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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를 고민으로 해둔 그냥 넋두리인데 할 거 없으면 읽어보셈.


난 지금까지 나를 바이젠더라고 생각했음.

스스로를 바이젠더라고 정체화하고 딱 한 명. 정말 소중한 지인에게만 커밍아웃을 한지 1년이 지났음.

그런데 이제서야 문득 스스로가 바이젠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지정성별로 태어나서 2차 성징이 오고나서도 큰 불편함은 없었음. 아니, 그 불편함이 이제서야 늦게 찾아온걸지도 모름.


근데 어느 순간부터. 진짜 어느날 갑자기 내 몸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함. 왜 몸이 이렇게 변하지? 목소리는 또 왜 이렇지? 분명 책에서 봤던 거라서 익숙할텐데도 갑작스러운 의문들이 나를 덮쳤음.


2차 성징이 오고 꽤 지났을 때 갑자기 느껴진 디스포리아가 너무 무서워서 당시엔 매일 밤마다 울었음. 다소 우울증 기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때라 특히 더 괴로웠음. 이건 분명 내 성별이 맞는데, 내 몸이, 내 성별이 너무 싫었음.


그리고 디스포리아에도 익숙해져 "오늘도 꼴보기 싫은 몸과 목소리다." 할 때 쯤애서야 제대로 여러가지 젠더에 대해서, 나의 이런 생각들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함. 나는 나만이 이런줄 알았는데 아니라는게 신기하면서도 안정되더라.


그리고 나는 1년 넘게 자신의 성별을 계속 고민했음.


나는 정신적으로 남성인가? 그렇다기엔 귀여운 여성복을 보고, 이런 옷을 입는 걸 상상하는 건 즐거움. 여성스러운 놀이를 하는 것도 즐겼음. 여자를 겨냥한 여성향 작품도 보는 걸 좋아함.


나는 정신적으로 여성인가? 그렇다기엔 남성복 또한 동경함. 나의 롤모델, 되고싶은 모습은 남자의 모습임. "저 사람처럼 되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대상은 항상 남자였음.


고민 끝에 나는 두 성별을 포기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남성과 여성 둘 다 될 수 있는 바이젠더로 스스로를 정체화했음. 당시 가장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하지만 이제와서 스스로가 바이젠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나는 왜 이 성별일까, 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함.


내가 되고싶은 모습은 분명 지정성별과 반대인 성별인데, 나는 왜 지정성별로서도 살고싶을까. 내가 살기를 원하는 건 "지정성별로서"가 맞는가.


지정성별로 있고 싶은 이유는 솔직히 말해 몇 개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였음.


부모님 중 한 분은 성소수자 인권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내게도 자주 그런 얘기를 해주는 분이라, 내 성별이 무엇이든 잘 받아주실거라고 커밍아웃하지 않은 지금도 생각함.


하지만 그 분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은 동성애자는 괜찮은데 ●●젠더는 싫다. 라는 의견이 강했음. 내가 이런 고민을 말하는 순간 연이 끊길게 분명함.


가족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친해진 지정성별과 같은, 동성인 친구들과 지인들은 내가 전부 자신과 같은 성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거임. 현실에서 만난 적 있고, 솔직히 내가 갑자기 이성이라고 하면 나라도 불편할 것 같음. 동성으로 편하게 대했는데 사실 나 이성이야. 나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함.


이렇게 계속 생각해보니 나는 지정성별로 살고싶은게 아닐지도 모른다는걸 깨달음. 그저 나의 주변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음. 그저 유지하고 싶을 뿐인게 아닌가?


결국 내가 진짜로 살고싶은 모습은 지정성별과 반대인 성별이구나.

오랜 고민 끝에 오늘에서야 겨우 깨달았음.

어쩌면 이 깨달음도 틀렸을지 모르지만, 반대 성별로 살고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은 확실해보임.


하지만 그럼 트랜스젠더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움.


앞으로 살고싶은 것은 반대 성별지만, 지금까지 지정성별로 쌓아온 것들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음. 지정성별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지금은 크게 나쁜 기분은 아님. 익숙해져서인지 몰라도 디스포리아는 스스로를 정체화한 뒤로 크게 줄어들었음.


하지만 남자가 있는 곳엔 남자로 있고싶고, 여자가 있는 곳에선 여자로 있고싶음. 애초애 나를 그런 성별로 나누는 것도 가끔은 싫을 때가 있음.


결국 나는 뭘까.

이제 곧 6년 째 이어지는 고민임.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제대로 정체화하고 싶어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성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