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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어보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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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더치걸느와르 리앤느와르 천아


느와르 탈론페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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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론페더.”


사령관의 묵직한 음성이 울렸다. 탈론페더는 그의 사선에 있는 작은 소파에 앉아 양 손을 모은 채 우물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요안나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탈론페더와 샬럿은 실패했다. 정확히는 계획이 사전부터 망가졌다 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였다. 모든 준비를 끝 마치고 떠나려는 그 때, 요안나가 그녀들의 앞에 있었다. 그것만으로 모든것이 어그러졌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책임자. 요안나 아일랜드의 총 책임자인 그녀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탈론페더 공. 주군께서 찾으신다네. 그리고 샬럿 공은... 추기경을 찾아뵙는게 좋겠군.”


그것으로 끝난 이야기였다. 그녀들을 그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탈론페더는 다시 울린 사령관의 말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탈론페더.”


“네...? 네?”


“할 이야기가 있을텐데.”


강행돌파를 해야하나? 아니면 너스레를 떨어야하나? 보스는 어느정도 알고 있을까. 계획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일까. 라는 온갖가지 생각과 변수들이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하지만 그것은 하등 의미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아는 사령관은 자신이 하려던 행동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앉혀 놓은 것이라 판단해야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보스. 저는... 알아야겠어요.”


사령관은 꼬아놓은 다리의 무릎을 툭툭 두드리며 탈론페더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그녀가 서서히 담겼다. 그러고는 찻잔의 소리가 났다. 두어번 입에 차를 머금고 삼키기를 반복한 요안나의 달그람거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변인을 자처하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탈론페더 공.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진실이요. 변명이 아니라.”


“그렇군. 진실이라. 좋은 울림일세. 허나... 주군께 요구라니. 조금 불충한 언행이 아닌가?”


요안나는 당장이라도 뽑을 수 있는, 잘 벼려놓아 서슬퍼런 자신의 검에 손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일종의 협박이자 압박이었다. 기를 죽여놓을 필요가 있는 이였고, 그녀 또한 이런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행하는 일은 ‘주군’의 손이 더럽혀지는 일을 조금, 아주 조금 도울 뿐이었다. 물론 탈론페더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뽑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의 의구심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럼에도 탈론페더는 여전히 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들어야 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부릅뜬 눈과 앙 다문 입술이 서로를 담았다. 어느 순간에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침묵을, 사령관은 무릎을 툭툭 치던 손가락을 멈추며 부숴버렸다.


“요안나. 그만.”


“주군.”


“탈론페더는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둘 다 머리를 조금 식힐 필요가 있겠지.”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채 식기 전인, 미지근한 차가 찰랑거리는 찻주전자를 집어 거의 다 비워진 탈론페더의 찻잔에 액체를 천천히 흘려보냈다. 붉은 빛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홍차의 향이 채워져 나갔다. 파동을 일으키며 꿀렁이는 액체가   찻잔의 둥그스름한 주둥아리에 닿았을 때. 정확하게 멈춰섰다. 표면장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반원의 경계선이 말캉거렸다.


“하지만 이번 건은 조금 과한 감이 없잖아 있군.”


다시 기울어진 찻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찻물이 흘러나왔다. 거의 다 마신, 가라앉아 침전된 검붉은 액체들이 울컥거렸다. 그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한 찻잔은 자신이 품고 있던 차를 뿜어내었다. 우아한 곡선을 타고 흐르는 검붉음. 받침접시에 조금씩 차오르는 과욕. 탈론페더는 그 흘러넘침이 피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워울프는 죽었다.”


그 곳의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워울프는 죽었다. 말마따나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기에. 붉은 글씨로 ‘사망’이라는 단어를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사령관과 요안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탈론페더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차이였다.


“그녀는 언더 보스를 보좌하며 배신자와 스파이의 색출을 담당했다. 요안나 아일랜드는  처분해야할 쓰레기들을 위한 장소이자 위장이었고. ...이번 흑색작전은 그들의 아지트를 파악하고 색출하는 일이었다.”


두 방울. 한 방울. 그리고 찻주전자에서 더 이상 찻물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넘쳐버린 찻잔과 가득 머금은 받침. 탈론페더는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 물었다. 그저 한 줄. 친우이자 전우의 사망이 단 한 줄이라니. 게다가 실패한 작전의 개죽음이라니. 그것이 너무 화가 나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그런 탈론페더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실패이자 성공이었다. 우리는 그녀를 잃었지만, 델타의 위치를 파악했다. 하나를 잃었고 하나를 얻은 셈이지.”


탈론페더의 고개가 들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이 움찔거리는 두 눈동자가 사령관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모든 것을 쏟아내며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간신히 한 번 참아내었다.


“그래서, 그 뿐인가요?”


“그 뿐이다.”


자의든 타의든 사령관은 공리주의자여야만 했다. 목숨과 정보를 저울질 해야했고 희생을 당연스럽게 여겨야했다. 그는 탈론페더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하지 말았으면 했다. 무덤덤함을 연기하는 것은, 그녀처럼 감정을 뿜어내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요안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간신히 진정시킨 감정을 찻잔의 손잡이를 부러트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파편이 바닥의 곳곳에 떨어질 때, 그녀는 다시금 날카로운 눈빛으로 탈론페더를 보며 말했다.


“탈론페더 공. 화풀이는 주군께 하는것이 아닌 워을프의 목숨을 앗아간 다른 이들에게 해야하는 법일세. 현실을 직시하게.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네.”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화풀이. 그저 이 감정을 풀기 위한 화풀이와 동시에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었다. 외면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그리고 그것을 탈론페더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진실은 칼날이다. 듣지 않는 것이 덜 아플때가 있는 법. 워울프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가장 친한 이들에게도 내뱉지 않은 그녀의 발자취는 결국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편이 덜 아팠을테니. 탈론페더는 바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찻잔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넘쳐버린, 다 식어버린 찻물을 목구멍으로 흘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어느새 놓인, 글라스안의 호박빛 위스키. 워울프가 좋아하던 술이었다.


탈론페더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바로 글라스를 집어들었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마셔야만했다.


“오늘 요안나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탈론페더는 나와 대화한 적이 없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


스트레이트의 강렬한 알코올 향과 부드러운 특유의 향이 입 안과 목구멍을 간질였다. 탈론페더는 다 비워버린 글라스를 만지작거렸다. 이것으로 된 것인가? 라는 의구심과 체념이 밀려들어왔다. 그정도의 일이었다.


“보스.”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해했다면 돌아가도 좋다.”


사령관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탈론페더는 계속해서 글라스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대뜸 양 손으로 사령관에게 그것을 쭉 뻗었다. 요안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려 했지만, 그는 그것을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다시금 채워지는 위스키가 찰랑거렸다.


“워울프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주사도 심하면서.”


“동의하지.”


쭉 들이켜진 위스키가 다시 탈론 페더의 목구멍을 향해 흘러 넘겨졌다.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글라스가 제 자리를 찾아 놓였다. 천천히 떼어지는 손과 일어나는 탈론페더의 몸. 그녀는 결심이라도 한 듯 사령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저 울거에요. 많이요. 그런데... 오늘까지만요.”


요안나는 이미 울고 있는 페더의 눈동자를 바라보았지만,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가 나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가벼운 목례와 소매로 닦아내는 눈물.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 하나도 빠짐 없이.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눈물이 사라지고, 다 식어버린 차를 딸깍거리는 사령관의 소리 사이에 요안나가 입을 열었다.


“주군. 저렇게 보내줘도 괜찮은가?”


“탈론페더는 전우를 잃었다. 저정도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지”


“하지만, 그녀가 발설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네.”


“그럴수도.”


“그러면 더더욱 그래서는 아니되는 것 같네. 주군이 명하면 나는 따르겠네.”


“그녀는 진실을 알 자격이 있다. 게다가 가족끼리의 의심은 불화의 틈을 만드는 법이지. 이 정도가 제일 적당해.”


그녀는 더 이상 항변하지 않았다. 대신, 그와 마찬가지로 식어버린 차를 머금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오늘따라 차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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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 아일랜드 쳐들어가는 것보다 이게 더 개연성 있을 것 같아서 이걸로 갈아타봄


사실 이것도 뭔가 분량 실패같은데...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느와르 시리즈 찾기 편하게 모음집을 하나 만드는게 찾기 편할라나?


어쨌든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