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 목욕탕 앞>

   

   

(힐끗 목욕탕 안쪽을 본다)

   

   

“목욕탕 안에 다른 녀석들이 많이 있네... 그냥 돌아가야겠다.”

   

   

“오, 장화 안녕! 오랜만이다~”

 

   

“뭐야, 천아잖아. 너 여기 왜 있는거야?”

   

   

“여기 왜 있긴? 우리 커여운 백아랑 같이 목욕탕에서 따뜻하게 몸을 뎁히려고 온거지. 나도 이제 어엿한 오르카 소속이라 목욕탕 이용하는 것 쯤은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그렇지 백아야?”

   

   

‘ㅇㅇ’

   

   

“그래. 씻든 말든 너 알아서 해. 난 간다.”

   

   

“근데 넌 안들어가? 샴푸 들고온거 보니까 너도 씻으러 온거 같은데.”

   

   

“씻으러 온거 맞긴 한데, 안에 다른 녀석들 많아서 들어가기 싫어. 난 혼자 아니면 안씻는다고.”

   

   

“아직도 떠돌이개 생활 하던 버릇 못 고쳤나보네. 무기도 없이 알몸으로 있다가 습격이라도 당하는게 겁나서 그러는거냐? 어짜피 누가 너 죽이거나 할 일도 없을텐데 그냥 다른 놈들이랑 같이 씻어~”

   

   

“남이사! 괜히 나한테 오지랖 부리지 말고 넌 목욕하러 꺼져.”

   

   

“이새끼가 기껏 신경써줬더니... 그래, 난 너의 소중한 보물과 함께 씻으러 들어갈테니까 너도 안녕히 꺼지세요.”

   

   

“내 보물이라고? 잠깐, 내 인식증이 어디갔지?”

   

   

“이거 말하는거야? 우리 장화 실력 많~이 죽었네? 내가 이걸 빼가는것도 눈치 못채다니 말이야.”

   

   

“너 이새끼, 그거 돌려줘!”

   

   

“싫은데~ 너가 아까 나보고 목욕하러 꺼지라며. 난 이거 가지고 목욕하러 들어가야겠다~”

   

   

“야!!! 너 거기안서!!!!”

   

   

   

   

<장화는 천아를 잡기 위해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꺄하핫! 장화 저새끼 화내는 모습을 보니까 졸라 기분좋네. 야 거기 꼬마, 너 이것좀 잠깐 들고있어줄래?” (엘라에게 장화의 인식증을 넘겨준다)

   

     

“이건 인식증? 이걸 왜 저한테...”

   

   

“야 거기 키 작은놈!! 얼른 그거 내놔!!!!”

   

   

“히익! 아, 알겠어요. 여기 돌려드릴테니 제발 봐주세요...”

   

   

(인식증을 홱 낚아챔) “야 천아 개새끼야. 왜 남의 물건을 멋대로 훔쳐가는거야!”

   

   

“헤, 누가보면 내가 대단한거라도 가져간줄 알겠네. 길가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인식증 하나 잠깐 빌려간거가지고 왜 그렇게 열내냐?”

   

   

“이건 흔하게 굴러다니는게 아니야! 그녀석이 나한테 직접 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거라고!”

   

   

“야 븅신아. 누가보면 그게 약혼반지라도 되는줄 알겠어? 핫팩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너한테 그거 준거야. 뭔 프러포즈 받은거마냥 혼자 망상에 젖어가지고, 너 지금 모습 진짜 꼴사나운거 알기는 아냐?”

   

   

“내가 꼴사나워? 이 씨발년이 와이어에 몸이 찢어져 봐야 정신차리지?”

   

   

“그래! 찢어봐! 하지만 그렇게하면 핫팩이 너를 당장이라도 오르카 밖으로 쫓아내 버릴걸? 너야말로 내 단검에 목이 뚫리기 싫으면 입 닥치고 얌전히 있어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오늘 평화롭게 목욕하긴 글른거같다.”

   

   

“엘라 괜찮아요? 다리가 엄청 후들거리고 있어요.”

   

   

“아, 안괜찮아... 저분의 살기에 눌려서 하마터면 기절할뻔 했어...”

   

   

“두분다 그만 싸우세요. 우리 모두 즐겁게 씻으러 온거니까 더이상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이제 그만 화해하자고요.”

   

   

(씨익씨익...)

   

   

“이녀석 말이 맞아. 괜히 일 크게 벌려가지고 이 배에서 쫓겨나고싶은건 아니지? 쫓겨났다가는 너가 좋아하는 핫팩 얼굴은 두 번다시 못볼거야. 그러니 여기서 끝내자.”

   

   

“...그래. 이제 그만하자.”

   

   

“그래요. 화해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이제 싸움을 멈춘 기념으로 친구끼리 화해의 포옹을...”

   

   

“우리 친구 아니거든!!!”

   

   

“근데 너 이제 어떡할거냐? 기껏 목욕탕 안까지 들어왔는데 그냥 돌아갈거냐?”

   

   

“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귀찮다. 그냥 씻고 가야겠어.”

   

   

“써니야, 더 엮이지 말고 얼른 이쪽으로 와. 저분들 잘못 건드렸다간 아주 큰일나겠어.”

   

   

“괜찮아. 내가 봤을 때 저분들 입만 거칠지 속은 아주 따듯한 분들인거같아. 아마 아무 문제 없을거야!”

   

   

(겁먹고 잔뜩 굳어버림)

   

   

“야. 니들 비켜.”

   

   

“네, 넵!”

   

   

   

<탈의하는 중>


   

   

“세띠. 저 하얀머리 분 혀 봤어?”

   

   

“안 봤는데요? 저분 혀가 어떤데요?”

   

   

“혀가 징그럽게 둘로 갈라져있어.... 아까 싸우던거도 그렇고, 얼굴에 피어싱한것도 그렇고 엄청 무서운 분인거같아...”

   

   

“뭐야. 니들 왜 나 꼬라보냐? 내 예쁜 얼굴 계속 볼거면 돈이라도 내던가.”

   

   

“아, 아니에요! 그냥 옆에 있던 캐비넷을 보고있던 거에요.”

   

   

“우와, 저분 진짜로 혀가 갈라져있네? 무지 귀엽다!”

   

   

“내 혀가 귀여워? 헤헷.. 내 혀를 인정해주다니, 너 뭘 좀 아는 녀석이네. 그보다 백아야, 나 옷 벗어야 하니까 목 감고있던것좀 풀어줄래?”

   

   

‘ㅇㅋ’

   

   

“헉, 그거 목도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뱀이었네? 엄청나게 귀여워요! 그 뱀 뭐에요?”

   

   

“이 뱀?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 백아야! 우리 백아의 귀여움을 인정해주니까 내가 다 뿌듯하네. 너 혹시 내가 옷 벗는동안 백아좀 잠깐 들고있어줄래?”

   

   

“그래도 되요? ...와! 비늘이 아주 매끈매끈한게 정말 귀엽고 예쁘네요~ 엘라도 백아 한번 만져볼래요?”

   

   

“으윽, 난 그런 징그러운거 만지기 싫어! 진짜로 세띠의 취향은 아직도 이해 할 수가 없다니까. 저런 징그러운 뱀이 어디가 귀엽다는거야?”

   

   

   

“저기요 장화님. 최근에 본적이 없던 분 같은데 저희 오르카호에 합류하신지 얼마 안된건가요? 만나서 반가워요!”

   

   

“말 걸지마 새끼야. 근데 내 이름은 어디서 알아낸거야?”

   

   

“아까 인식증에 적혀있는걸 봤어요. 이렇게 같이 목욕탕에서 씻게 된것도 인연이까 우리 한번 친하게 지내봐요~”

   

   

“싫다고! 너 자꾸 나한테 말걸면...”

   

   

(싱글벙글)

   

   

“하... 나 진짜 많이 변했네. 저런 얼굴 보니까 화도 못내겠어.”

   

   

“써니야. 우리 다 벗었으니까 목욕탕에 들어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장화님 옷 다 안벗었어. 이따가 다 벗으셨을 때 같이 들어가자.”

   

   

‘아니, 초면인 나를 대체 왜 기다려주는거야? 진짜 이 배에는 착해빠진 녀석들밖에 없나보네.’

   

   

   

“백아야 간지러워! 내 몸 너무 기어다니지 마~”

   

   

“꺄하핫, 우리 백아가 완전 신났네. 새로운 언니를 만나니까 그렇게 좋아?”

   

   

“세띠. 나 옷 다 벗었어. 이제 목욕탕에 들어가자.”

   

     

“그래 얼른 들어가자. 천아님도 저희랑 같이 씻으실거죠?” 

   

   

“응, 같이 씻을래!” (덜덜덜덜덜)

   

   

“근데 천아님 몸을 왜그렇게 떠세요? 혹시 추우세요?”

   

   

“어. 내가 추위를 좀 많이 타가지고... 나 얼어죽기 전에 얼른 들어가자.”

   

   

“야. 나 다 벗었다.”

   

   

“좋아요! 얼른 저희도 목욕하러 들어갑시다~”

   

   

‘생각해보니까 남들이랑 같이 씻는건 처음인거같아. 뭔가 두근두근하네.’

   

   

“앗!” (입구에서 딱 마주침)

   

   

“........”

   

   

(서로 몸매 스캔 하는중.....)

   

   

‘이녀석 알몸을 보는건 처음이네... 아무래도 내 몸매가 이년보다는 나은거같은데?’

   

   

‘풉! 장화 이녀석 몸 완전 앙증맞고 귀엽네. 저런 몸으로 핫팩이랑 이렇고저런일을 하려고 했던거야?’

   

   

“왜 두분 다 안들어오시고 가만히 계세요? 얼른 씻으러 들어오세요~”

   

   

“알았어..”

   

   

   

   

<목욕탕 입장>


   

   

“따뜻해... 온수로 씻으니까 이제야 좀 살겠다.”

   

   

“아, 시원하다. 찬물샤워 하니까 잡념이 확 사라지고 좋구만. 우선 머리부터 감아야겠다.”

   

   

“어라? 내 샴푸가 어디로 갔지? 분명 가지고 들어왔는데...”

   

   

“야 장화. 깜빡하고 말 안했는데 내가 니 샴푸 잠깐 빌려갔어. 이거 다 사용하면 돌려줄게~ 근데 내가 머리가 길어가지고 니 샴푸 한통 다 써버릴지도 모르니까 참고해.”

   

   

“이년이 좀도둑 심보 아직도 못고쳤나... 그거 얼른 안 내놔!”

   

   

“야. 깜빡하고 샴푸 두고온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거 돌려받고 싶으면 너가 직접 뺏어보시던가. 근데 무기도 없는 너가 맨몸으로 이걸 뺏어갈 수 있겠어?”

   

   

“당연히 뺏어갈 수 있지. 너를 피떡이 될 때까지 두들겨패면 돌려받지 않겠어?”

   

   

“내가 니년의 약한 주먹에 맞고만 있을거같냐? 그리고 피떡이 되는건 오히려 너가 될지도 모를텐데?”

   

   

“그럼 이 자리에서 확인해보자. 피떡이 되가지고 차갑게 죽는건 누가 될지.”

   

   

“좋다 씨발년아. 한번 드루와.”

   

   

“장화님! 싸우지 마세요. 아까 화해해서 안 싸우기로 했잖아요!”

   

   

“이거놔. 아까부터 저년 입터는거 엄청 꼴받았어. 저년 아굴창을 다 부숴서 말을 한마디도 못하게 만들어버려야지.”

   

   

“처, 천아님도 진정하세요. 싸움은 안 좋다고요...”

   

   

“싫어. 이참에 장화 저년하고 서열을 확실히 정리해버릴거야. 세띠 넌 백아좀 잠깐 돌보고 있어줘.”

   

   

“백아? 그러고보니 백아가 어디로 갔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뭔일이야?”

   

   

“뱀이, 뱀이 제 몸을 기어오르고있어요! 누가 저좀 살려주세요!”

   

   

“앗, 백아 이녀석! 엘라 괴롭히지마!” (백아를 엘라에게서 떼어냈다)

   

   

“흐에에엑...” (기절)

   

   

“귀청 떨어지는줄 알았네. 근데 엘라가 기절했는데 괜찮을까?”

   

   

“걱정 마세요. 엘라한테 따뜻한 물 계속 뿌려주면 3분뒤에 다시 전투속행 할거에요. 샴푸는 제가 빌려드릴테니까 이제 더이상 장화님하고 싸우지 말아주세요.”

   

   

“안빌려줘도 돼. 어짜피 장화녀석한테 뺏은 샴푸가 있으니... 얼라리? 샴푸가 그새 어디로간거지?”

   

   

“샴푸가 어디있긴? 원래 주인한테 되돌아왔지. 너 마지막 경고다. 한번만 더 내 물건 손댔다가는 진짜 좆되는줄 알아라.”

   

   

“내가 백아랑 엘라한테 정신팔린 틈을 타서 그새 가져가버렸네... 하는 수 없지. 세띠야, 미안하지만 샴푸 조금만 빌려도 되지?”

   

   

“네. 여기 쓰세요.” 

   

   

“땡큐 세띠! 샴푸 잘 쓸게!”

   

   

(샴푸로 머리 감는 중...)

   

   

“저... 천아님. 아까 싸웠던 장화님이란 분 말인데요, 저분이랑은 대체 무슨 사이세요?”

   

   

“저놈? 동료...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적이라고 하기도 힘든 사이. 그냥 오래전부터 알던 놈이야. 간단히 말해서 저놈이랑 난 안친해.”

   

   

“오래 알았는데도 안 친하다고요? 그럼 이번 기회에 친해져보는거 어떠세요?”

   

   

“왜? 난 저년이랑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친해지려다가는 아까처럼 된통 싸우게될걸?”

   

   

“그, 그치만 두분이 싸우는 모습을 계속 보는건 좀 무섭단말이에요... 저랑 천아님도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친해졌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노력하면 장화님이랑도 친해질지도...”

   

   

“나도 싸우기는 싫어. 근데 저녀석이 자꾸 예민하게 성질 내니까 나도 거칠게 맞받아치는 것 뿐이야.”

   

   

“안되요 천아님. 상대가 예민하게 한다고 거칠게 맞받아치는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요. 제가 예민한 동물들을 많이 다뤄봐서 아는데, 그런 아이들은 보통 마음의 상처를 한개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이 예민하게 굴때는 오히려 부드럽게 대해줘야해요.”

   

   

“후훗! 너도 장화 저년이 짐승만도 못하다는걸 인정하는거야?”

   

   

“아뇨아뇨! 저는 그런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앗, 드디어 엘라가 깨어났어요. 얼른 머리 감기고 탕에 들어가자고요.”

   

   

   

(샴푸로 머리 감는 중...)

   

   

“써니야. 어제 주인님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

   

   

(솔깃) ‘주인님이라고? 여기서 주인님이라고 부를만한 녀석은 그녀석 뿐이겠지?’

   

   

“아니 몰라. 어제 사령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데?”

   

   

“주인님이 평소처럼 함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계셨는데, 갑자기 티타니아님이 바니걸 옷을 입은채 문을 벌컥 열고 주인님의 앞에 나타나셨어.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같고 부끄러워 죽을듯한 표정으로 말이야.”

   

   

“헐. 그 무서운분이 바니걸 옷을? 대체 왜?”

   

   

“그게, 변태같은 우리 주인님이 티타니아님한테 그 옷을 선물했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옷 입은걸 보여주려고 함장실을 찾아온거였대.”

   

   

“하하하. 그런 옷을 선물해주다니 사령관도 정말 짖궂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어?”

   

   

“주인님은 그런 티타니아님을 데리고 비밀의 방에 가셨어. 뭐, 그덕분에 업무가 엄청 밀려가지고 나중에 메이드들한테 잔뜩 혼나셨지만.”

   

   

“그랬구나... 근데 장화님. 왜 그렇게 페더한테 바짝 붙으신거에요?”

   

   

“어 그렇네. 언제 제 옆에 오신거죠? 제 말에 흥미가 있으셨나요?”

   

   

“아니 난 그냥... 앗, 눈 따가!”

   

   

“저런, 눈에 샴푸가 들어가셨나보네요. 제가 물 뿌려드릴게요. 이제 괜찮으세요?”

   

   

“어푸어푸... 그래, 좀 났다. ....야, 별로 안 궁금하지만 물어보는건데, 니 주인님이라는 놈 바니걸 좋아하냐?”

   

   

“주인님이요? 바니걸에 아주 환장하세요. 혹시 장화님도 바니걸에 관심 있으세요?”

   

   

“아냐! 관심 전혀 없어!!! 그러니 더 이상 말걸지마!”

   

   

   

<모두들 머리 감는 것을 마치고 탕에 들어가고있다>

   

   

“어우... 샤워기 끄니까 완전 추워디지겠네. 빨리 온탕에 들어가야겠다!” (온탕에 풍덩)

   

   

“천아님. 백아도 온탕에 데려가도 될까요? 물이 뜨거워서 죽거나 하지는 않겠죠?”

   

   

“괜찮아. 우리 백아는 튼튼해서 이정도 뜨거운 물로는 안죽어.”

   

   

“알겠어요. 그럼 백아 데리고 저도 들어갈게요. 엘라도 얼른 들어와요!”

   

   

“아냐. 난 뱀이랑 같은 탕에 들어가기 싫어. 춥긴 하지만 그냥 냉탕 들어갈래.”

   

   

“페더야, 난 온탕 들어갈건데 넌 평소처럼 냉탕 들어갈거야?”

   

   

“응. 장화님은 온탕이랑 냉탕중 어딜 들어가시겠나요?”

   

   

“난 냉탕. 차가운게 좋아.”

   

   

   

   

<각자 원하는 탕에 들어갔다>


   

   

(써니의 팔을 만지작만지작) “우와!!! 너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 완전 탱탱하다!”

   

   

“이거요? 평소에 요가를 하면서 몸관리를 하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혹시 천아님도 저랑 같이 요가 해보실래요? 계속 요가 하다보면 저같은 피부를 얻을지도 모르잖아요.”

   

   

“응! 요가해볼래! 나도 탱탱한 피부를 가져보고싶어!”

   

   

“저기... 저도 탱탱한 피부에 관심있는데 저도 요가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일단 요가를 시작하기전에 두분의 유연성이 어느정도 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볼까요?”

   

   

   

“장화님. 목욕탕 이용 처음이시라고 했죠? 직접 방문해보니까 어떠셨나요?”

   

   

“뭐... 나쁘진 않은거같아. 떠돌이생활을 하던 때보단 확실히 괜찮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질문 하나만 할게요. 아까부터 천아님이랑 자꾸 싸우시던데, 둘이 원수진 사이인가요?”

   

   

“원수? ...사실 그정도까진 아니야. 천아가 나한테 은근 도움을 많이 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녀석이긴 한데, 저년이 자꾸 내가 열받을 말이나 행동을 하니까 화가 나가지고 싸우는거 뿐이야.”

   

   

“아 그러시구나. 생각했던것보다 심각한 사이는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근데 천아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그걸 표현해보시는건 어떠세요?”

   

   

“뭐? 내가 왜?”

   

   

“같은 배에서 지내면서 앞으로도 쭉 만나게 될 분에게 고맙다는 감정을 표현한 뒤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것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난 별로 그럴생각 없어.”

   

  

(부들부들부들...)

   

   

“어라, 엘라님 추우세요? 왜그렇게 몸을 떠세요?”

   

   

“네... 엄청 추워요. 추운 겨울에 냉탕에 들어왔더니 얼어죽을것만 같아요...”

   

   

“그럼 온탕에 들어가시지 그랬어요? 가뜩이나 몸이 약하신 분이 왜 냉탕에...”

   

   

“하지만 저기엔 뱀이 있단말이에요... 그래서 저기 가기는 싫어요...”

   

   

“그럼 제가 조치를 취해볼게요. 써니야, 뱀 데리고 구석으로 가주면 안돼? 엘라님이 온탕에 들어가야할거같은데, 뱀이 무서워서 들어가기 싫대.”

   

   

“아아아, 제발제발!! 나 더 이상은 안돼. 계속 이러고 있으니까 다리가 찢어질것만 같다고!”

   

   

“저도요... 더 이상 다리가 안벌어져요!”

   

   

“이야, 두분 다 매우 절망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있네요.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죽으려고 하시다니. 그래도 괜찮아요! 이렇게 몸이 굳어있는 분들을 위한 기초적인 요가도 준비되어있거든요.”

   

   

“스트레칭 시키는거에 집중하느라 내 말이 안들리나보네. 직접 넘어가서 얘기해줘야겠다.” (온탕으로 넘어갔다)

   

   

“빨리 뱀좀 치워주세요... 저 진짜 죽을것만 같아요...”

   

   

“...야 꼬맹아. 너 지금 뱀이 무서워서 추운데도 여기 있는거라고?”

   

   

“네... 아까처럼 뱀이 제 몸에 올라올까봐, 꺄악!”

   

   

(엘라를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린다) “야. 그냥 저쪽에 들어가. 뱀이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여기서 저체온증으로 뒤지려하는거냐?”

   

   

“그, 그치만...”

   

   

“그럼 이렇게 하자. 뱀이 니 쪽으로 가려고 할때마다 내가 쫓아줄게. 그럼 안심하고 온탕에 들어갈 수 있지?”

   

   

“그렇게 해주신다면... 온탕 들어갈 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 그럼 바로 저쪽에 들어갈게. 야 온탕에 있는 애들 비켜! 우리 들어가야하니까.”

   

   

   

   

<어찌저찌 모두 온탕에 들어왔다>


   

   

“어머, 냉탕에 있던 분들이 전부 온탕에 합류하셨네요? 다들 환영해요~”

   

   

“그냥 온거니까 환영이건 뭐건 하지마. 근데 여기서 뭔 쌩쇼들을 하는거냐?”

   

   

“스트레칭으로 다리 찢기 하는 중이래요. 근데 써니가 말하길 다들 절망적인 뻣뻣함을 가지고있어서 더 할 수가 없을거같대요.”

   

   

“자, 천아님하고 세띠님 이제 스톱! 그런 몸으로 계속 스트레칭 하다가는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가겠어요. 이제부턴 따뜻한 물에서 편안하게 근육을 풀어주자고요.”

   

   

“아이고 다리아파... 이제야 좀 살겠네. 뭐야, 장화 넌 언제 여기로 온거야. 독고다이 장화님께서 웬일로 우리랑 어울려주셨대?”

   

   

“걍 온거야. 난 그냥 무시해.”

   

   

“알겠어. 그럼 난 느긋하게 온탕이나 즐겨야지~”

   

   

“....”

   

   

“야 천아. 근데 지금이 확실히 나은거같지?”

   

   

“뭐가 낫냐는거야?”

   

   

“옛날에 떠돌이생활 하던 때에 비해 지금이 나은거같지 않냐는 얘기다.”

   

   

“당연히 지금이 낫지! 추운 바깥을 나돌아다니느라 생고생하던 그때에 비하면, 이렇게 온탕에서 느긋하게 쉬고있는 지금이 천배는 더 좋다고~ 추운거 말고도 또...”

   

   

“우와, 천아님! 저 이 뱀 한번 만져봐도 되나요? 엄청 귀엽네요~”

  

"써니님도 백아 귀엽죠? 이렇게 만져주면 엄청 좋아해준다고요!"

 

   

“여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덜 외롭기도 하고. 응! 우리 백아 만져도 상관없어. 귀엽게 다뤄줘~”

   

   

“야. 그 뱀 가지고 놀거면 이쪽으로 가지고오지마. 여기 꼬맹이 그 뱀 싫어한다.”

   

   

“감사합니다 장화님. 사실 아까 목욕탕에 처음 들어와서 싸우시는 모습을 봤을땐 엄청 무서운 분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마냥 무섭기만한 분은 아니었네요.”

   

   

“그게 무서웠어? 난 아무생각 없었는데.”

   

   

“나도 몰랐는데 세띠도 우리가 싸우는 모습이 좀 무서웠대. 남들 눈엔 우리가 싸우는 모습이 살벌하게 보였나봐.”

   

   

“...야. 말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우리 서로의 신경을 긁으면서 싸우는거 더 이상 하지 말까?”

   

   

“갑자기? ...뭐, 나야 나쁠건 없어. 어짜피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사이인데, 쓸데없이 만날때마다 싸우면서 괜히 힘 빼고 싶지는 않아. 계속 너랑 싸우면 그녀석이 나를 안좋게 볼거 같기도 하고...”

   

   

“좋아! 그럼 이 자리에서 평화조약 체결한거다? 앞으로 웬만하면 서로 싸우지 않는거로.”

   

   

“그래. 너가 내 물건 가져가거나 그러지 않는다면 앞으로 싸울 일은 없을거야.”

   

   

“.......”

   

   

“근데 이상하네. 웬일로 내가 너랑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든거지? 평소였으면 절대 안했을텐데말이야.”

   

   

“아마도 따뜻한 온탕에 있다보니 마음도 따뜻하게 녹아서 그런거겠죠.”

   

   

“아이 깜짝이야. 넌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야? 넌 냉탕에 안돌아가?”

   

   

“막상 여기 들어오니까 물이 따뜻하기도 하고,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 다 여기있어서 그냥 계속 여기 있기로 했어요. 두분도 저희랑 같이 수다좀 떠실래요?”

   

   

“그래! 마침 심심한데 잘됐다. 나도 니들 수다에 낄래!”

   

   

“...난 그냥 듣고만 있을거야.”

   

   

   

   

<1시간동안 모두 신나게 수다 떤 후>


   

   

“이야, 진짜 이 배에서 어마무시한 일들이 많이 있었네. 군인들을 데리고 아이돌 공연을 한건 그렇다 치고, 그놈들을 하루만에...”

   

   

“오르카호에 조금만 더 일찍 합류했으면 진짜 좋았겠다! 그랬으면 재밌는걸 더 많이 보고 즐겼을텐데 말이야.”

   

   

“그래도 지금이라도 합류한게 어디에요? 분명 앞으로도 두분 앞에 재밌고 신나는 오르카생활이 펼쳐질테니까, 과거를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고 현재를 즐기자고요.”

   

   

“우으... 거의 1시간동안 열심히 수다떨었더니 슬슬 목이 아프고 지치네요... 저희 이제 그만 몸 헹구고 나가볼까요?”

   

   

“벌써? 이야기가 한창 재밌었는데...”

   

   

“괜찮아요. 몸 행구면서도 마저 이야기하면 되죠. 어서 탕에서 나가자고요.”

   

   

   

   

<전부 마치고 목욕탕 밖으로 나왔다>


   

   

“아아아... 계속 따뜻한 물로 씼다가 밖에 나오니까 얼어 뒤지겠다... 얼른 물기닦고 옷 입어야지.”

   

   

“이런, 천아님이 심각할 정도로 몸을 떨고 계시네요. 그럼 일단 덜 춥도록 수건으로 덮어드릴게요. 다른분들도 수건 가져와서 천아님좀 감싸주세요.”

   

   

“이렇게 수건으로 덮어드리면 되죠?”

   

   

“저도 해드릴게요.”

   

   

“후... 이러고있으니까 좀 낫다. 다들 고마워.”

   

   

“...”

   

   

(말없이 천아의 몸에서 물기를 닦아주고 있다.)

   

   

“자, 목욕 끝마친 기념으로 바나나 우유 가지고 왔습니다. 다들 하나씩 드세요~” 

   

   

“감사합니다~ 잘먹을게요!”

   

   

“난 먹기 싫어... 그거 방금 냉장고에서 꺼내온거잖아. 먹으면 더 추워질거야.”

   

   

“그래. 그럼 니건 내가 잠깐 가지고있을게.”

   

   

   

<천아는 몹시 추웠지만 간신히 간신히 옷을 입었다>

   

   

“휴... 옷 입으니까 이제서야 좀 살겠네. 진짜 목욕탕 상쾌하게 잘 즐겼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백아야?”

   

  

‘ㅇㅇ’

   

   

“야 천아. 여기 바나나우유 다시 받아.”

   

   

“나 그거 안먹는다고 했잖아? 차가운거는 먹기 싫다고.”

   

   

“이거 이제 안차가워. 내가 계속 손으로 뎁혀가지고 이제따뜻해.”

   

   

“얼라리? 장화가 웬일로 이런 착한 일을 해줬대?”

   

   

“왜 안가져가? 먹기 싫은거면 그냥 내가 먹는다.”

   

   

“아냐 먹을거야. 그냥 우리 장화가 성장한거 같아가지고 기특해서 잠깐 가만히 있던거 뿐이야. 그럼 잘먹을게~”

   

   

(벌컥벅컥)

   

   

“맛있냐?”

   

   

“당연히 맛있지! 넌 맛없는 바나나우유 봤냐?”

   

   

‘이자식이 말하는 본새가 끝까지...’

   

   

“고마워. 따뜻하게 뎁혀줘서. 덕분에 좀 살겠다.”

   

   

“...뭐 이런걸로.”

   

   

“장화님하고 천아님. 목욕 마친 후 어디가실 생각이신가요? 저희 나가면 바로 밥먹으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밥먹으면서 수다도 계속 떨 수 있을거잖아요.”

   

   

“나야 환영이지~ 같이 밥먹자!”

   

   

“...나도 갈래. 수다는 좀 더 떨고싶네.”

   

   

“좋습니다~ 얼른 밥먹으러 나가자고요!”

   

   

“...역시, 여기에 합류하길 잘한거같다. 간만에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즐겁네.”

   

   

“야 장화. 너 방금 뭐라고 중얼거린거야?”

   

   

“몰라도 돼. 우리도 얼른 따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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