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서버실-


레이스가 헬멧을 쓴 체 의자에 기대어 누워있었다.


"내가 좀 늦었나 보네"


용과 마리, 아르망 바바리아나 그리고 린트불름은 이미 방에서 다음 기계가 정비가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네 아저씨"


"오냐, 근데 용이랑 마리만 간다는 거 아니었어?"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용이 입을 열었다.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이 가는 게 좋지 않겠소이까?"


"그렇긴 하죠"


"지금 제일 먼저 투입된 레이스는 단독 작전에 능하며 은폐장치를 통해 사령관을 근처에서 쉽게 도울 수 있소, 그래서 가장 먼저 선발대로 투입된 거요"


"그럼 바바리아나나 린트불름은요?"


"벽을 뚫고 도망이라도 쳐야 할 때나 위급 시 사령관을 안고 날아서라도 위험지역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들도 필요한 법이오"


"으음... 그렇네요 확실히 도시에서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그런 능력들은 도움이 되겠죠"


"뭐야, 아저씨도 가는 거야? 닥터가 고장 나면 큰일이라고 그래서 안 갈 줄 알았는데"


"아, 바바리아나 언니 그건 괜찮아. 아저씨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동기화를 제한할 수 있으니까. 기억이 좀 부자연스럽게 끊길 수는 있어도 문제는 없어"


"그럼 기억이 부자연스럽게 끊긴 상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렇게 되었다면 가상현실 속의 아저씨가 큰일이 났었다는 소리지"


"뭔가 소름이 돋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가상현실이라 해도 중상이나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 놓이면 뇌에도 고스란히 충격이 갈 수 있다고, 아저씨는 그런 식으로라도 강제로 깨울 수 있지만 오빠나 여기 누나들은 그런 것까지 감수하고 들어가는 거니까"


"그러냐"


"그렇지, 하여튼 저기 앉아봐. 아저씨 건 얼추 준비 다 된 상태니까"


내가 닥터를 등지고 앉자 닥터는 내 등 뒤의 패널을 연 뒤 케이블을 꽂았다.


"잠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사전 정보라도 있어?"


"아 맞다, 미안"


"후... 하마터면 헤맬뻔했네"


"음... 일단 오빠는 지금 '와타베 스즈키' 라는 인물로서 게임을 진행 중이야, 퇴역 군인이라는 설정이고"


"그리고?"


"현재 조사하고 있는 건 어떤 살인 사건에 관련된 내용이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키리시마법과 관련되어 일어났던 키리시마 스캔들과 관련된 사건인 거로 보여"


"키리시마법... 그리고 키리시마 스캔들이라..."


"아는 게 있소이까?"


"50년도 더 된 이야기야, 기억은 잘 안 나긴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로 바이오로이드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프로그램이나 영화들이 한동안 사라졌던 걸로 기억해"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정보랑 별다를 게 없구려"


용은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어찌 되었든, 정보는 중요하니까. 만일 사령관이랑 만나게 된다면 나 같은 경우에는 군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라는 설정이 좋겠군."


"호오... 미리 설정을 짜고 가는 겁니까? 괜찮은 생각이군요"


"확실히 미리 입을 맞추고 간다면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뭐 더 할 이야기 있어?"


"없지 이제"


"그러면 아저씨도 바로 접속시킬게, 스카디 언니?"


"준비됐어"


"간다"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훅 하고 어두워졌다.


"접속된 건가...?"


아무도 없는 검은 공간에서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기계, 노인, 중년, 청년의 모습을 한 손들이 한데 뒤섞여 지직거리며 모양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은 나를 불안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고개를 돌리고 뒤를 돌아보며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도중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에 휙 돌아보니 그곳에는 낡은 컴퓨터 한 대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뭐야... 이건...?"


전원 버튼을 누르자 검은 화면에 녹색 글자가 떠 있었다.


-너는 누구야?-


"나 말이야?"


키보드도 없이 단순히 화면만 있는 모니터에 대고 나는 되려 그 질문에 다시 질문했다.


-당신 말고 이곳에 또 누가 있다는 건대?-


"그렇긴 하지..."


-인간도, 바이오로이드도, AGS도 아니야. 당신은 대체 뭐지?-


"너랑 비슷한 상태의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는데?"


-나랑 비슷한 상태?-


"너... 자아가 있는 상태로 이 안에 있는 거지?"


-... 맞아-


"나도 비슷한 상태야, 기계 안에 스스로를 가둔 인간."


-기계?-


"말하자면 긴데, 시간 있어?"


-아니-


"아쉽군, 비슷한 처지끼리 통성명이나 해보자고 하려 했는데 말야"


머쓱한 기분이 들어 턱 언저리를 만지작거리다 보인 손가락은 많이 안정된 모양새다.


-몸의 문제는 해결해 줄게, 오류투성이일 당신이 가상현실에 바로 접속하면 되려 큰일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아... 그래서 이렇게 괜찮아진 거구나"


나는 내 몸을 다시 내려다보며 안정되어가는 몸을 보고는 이야기했다.


지직거리는 몸뚱이가 안정되어가며 천천히 몸 위로 옷 같은 것들이 덧씌워져 가며 몸의 실루엣이 점차 선명해져 갔다.


-준비는 다 끝나가-


"고맙군, 준비되면 바로 보내줘도 돼-


-알았어-


그리고 잠시 뒤, 자연스럽게 감긴 눈을 다시 떠보니 나는 빌딩 숲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