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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와 헤어지고 수복실에서 레이시와 네오딤을 만난 뒤 사령관은 잠시 다른 곳을 둘러볼까하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중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에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엔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던 4명의 여군들이 서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었고 사령관은 그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잠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그때 연결부위를 쏴서 날려버렸지 말입니다! 상병님도 기억하고 계시는검까?"


"브라우니. 결국 마무리는 상사님이 했잖아요. 그때 그 쉐이드를 잡겠다고 무턱대고 달려가서 스팅어들의 어그로를 잔뜩 끈 건 누구죠?"


"뭐, 덕분에 내가 좀 고생하긴 했지. 대령님의 지원 사격이 없었으면 난 여기가 아니라 저 밖에서 썩어갔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우리 모두 무사히 다른 자매들과 합류하게 되었으니 다행이죠. 마리 대장님이 저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셔서 다행이에요."


'저들은 분명 스틸라인 기사단의 구성원들이군. 하지만 자료에서 봤던 모습과는 약간씩 다른데...'


사령관의 눈에 비친 그들은 자료에 있던 스틸라인의 바이오로이드였지만, 장비나 무기, 혹은 그들의 신체가 약간씩 그 자료에 있던 표준 모습과 차이가 있었고 그것에 더욱 흥미를 느낀 사령관은 마치 지나가던 것처럼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사령관이 오는 걸 보자 그들 중 붉은 머리를 한 여자가 화들짝 놀라 경례를 하며 소리쳤다.


"사, 사령관님! 어, 어..."


"내가 여기 온 게 이렇게 놀랄 일인가 병사?"


"아닙니다! 그..."


"오! 각하께서 어쩐 일이심까?"


"잠깐 산책 중이었지. 그보다 자네들에 대해 몇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 잠깐 시간을 낼 수 있겠나?"


"상관은 없지. 근데 사령관님이 갑자기 왜 우리에게 궁금한 게 생겼을까? 혹시 그렇고 그런 쪽?"


"상사님...!"


긴 은발의 여자가 씩 웃으며 되묻자 오른쪽 눈을 앞머리로 가린 과묵해 보이는 여자가 당황했고 그걸 본 사령관은 허락의 뜻으로 판단하고 말했다.


"내 스틸라인 기사단에 대한 자료는 진작에 살펴봤지. 그런데 그대들은 그 자료에 있던 모습과 약간씩 달라서 말이야. 예를 들어, 브라우니 자네는 머리에 쓴 장비의 형태가 왼쪽 눈만 가리는 외눈 형태고 레프리콘은 렌즈 부분이 일자로 길게 되어 있지. 그리고 노움은 총의 아래부분에 추가적인 개조를 더했고 임펫은 팔에도 장갑을 두르고 있는데 그것에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엥? 각하도 알고 계신 거 아니였슴까? 그때 저흴 구해주신 것도 각하였는데... 혹시 벌써 나이가 드셔서으긱?!"


"브라우니!!"


"이건 저희가 오르카 호에 합류하기 전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그런 거에요. 철충 뿐만 아니라... AGS와의 전투도 있었고 그 전투들을 헤쳐오면서 장비를 개조하다보니 다른 분들하곤 많이 달라지게 되었죠. 사령관님이 보신대로 브라우니랑 레프리콘의 고글은 더 정확한 조준을 위해 개조된 거고 저도 발포 콘크리트 탄을 비롯한 여러 유탄을 쏘기 위해 총을 개조했어요."


"참고로 내 오른쪽 눈은 의안이야. 닥터가 망원 조준 장치 기능이 있는 화끈한 걸로 만들어 줬지. 가까이 와서 볼래?"


"고, 고맙네만 사양하지. 어쨌든 간에 자네들이 밖에 있다가 합류했다는 건... 다른 군인들도 있었단 말인가? 그들은 어떻게 되었지? 알트도르프 공성전 이후의 제국군의 상황에 대해선 나도 아는 바가 없거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임펫에게 사령관이 정중히 사양하고 나서 노움에게 묻자 노움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어떤 분들은 저흴 위해 싸우다가 전사하셨고, 또 다른 분은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해야한다며 합류를 거부하고 저희와 만난 곳에 남으셨죠. 그 밖에 이곳에서 파견나온 자매들과 만난 적도 있었어요."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합류를 거부한 분들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지 말임다... 탄약도 없고 보급품도 없는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 말입니다."


"그래도... 다들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함께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상사님이 가져온 술을 마시기도 했죠?"


"레프리콘 너도 꽤 편해졌구나? 후후. 그래도 옛날처럼 잔뜩 긴장하고 각만 잡혀있던 것보단 낫네."


"...참으로 재미있군."


제각각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말하는 스틸라인의 병사들을 보고 사령관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고 그걸 들은 브라우니가 사령관에게 다가가 장난스레 말했다.


"재밌으셨으면 이야기값으로 MRE 좀 개선해주시면 안됨까? 스팸이 부족하지 말입니다. 또 연대장님이 보이면 미리 말 좀 해주시고 대장님한테 상병님이 가끔 힘들다고도 전해주시지으겍!"


"브라우니, 제발...! 죄,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브라우니 1111이 자꾸 선을 넘어대서...!"


"하하하! 별 거 아니니 신경쓰지 말게. 그리고 난 오히려 기쁘군. 이런 종말의 때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싸우는 병사가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종말의 때..."


아까도 그렇고 두번째로 브라우니에게 헤드락을 걸다가 급히 사령관에게 차렷 자세를 취하는 레프리콘을 보고 웃으며 말한 사령관은 어딘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국에 종말에 때가 닥쳤을 때 많은 제국민들이 죽고 다쳤지. 귀족, 평민, 병사, 용병, 장군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다하며 죽어갔다네. 물론 몇몇은 종말이란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오히려 악에 굴복한 이들도 있었어.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제국은 마지막까지 최후를 다해 싸우고 있었다네. 비록 나는 그 마지막 싸움의 결과를 보지 못한 채 이곳에 왔네만, 적어도 그대들과 같은 병사들이 있다면 이 종말의 때도 마땅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네. 제국을 지키는 세가지 힘은 믿음, 강철, 화약일지니, 그 모든 것을 고루 갖춘 그대들의 힘이 앞으로 더 절실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 그대들의 활약을 믿고 있겠네."


"헤헤! 맡겨주시지 말입니다!"


"바보 혼자 날뛰면 불안하니, 마땅히 저도 제 할 일을 다할 뿐입니다."


"네. 소중한 가족들은 제가 지키겠어요."


"이제 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말이야. 후후, 사령관님? 열심히 할테니 나중에 얘들이랑 같이 상을 받아도 되겠지? 그것도... 아주 뜨거운 걸로."


"상사님!!"


"하하하! 그대들이 바깥에서 겪은 이야기를 듣는 걸로 밤을 지새우는 거라면 마땅한 상이겠지? 그럼 이만 가보겠네."


도발적인 임펫의 대답에 나머지가 기겁해 소리치자 사령관은 껄껄 웃곤 자리를 떴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사령관이 방으로 향하는 모습과 그 뒤에서 스틸라인의 병사들이 이런저린 이야기를 하며 다시 갈 길을 가고 있던 모습을 누군가가 은밀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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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발 비 계속 내리는 거 보소 개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