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보면 좋음


느와르 사령관 /느와르 리리스 / 느와르 아르망 


느와르 팬텀 / 느와르 레이스 /느와르 닥터


느와르 금란 1 - 23


느와르 감마 / 느와르 장화 - 과거


느와르 더치걸


ㅡㅡㅡ


정확히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그 좁은 방 안에는 무감정한 화약 냄새가 은은히 퍼졌다. 하지만 끈적거리는 피와 노폐물은 원한과 절망을 담아내며 바닥의 틈새 사이사이를 탐하고 있었다.


리앤은 자신의 연한 밤빛 머리카락과 볼을 매만졌다. 피가 튀어 끈적하게 달라 붙은 머리카락과 볼은 혈소판들이 서로 엉켜 딱딱하게 굳고 있었지만 여전히 감흥 없다는 듯 볼을 쓱 흝어 내렸다.


분노는 없었다. 오직 방 안에는 침묵만이 내리 깔렸다. 여전히 권총을 겨누고 있는 손과 힘 없이 툭 떨어지는 팔. 그리고 양 팔이 묶여 대롱대롱 매달린, 도살장의 고깃덩어리. 뒤로 꺾이며 비틀린 목과 입에서 저주 섞인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죽어가는 인간을 보며 아무런 표정도 지어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무감각한, 원래부터 감정이 없는 이들 처럼. 소위 말해 ‘그녀’스럽지 않은 태도와 표정이었다.


리앤은 너무나도 무감각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첫 살인에 대한 트라우마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녀가 아는 한 그것에 대한 증상은 일절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그저, 방아쇠를 당겼고 사람을 죽였다. 그 뿐이었다.


찰칵거리며 떨어지는 리볼버 속 탄피들이 바닥에 나 뒹굴었다. 그제서야 리앤은 탁해진 녹색 홍채에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상세히 담아냈다. 자신의 잘못으로 저질러진 일을 후회하며.


어찌되었든 그녀는 탄피 같이 제 신념을 버리고 살인을 택했다. 너무나도 쉽게, 수십년간을 살아오며 지켜온 것이 무너지는 것은 참으로 간단한 일이었다. 계단을 오를 땐 숨이 찰 정도로 힘들지만 내려올 때에는 지나치게 빨랐다. 아이러니였다.


권총이 홀스터로 집어 넣어졌다. 그 다음, 그녀는 그곳을 떠나야했다. 밀린 일들과 잘못된 일을 수습해야했다. 그럼에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두려움과 구역질을 동반한 어지러움이 머리를 때렸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내었다. 어느샌가 떨고 있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목을 강하게 움켜 쥐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았기에.


방금까지 유지하던 평정심이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리앤의 목을 조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사령관은 빛이 새어나오는 문틈이 열리기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여전히 푹 눌러쓴 페도라와 숄더 로빙한 코트가 펄럭였다. 하지만 그 걸음에는 분노라던가 책망의 감정은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에 가까운 구둣소리였다.


“리앤.”


사령관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리앤은 그것을 등 뒤에서 들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응. 보스.”


“둘이 있을 때에는, 왓슨이라고 불러라.”


그녀만이 그를 그렇게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감정을 억지로 죽이고 있는 사령관에게 들을 수 있는 위로였다. 서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선이었다.


사령관은 페도라를 집어 리앤의 머리에 올려 놓았다. 쓰다듬의 대신이었다. 리앤은 그런 사령관의 배려를 거부하지 않았다. 여전히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것 조차 미안한, 그의 얼굴을 보면 무너질 것 같은 여자는 당장이라도 그의 가슴에 파 묻히고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남에게 넘길 수는 없는 것이었기에.


“나, 사람을 죽였어. 잘못된 판단으로 내 동료를 사지로 몰아 넣었지.”


“네 잘못이 아니다.”


“아니. 워울프씨가 죽은 것은 내 잘못이야. 난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해.”


“신념을 버릴 필요는 없었다.”


사령관은 그렇게 말했다. 그 또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삭히고 있었다.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과 흐릿한 판단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 양립해서는 안될 두 가지가 서로 머리를 꼿꼿히 세우고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리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하지 않았다. 분명 그 말을 들은 이는 무너질 것이 뻔하므로. 답답한 침묵이 방 안 가득 꿈틀거렸다. 입에 물린, 타들어가는 담배만 야속하게 사라질 뿐이었다.


“왓슨 때문이 아니야. 줄곧 느끼던 불안감이었어.”


리앤은 등을 돌리고 사령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울먹거리는 녹색빛 홍채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억지로 웃어보이며 말했다.


“난 내가 어떻게 이 생활을 해 왔는지 잘 알고 있어. 왓슨에게 받았던, 어쩌면 내가 해야 했던 일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의문문으로 끝맺음 하는 것은 그녀의 버릇이었다. 사령관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묻고 답한다.리앤은 여전히 씁슬하면서 은은한 미소를 띄였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그녀였기에. 스스로 묻고 답하는 자문자답. 탐정으로써의 버릇.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결과를 도출해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는 말과 같았다.


“우리 오르카호가 나에게 준 것을 행하지 못해서인 건가... 아니면 받아 들였음에도 내 알량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아서인 건가...”


그것은 일종의 고해성사였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가슴 속에만 담아두었던 감정들과 고민들.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의 원칙이었다.


“신념을 버리지 않아서 일어난 갈등과 문제들이 우리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릴 방아쇠를 당기게 하지 않았을까.”


눈물이 흘렀다. 굳어버린 볼 위의 피를 적시는 눈물. 리앤은 그저 하염없이 울었다. 사령관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천천히 그녀의 후회를 닦아 주었다. 그녀는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모두 터트리고 있었다.


“왓슨. 난 왜 ‘일’에 신념을 들이 밀었을까? 그저 ‘일’일 뿐인데. 그저, 일일 뿐인데...”


“후회하나?”


“응. 후회해.”


사령관은 그녀의 슬픔이 보이지 않게 페도라를 더욱 깊게 눌러 씌웠다. 그는 들썩거리는 리앤의 어깨 위에 코트를 덮고 단추를 여맸다. 마지막 필터 앞까지 타오른 담뱃재가 툭하고 떨어졌다. 깊게 눌러 쓴 페도라의 위에 사령관의 손이 올려져 쓰다듬어졌다. 부드러운 안감이 리앤의 머리를 스칠 때 마다, 그녀는 눈물을 한 방울 씩 볼에 흘려 보냈다.


“왓슨. 그냥... 그냥 곁에 있어줘. 오늘만 후회할 수 있게.”


ㅡㅡㅡ


미생 다시 보는데 삘 꽃히는 장면 보고 넣어보고 싶어서 써봄


요즘 느와르를 안 봤더니 맛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네...


다른 쪽으로 돌려 봐야하나? 아님 랄로


어쨌든 매번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