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너무 갔고, 이집트 문명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사실 메소포타미아까지 가도 되긴 한데, 원론적으로 크게 다른 내용은 아니다.


수학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이 될 무렵, 그러니까 최초의 수학책 [린드 파피루스]가 써졌을 무렵, 그 무렵이면 이제 숫자를 표기하지 못해서 어정쩡 거리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그러니까, 갑자기 윗대가리가 와서, '너 양 몇 마리 있어?' 라고 물었을 때, '이만큼 있어요' 라고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집트 사람들에게도 극복하지 못한, 아니 극복하지 못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나일강의 범람이다. 당시 그 길다란 강에 제방을 쌓을 기술도 없었고, 애초에 먹을 거 없는 사막 땅에 웬 강이 범람하면서 먹을 게 생기는 비옥한 토지가 만들어지는건데 범람하지 않게 제방을 쌓는 것 자체가 웃긴 이야기.


다만 범람을 하면 땅에 세워놨던 표시는 전부 작살이 난다. 그러니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누구 땅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 그래서 생긴 게 '기하학' 이다. 하여간 나일강이 땅을 갈아엎고 갔는데, 그 전에 나눴던 땅의 면적을 확실히 정의해야 하니까. 그래서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서도 직선으로 되어있는 임의의 모양을 주고, 그걸로 정사각형을 만드는 문제가 나온다.




2권 [도형의 넓이] 마지막 과목인데, 그만큼 실용성 있어보이고 또 중요한 과목이라는 반증이 될 것이다.


아무튼, 문명의 발전 자연스럽게 이집트에서 그리스 지방으로 전파가 되면서, 자연히 수학의 개념은 숫자의 개념도 들어오긴 했지만, 기하학의 개념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그리스 사회라고 불리는 '시민사회' 가 접목되면서 그리스 수학은 재미있는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리스 사회에서, 시민은 생각이나 교양이 필요한 일을 한다. 즉 단순 노동, 반복 작업, 가사, 도구 제작 등은 전부 여자나 노예의 담당이었다는 소리. 시작(詩作), 음악, 철학, 토론, 연극 등이 시민이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수학은 누가 할까? 시민이 할까 노예가 할까?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단순 노동, 반복 작업은 노예, 생각이 필요한 일은 시민.

즉, 도구만 있으면 바보도 가능한 측정은 노예가 하고, 논리, 작도는 시민이 한다.


그러더니 이 시민놈들은  이 '측정' 을 안하는 거에 페티시라도 있는지, 도구를 최소화했다. 원을 그리는 컴퍼스, 직선을 그리는 자. 끝!

게다가 지금은 컴퍼스의 벌려진 각도가 저장되서 직선을 쉽게 옮길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그런 거 없음ㅋ 종이에서 컴퍼스를 떼는 순간 벌어진다.


그래서 기하학 원론 1권의 2번 문제. 즉 진짜 기초가 되는 문제 중 하나가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로 직선을 옮기시오' 인 것이다(컴퍼스 동등정리). 그리고 여기서 얻은 '직선을 옮기는 법' 은 앞으로의 원론에 안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이게 2번 문제인 이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삼각형 작도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프롤로그, 게임으로 치면 방향키 조작 방법이랑 비슷한 중요도인 것.


나중에 결국 시민도 결국 길이 저장 안되는 컴퍼스가 개뻘짓이라는 걸 깨닫고 디바인더 기능을 쓰긴 했지만,

아무튼 작도를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로 하는 이유는, 시민은 단순한 반복 작업을 안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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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고 수포자인데 역덕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수학사에는 살짝 관심이 있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