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전장은 언제나, 한치 앞을 알수없다.


치밀하게 짜여놓은 계획, 보험용으로 짜놓는 수만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있더라도,


엎어질 때는, 항상 엎어진다.


이번 작전도 마찬가지였다.


고려해두지 않았던 감마의 등장, 인간의 말을 내뱉는 철충, 다수의 사이클롭스의 출현.


이 모든 일이, 상정 외의 일이었다.


열세인 전력에 비해 훨씬 강대한 변수의 출현으로 질질 끌려버린 탓에 발목이 묶였고,


그로 인한 부하는, 당연하게도 크게 다가온다.


5분 안에 도착예정이라는 오르카의 무전과는 다르게, 예상보다 오래 시간이 끌리는 것도 사실 상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술래잡기'를 제안했고, 다행스럽게도 금란은 이 작전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한도가 있다.


"콜록! 콜록! 큭!"


채앵-!


"그아아!"


금란의 기침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아무런 외상이 없음에도, 피를 토해내면서.


저격수가 아닌 내 눈으로도 확실히 알아채고, 보일 정도라면...


"...퉷. 후우!"


타다다닥!


금란이 이를 악물고 내지른 검격이 사이클롭스의 다리에 적중한다.


하지만,


채앵!


"큭...!"


사이클롭스의 '적응'은 이미 끝났다.


금란의 힘을 완전히 학습한 것이다.


...위험하다.


"...이제 됐어, 금란! 이쪽으로 퇴각해!"


"그...콜록...그러나...콜록, 콜록! 커흑...!"


Km 단위로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금란의 오감에, 체내 오리진 더스트를 폭주시키는 증폭기의 힘.


그 강대한 힘의 대가가, 돌아오고있다.


차근차근, 확실하게.


"빨리!"


"큭...!"


챙그랑!


금란이 손에 쥔 검을 떨구고, 힘없이 주저앉았다.


...한계인가...!


"금란!"


"죄...죄송...쿨럭...큽...커흑.."


입에서 새어나오는 붉은 선.


마치 독약을 먹은 것처럼, 진득한 피가 흘러나온다.


...젠장!


철컥 철컥! 위이이이잉...!


내 의지에 따라, 퀸즈 머시의 형태가 바뀐다.


"커멘드 프레임. 위력강화 명령 개시. 나를 강화해!"


나는 권총을 조준해, 금란을 노리는 사이클롭스 한마리를 향해 발포했다.


탕! 탕! 탕! 탕! 탕!


...전탄 명중.


퀸즈 머시의 덕택이다. 


"그으으..."


...아무런 대미지도 없는 건 신경질이 나지만, 어차피 상정한 일이니 괜찮다.


그것보다도, 녀석들이 시선을 돌렸다.


탕! 탕! 틱,틱,틱.


"쳇."


이쪽으로 불러야 해.


그래야 금란이 살수있다.


저 느림보들이 있는 시에라 지점부터 이 절벽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터다.


철컥...착!


그렇다면...


탕! 탕! 탕! 탕!


피슝, 팅!


"그어으...!!"


"그래. 열받지? 이쪽으로 와봐! 더 놀아줄테니까!"


탕! 탕! 탕! 탕!


내가 놈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며 주의를 끌자, 모든 사이클롭스들이 나를 보며 눈을 빛낸다.


"그어어어어...!!"


...좋아.


"...큭...레오나님...! 왜 그런 짓을...!"


"...몸이 회복되는 대로 도망치도록 해. 사령관에겐...미안하다 전해주고."


나는 금란과의 채널을 끊고, 짧은 한숨을 내쉰다.


"...후우."


잘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멍청한 짓이다.


잘 알고있지만,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럼 뭐...어쩔 수 없지.


"....하아아아...."


...뒤통수가 따갑다.


아무래도, 날 노리는 녀석들이 늘어난 모양이네.


하긴.


당연한 일인가.


PECS의 로봇들의 기세는 꺾여가는 중이었고, 우리도 우리대로 전부 퇴각했으니...


이 총성으로 모여들겠지.


"우매한 자여, 계몽하라! 심판이 다가왔노라!"


...스피커.


아직 남아있었나.


자기 동족한테 다 짓이겨진줄 알았더니.


가까이 다가오는 적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졌기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적어도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기에.


"...정말. 오늘은 참..."


팔랑스, 토터스, 스카우터, 센추리온.


눈으로 식별되는 다수의 철충들이 나를 노리고 무기를 조준하고 있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만."


수복 된 후 겪었던 모든 전장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늘 예상을 뛰어넘는 사령관의 계획, 순간적인 기지가 함께했던 나날들.


언제까지나 열세였던 오르카를 전승의 기적으로 이끈 남자의 밑에서 행했던 나의 모든 작전.


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우리를 시련에 몰아넣었었다.


단 한번이라도, 우세한 싸움을 했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언젠가 운이 다하는 순간이 온다면...그때는...


용맹하게 싸워서, 발할라로 가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니...


난 두렵지 않다.


손과 발이 떨리고, 심장은 터질 것 처럼 뛰고있으며,


마치 절벽에서 떨어진것만 같은 감각이 온 피부를 덮고있지만,


난 두렵지 않다.


"...징그럽게도 모여있네, 이 빌어먹을 벌레놈들."


왜냐하면 나는, 발할라의 자매니까.


"어디...덤벼봐."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도, 숨이 가파르다.


하하..


꼴사나운 죽음이 될것같네.


부끄러운걸.


나는 손에 쥔 권총을 던져버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기폭장치를 꺼내들었다.


...이걸 눌러 작동시키면, 퀸즈 머시는 폭발한다.


신체능력이 낮은 내게 남은 마지막 조커.


기업전쟁이 한창이던 때, 사로잡혀 기술을 유출당하지 않도록 은밀하게 넣어둔 퀸즈 머시의 자폭기능.


사령관은 이것의 정체를 모른다.


말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당부했었다.


"갈땐 가더라도, 여기 모여든 네놈들 만큼은...확실하게 데려가주겠어."


그야, 패는 많을 수록 좋은거니까.


...이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


철컥.


일제히 팔을 들어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구경탄이라면 맞고도 버틸 수 있다. 달려들어서 폭발시키겠어.


"....후우!"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앞을 향해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타앙-!


한발의 총성, 그리고...


퍼버엉-!!!


내부로부터 살점을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가장 단단한 팔랑스 한마리가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


철충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타앙-! 타앙-! 타앙-!


연속해서 들려오는 총성음.


그리고 거듭하여 폭발하는 철충의 무리.


"...여기는 에코 1-1. 암사자 응답바람."


내 개인 채널에 연결된 누군가의 목서리가, 개인 콜사인을 부르며 나를 찾았다.


"...에코...1-1...?"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타앙-!


"끄게엑!"


퍼벙!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네, 대령님!""""


"....지금부터, 암사자 및 메이드 2의 구출을 개시한다."


"""알겠습니다, 대령님!!""""


교신이 끝나고, 하얀 군복의 자매들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투두두두두두두!


티틱...탱! 탕!


")/&!_!#@@#₩_&'???"


"!!!!!!!!!!!"


"!!!.....!....!!......."


철충의 코어부에 세발을 발포해 철충을 무력화 시키는 사격, 트라이던트 드릴.


수많은 전선에서 살아남아 몸으로 체득한 것을 사격술로 변화시킨 베테랑 브라우니의 그것이다.


특별한 지휘가 없을 시엔 이 사격법을 쓰라 했었던 과거의 기억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이,


타앙-! 타앙-!


퍼벙, 퍼벙!


처음부터 들려온, 낮선 총성음이 지나며 내게 다가오는 철충이 하나 둘 터져나가고 있었다.


"바나디스 1."


그때, 에코 1-1이 낮선 콜사인을 말한다.


...바나디스?


"...여기는 바나디스 1."


...이 목소리는, 설마?


"암사자의 엄호사격을 계속하도록. 한마리라도 암사자를 공격하게 두지마라."


"알겠습니다, 대령님."


타앙-!


퍼엉-!!


"레오나 언니! 알비스가 가고있어! 좀만 참아줘!!"


"5421번 베라 자매님!"


"네! 감적공유 시작합니다! 3시방향 팔랑스에 집중해주세요!"


"지금부터 폭스트롯 1은 절벽을 기어오르는 사이클롭스를 견제한다. 폭스트롯 2는 CAS 실시하여 자매들 인근의 철충들을 쓸어버리도록."


"라져. 폭스 2 아웃."


부우우우우우-!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륵-!


절벽 끝에 몰려있던 나를 향해 다가온 수십의 철충들이, 발할라의 자매들에게 무참하게 쓰러지기 시작한다.


아니, 나를 향해 몰려오는 것 뿐만 아니라, 주위에 밀집중인 모든 철충이 쓰러지고 있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왜이리 늦은거니?"


"죄송합니다. 각하께서 다른 부대의 보급품까지 지원해주시는 바람에, 완전무장까지 시간이 걸려버렸습니다."


"...뭣...?!...하아. 하여튼. 그 바보는 언제쯤...!"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인한 소모가 극심했던 바람에, 다른 부대원들이 출격하지 못했던 탓이 더 컸기에 내린 결정이십니다."


"...지금 편드는거니?"


"그럴리가요. 대책없이 물자를 남용하는건 저도 좋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타앙-!


퍼벅...


"...하지만, 그렇게 써서 지휘관 한명과 우수한 전투원을 구해낼수만 있으면 싼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뭐 됐어. 그것보다..."


나는 낮선 사격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드디어 밖으로 나왔구나, 프레이야."


"........"


타앙-!


퍼벙!


나의 물음에, 그녀는 아무 말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발포할 뿐이었다.


그렇게 절벽에 남은 철충은 모조리 쓰러져 잔해가 되었고,


"그어어어어어어-!!!!!!"


마지막 강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스트롯의 집요한 사격에도 불구하고 절벽을 기어올라와 고함을 질러대는 사이클롭스의 붉은 안광이 자매들과 나를 비췄다.


"소장님! 저희쪽으로 와주세요!"


...상관없다.


이야기는 나중이라도, 상관없다.


"...여기는 폭스 1-1. 절벽을 타고 기어올라온 사이클롭스들 중 여섯마리는 집중사격으로 격파했습니다. 그것들이 마지막입니다."


지금은 우선...


"...그래."


철컥.


"바나디스 1."


"...여기는 바나디스 1."


"지금 쏘는 탄의 잔탄수는 몇이지?"


"....로켓 볼의 잔탄은 현재 5 탄창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텅스텐 A.P 탄은 10 탄창 입니다."


"...로켓 볼...네 전용탄이지?"


"그렇습니다."


"오르카에서 생산은 가능해?"


"...아마도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마음껏 퍼부어. 되도록이면 같은 부위에 맞추는걸 중점으로 사격하고. 가능하지?"


"문제없습니다."


"좋아. 발할라?"


"""네, 소장님!!!"""


"지금부터 우린 거인 사냥을 시작한다."


우우우웅...!


"전원, 커멘드 프레임에 집중하도록."


***


아이에에에에에


주말근무? 주말근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