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V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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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왜 당신을 부를 때 항상 '지휘관'이나 '너'라고만 부르고 절대 이름을 부르지 않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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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새삼스럽게 왜 물어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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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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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아마 제가 이름을 불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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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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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고아원 문앞에 버려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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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이라는 이름 하나만 달랑 남겨진 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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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였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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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고… 알 방법도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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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이 이름을 지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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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 어느 먼 나라 말로 '하늘'이라는 뜻이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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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매연과 그을음, 모래먼지로 지저분하게 오염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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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 납빛 하늘의 '하늘'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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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최악인 이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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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저한테 잘 어울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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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금 거부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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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제 이름을 부르는 것도… 제가 남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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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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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름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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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바로 날 버린 엄마 아빠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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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렇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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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준 것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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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분들이 제게 준 첫 선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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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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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왜 그래요? 그건… 그림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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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꽤 낡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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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게 부모님이 당신에게 주신 첫 선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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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문에 많은 게 타버려서… 유품이라고 부를 만한 건 이거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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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저한테 주시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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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요!? 그렇게 소중한 걸 제가 어떻게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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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 제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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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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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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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하늘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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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심해지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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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부모님이 어릴 적에는… 하늘이라고 하면 이런 색이었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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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신도 우리 부모님이 어떤 마음이나 바람을 담아… 제게 이 이름을 지어주셨는지는 모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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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가 축복 속에 태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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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를 경멸하고, 싫어하는 부모도… 흔히 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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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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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난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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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당신 꽤 로맨티스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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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사는 보통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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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렇게 융통성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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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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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그렇게 말해줘도… 전 여전히 이 이름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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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아해 보려고 노력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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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단, 그 한 걸음으로서… 그 첫걸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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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의… 당신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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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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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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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말했어요… 말해버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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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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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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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제대로 못 들은 당신이 잘못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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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안 해요! 다음에나 기대하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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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런 식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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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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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똑부러지게 말한 적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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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말로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 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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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남자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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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요즘 세상에 남녀를 따지는 건 안 좋은 생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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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상관없어요. 그건 전혀 상관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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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성별을 핑계로 삼으려는 사람들의 헛소리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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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쓸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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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는 남자한테서 마음을 제대로 전해 듣고, 소유당하고 싶어 하는 생물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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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참고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같은 맥 빠지는 대답은 비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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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충 얼버무리는 건 금기 중의 금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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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05.513 --> 00:08:07.263
백년 가약도 식어버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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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나라 공주님조차 주먹을 날릴 수준의 대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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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11.800 --> 00:08:16.523
그러니까 어서, 어서요,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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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17.896 --> 00:08:19.346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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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44.884 --> 00:08:47.447
키스로 얼버무리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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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49.007 --> 00:08:52.607
뭐, 안 된다고 한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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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그런 거 하나로 대충 넘어갈 만한 애라고 생각하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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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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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할 때마다 키스부터 시작하는 건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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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몸이 이미 조건반사로 준비가 돼 버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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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런 식으로…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는 건 안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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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