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의 실패


주인공의 실패


이걸 구분해서 연출해야 한다고


예를 들어 게임에서 


시스템 상으로 절대 잡을 수 없는 보스가 있음


근데 이걸 플레이어가 알아차릴 수가 없으면 유저는 그냥 무한 트라이 반복하다가 빡종해버리거나 하는 경우도 생김


이 경우 게이머는 이걸 단순히 게임 내 주인공의 실패만이 아니라 게임을 공략해내지 못한 자기 자신의 실패로 인지하게됨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이번에는 보스에게 패배하자 컷신이 등장함

조력자가 등장한다거나 해서 주인공은 공략 불가능한 보스에게서 벗어나 도피하거나 조력자의 도움을 얻어 다시 공략에 뛰어듬


이 경우 게이머는 이걸 단지 주인공의 실패, 그리고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좌절로 쉽게 이해하게 됨


게이머 자신의 실패로까지 확장되지 않음



라오는 게이머와 사령관이라는 주인공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서 꽤나 공을 들였음

HMD를 본뜬 UI, 전투 시마다 패널이나 HUD를 이용한다는 묘사를 꼭 넣는 다거나

배경으로도 유일한 인간이라거나 하는 등등

복씨 강연에서도 기획 단계에서 단순히 은영전 게임판 같은 것들이나 삼국지 같은 것들 처럼 화면 밖 플레이어가 바로 여러 영웅을 소유하는 형식이 아니라

게임 내 분명한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이 이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컨셉을 잡았다고 설명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만약 사령관이 오르카의 누구를 잃게 된다면

이건 단순히 주인공의 실수가 아니라 게이머인 라붕이들의 실수로까지 확장될 여지가 있고

실제로 그만한 당위성을 부여해야만 납득이 될 공산이 큼


공식 만화들 같은 경우는 

애초에 독자인 우리가 상황 안에서 개입하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확실하게 쟤들은 좆간들 아래에 있었고 이미 멸망 전쟁 때 다 죽은 애들이라서

뭔가 죽고 다치고 하는 것에 확실한 당위성이 필요가 없음. 그냥 그 상황에 맞는 핍진성만 필요함.


그런데 인게임에서 죽는 것은

게임 내 전투를 이끌어가는 내 휘하의 누군가가 죽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말로 게이머가 선택지를 잘못 택했다든지 판단 미스를 했다거나

묘사되는 상황과 캐릭터의 성격에 합당한 이유와 불가피한 결정 때문에 캐릭터가 죽는 상황을 표현해야함

한마디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수준의 상황 묘사를 해줘야 주인공이자 게이머에게 납득을 시킬 수 있음.


결국 지금 오르카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거는 단순히 시나리오 서술이나 극적 연출의 문제가 아니라 

게이머들의 경험을 위해 깔아놓은 전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함


여기서 뭐 과몰입 하지 말라거나 게임 내 사건 묘사랑 나랑은 또 별세계로 이해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을 것 같은데

충분히 가능한 반박임. 실제로 그런 식으로 게임 즐기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고.

다만 관성이 충분히 커진 상태이고, 어느 정도의 플레이어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같이 희생과 상실에 대한 묘사는 게임 외적인 컨텐츠로 충족하는 전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