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의 삶도 다 바보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보다 한창 아랫것인 나의 모든 게 지겹다

나 대신 세상을 누비고, 살아가는 그 어느 것이 된대도 지겹다는 것도 봐버렸다

 

사람과 대화할 일이 늘어날수록 내 졸렬한 정신의 밑천만 드러날 뿐이고

이래서는 발음도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내면서, 웅얼웅얼 씹는 대답만 겨우 하게 된다

잘나신 ‘외향적 성격’을 획득해가던 시절 극도로 혐오했던 소외의 벽을, 또다시 자진해서 치고 있는 거지. 

주변 환경이 비루하단 탓을 하면서, 내 수준에 안 맞는단 탓을 하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퇴행을 반복하는 내 자신이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