다 피폐한 상태였음. 사령관이 묵묵히 보고를 듣던 모습에 순간 욱 하고 올라옴. 장화를 저렇게 만든 인간이 저렇게 태연하다는 사실이 뭇내 억울하고 야속함. 자기도 모르게 사령관에게 원망의 눈길을 쏘아보내고는 그대로 나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령관이 자기하고 눈을 못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됨.


게다가 사실 최근 사령관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음. 사령관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일만 하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하고 잘 만나지도 않는다고. 콘챠와 아르망에 의하면 냉혹해진 거랑은 다른게 사령관이 바이오로이드들하고 얼굴을 마주하질 못한다고. 자기가 먼저 고개를 돌리고 이전보다 훨씬 울적하고 무기력해졌다고. 


뒤늦게 홍련은 자기가 사령관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사실에 서둘러 사과하러 갔지만 사령관은 태연자약.


-사과하지 않아도 돼.....난 그럴 자격 없는 놈이야....


사령관의 눈은 초점과 광채가 사라진 상태였음. 그제야 홍련은 사령관도 뒤늦은 후회와 자책으로 일그러졌다는 걸 깨달음. 아마 장화에게 사과하러 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 짐작함. 도저히 장화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서. 장화에게 사과를 할 면목이 없어서. 


-그....좀더 호전된 다음에 만나는게 좋을 거 같아.


-그래?...그럼 하는 수 없지 뭐...


아쉬운 듯 어깨를 늘어뜨린 장화. 홍련이 토닥여주자 장화가 작게 중얼거림.


-어서 만나야 나도 사과하는데....


-뭐..뭐...?


뜻밖의 말에 홍련이 되물음. 장화가 머리 하나 더 큰 홍련을 올려다 보며 대답함.


-그.....아직도 사령관이 무섭긴 해....그 날 생각하면 다리도 떨리고 이도 부딪히고....그래도 그 날 먼저 잘못한 건 나였잖아. 내가 그날 그런 말만 안 했어도 그런 일 없었을 거고, 사령관이 나 미워해서 이렇게 안 만나주지도 않을 거고.


-장화야....


멘탈 치료는 단순히 발작 치료만이 아니었음. 늘 애정결핍으로 불안하고 덜 성숙했던 장화의 정신을 한층 더 성장시켜줬던 거. 여전히 누군가에게 미움 받고 사랑 받지 못하는 것에 장화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제 남을 생각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었던 거.


홍련은 그런 장화가 안쓰럽고 대견해서 가볍게 안아줌. 그리고 조만간 자기가 사령관과 장화가 만날 자리를 주선해보기로 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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