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VTT
1
00:00:02.256 --> 00:00:06.646
납빛 하늘과 피와 녹의 냄새……
2
00:00:08.737 --> 00:00:12.346
그것이 나의 세상 전부였다.
3
00:00:14.072 --> 00:00:15.572
‘전투’
4
00:00:17.186 --> 00:00:19.139
그것은 마녀로서……
5
00:00:20.453 --> 00:00:27.656
세상의 이치를 더럽히는 ‘이상’으로 태어난 나의 전부였다.
6
00:00:30.779 --> 00:00:37.439
그것은 ‘인간’이 아닌 ‘전략 병기’로서……
7
00:00:38.849 --> 00:00:45.388
그저 ‘적국 병사’라 불리는 이들을 죽이기 위한 ‘도구’로서의……
8
00:00:46.582 --> 00:00:50.222
나의 ‘가치’의 전부였다.
9
00:00:53.539 --> 00:01:01.179
였다. 과거였다. 과거형이었다……
10
00:01:03.616 --> 00:01:05.153
과거형.
11
00:01:06.432 --> 00:01:13.075
…그래,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다.
12
00:01:15.822 --> 00:01:21.422
마녀로 태어난 자의 마지막 결말은 대략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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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23.286 --> 00:01:29.170
하나는 마녀로서 싸우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
14
00:01:30.956 --> 00:01:32.696
이것이 가장 흔한 경우다.
15
00:01:34.771 --> 00:01:37.053
마녀로 태어나 마녀로 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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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39.440 --> 00:01:44.990
마녀로 태어난 자에게는 아마 가장 행복한 결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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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47.867 --> 00:01:59.107
하나는 정신이 붕괴되어 광기에 빠져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인류에게 해로운 존재로 간주되어 ‘처리’되는 것.
18
00:02:00.964 --> 00:02:02.947
이것이 두 번째로 흔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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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05.263 --> 00:02:06.600
그렇긴 하지만……
20
00:02:06.809 --> 00:02:13.709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진 마녀 교육 시스템이 완비된 이 나라에서는
21
00:02:14.857 --> 00:02:19.107
이러한 사건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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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21.077 --> 00:02:23.141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23
00:02:25.149 --> 00:02:34.019
자신들의 ‘전투’ 속에서 죽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결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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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37.343 --> 00:02:44.873
마지막 하나는 ‘마법’을 잃고 ‘마녀’로서의 재능을 잃는 것.
25
00:02:46.360 --> 00:02:54.129
무력하고 가치 없는 존재가 되어 ‘처리’될 기회조차 없이 버려지는 것.
26
00:02:56.226 --> 00:02:58.326
즉, 나의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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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00.912 --> 00:03:12.185
그래… 이것이 나, 이 ‘끝나버린 마녀’의 지루한 과거다.
28
00:03:25.685 --> 00:03:26.975
지휘관.
29
00:03:28.562 --> 00:03:31.159
신경 써줘서 고맙다.
30
00:03:33.226 --> 00:03:36.149
하지만 나도 어린애가 아니야.
31
00:03:38.686 --> 00:03:40.239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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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43.059 --> 00:03:49.713
마녀의 힘을 잃은 자가 다시 힘을 되찾은 선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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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52.436 --> 00:04:00.359
힘을 잃는 현상 자체가 드물어 충분한 검증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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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02.305 --> 00:04:08.388
실제 확률 상 내가 힘을 되찾을 가능성은 없다.
35
00:04:10.692 --> 00:04:17.582
적어도… 고위층은 그것을 확신할 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겠지.
36
00:04:19.333 --> 00:04:27.180
그렇지 않았다면 군이 한때 마녀였던 나를 이토록 쉽게 내쫓을 리 없으니까.
37
00:04:30.079 --> 00:04:35.915
알고 있다… 정말로 알고 있다.
38
00:04:44.096 --> 00:04:45.902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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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46.546 --> 00:04:54.379
당신이 지휘관이면서도 마녀를 인간 취급하는 괴짜인 건 알고 있었지만
40
00:04:56.736 --> 00:05:00.063
마녀로서의 가치를 잃고 쓸모없어진 나를 감싸주기 위해……
41
00:05:00.350 --> 00:05:08.013
쓸모없는 꼬마가 된 나를 위해 군에서 쫓겨나는 걸 감수한 변태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42
00:05:10.259 --> 00:05:18.422
심지어 나를 데리고 시골에 살겠다는 괴짜일 줄이야.
43
00:05:24.705 --> 00:05:31.962
그래서… 어때? 우리가 앞으로 살 곳은.
44
00:05:37.652 --> 00:05:41.652
그렇구나… 그냥 좀 궁금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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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43.816 --> 00:05:50.846
하지만… 어디든 똑같겠지.
46
00:05:52.862 --> 00:05:59.785
전장이든, 군이든, 앞으로 갈 곳이든……
47
00:06:02.041 --> 00:06:07.108
마녀조차 아닌 나에게는 나만의 자리가 없을 테니까.
48
00:06:11.451 --> 00:06:14.361
지휘관, 당신도 마찬가지야.
49
00:06:15.741 --> 00:06:20.760
나 같은 존재에게 질린다면 언제든 말해.
50
00:06:22.230 --> 00:06:26.917
당신은 이런 곳에서 끝날 사람이 아니야.
51
00:06:29.150 --> 00:06:31.167
나랑은 달라.
52
00:06:33.400 --> 00:06:35.160
그런 거지.
53
00:06:40.929 --> 00:06:47.579
내가 이런 태도를 보일 때마다 이 사람은 항상 슬픈 표정을 짓는다.
54
00:06:49.577 --> 00:06:51.181
능력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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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52.284 --> 00:06:56.041
다 써먹고 버릴 마녀를 구하겠다고……
56
00:06:57.339 --> 00:07:04.725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57
00:07:06.918 --> 00:07:11.675
결국 그런 일로 군에서 쫓겨났는데도.
58
00:07:18.899 --> 00:07:20.149
뭐?
59
00:07:24.435 --> 00:07:28.772
지휘관이라고 부르는 건 이제 좀 이상하지 않아?
60
00:07:30.591 --> 00:07:35.408
이제 지휘관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데.
61
00:07:37.015 --> 00:07:40.141
이름으로 부르는 편이…?
62
00:07:46.547 --> 00:07:51.094
지휘관은 인간이니까 이름이 있는 건 당연하잖아.
63
00:07:56.929 --> 00:08:03.329
어차피 ‘당신’은 언젠가 나를 뒤로하고 떠날 테니.
64
00:08:04.589 --> 00:08:10.772
굳이 이름을 기억할 필요 없어. 구별만 되면 됐으니까.
65
00:08:15.658 --> 00:08:19.208
뭐? 불만 있어?
66
00:08:21.855 --> 00:08:29.928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당신 말고는 없으니까.
67
00:08:31.388 --> 00:08:36.698
나도 ‘관계’ 이외의 방식으로 남을 부를 필요는 없어.
68
00:08:44.860 --> 00:08:47.397
앞으로도 그럴 테고.
69
00:08:52.420 --> 00:08:53.547
도착했어?
70
00:08:54.990 --> 00:08:56.267
알았어.
71
00:09:05.970 --> 00:09:10.328
먼지투성이에 이렇게나 황폐하다니.
72
00:09:12.447 --> 00:09:17.260
뭐, 상관없어. 빨리 치우면 그만이지.
73
00:09:18.440 --> 00:09:23.640
당신은 쉬어. 내가 할게.
74
00:09:24.969 --> 00:09:32.068
이런 작은 일조차 못 하게 하면 나를 거둬준 의미가 없잖아. 나한테 맡겨.
75
00:09:47.608 --> 00:09:48.685
응…?
76
00:09:57.092 --> 00:10:00.649
이건 뭐야? 바닥에 못으로 박혀있네?
77
00:10:09.360 --> 00:10:10.667
알았어.
78
00:10:13.791 --> 00:10:14.927
자.
79
00:10:21.221 --> 00:10:23.337
안… 안 닿아.
80
00:10:29.616 --> 00:10:30.706
에취!
81
00:10:34.322 --> 00:10:37.472
우선… 우선 걸레부터.
82
00:10:45.499 --> 00:10:48.649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
83
00:10:54.150 --> 00:10:55.647
미안해.
84
00:10:56.609 --> 00:11:01.266
내가 방해해서 청소가 별로 진행되지 않았네.
85
00:11:02.715 --> 00:11:04.638
내가 책임질게.
86
00:11:08.809 --> 00:11:14.719
어차피 단기적인 계획도 없었으니 괜찮아?
87
00:11:16.029 --> 00:11:20.228
각자 방만 정리해도 충분하겠지?
88
00:11:21.015 --> 00:11:24.102
잘 곳은 확보된 거지…?
89
00:11:25.801 --> 00:11:30.098
응… 응, 맞아.
90
00:11:36.137 --> 00:11:37.537
알았어.
91
00:11:39.047 --> 00:11:42.048
잘 자, 지휘관.
92
00:12:05.328 --> 00:12:17.204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법을 못 쓰는 평범한 여자애가 된 지금의 나는.
93
00:12:18.614 --> 00:12:20.948
하지만 내가 한 건 대체 뭐지?
94
00:12:28.681 --> 00:12:36.431
왜… 왜 마녀로서 끝나게 내버려 두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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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2:39.754 --> 00:12:44.631
너희들이 멋대로 준 건데, 멋대로 빼앗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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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2:49.081 --> 00:12:50.718
어떻게 해야 하지?
97
00:12:52.565 --> 00:12:55.078
마녀조차 아닌 나는……
98
00:12:57.570 --> 00:13:05.327
어떻게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거지?
99
00:13:11.014 --> 00:13:14.777
말해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