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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아침에 동생 분과 다시 올게요."


"자...잘 가요. 아까는 미안했어요.."


그렇게 얼마간 예은과 대화를 나눈 후, 도경이 센터를 떠나 아현이 기다리고 있을 연구실로 향했다. 다행히 그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린 듯했다.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아현이 그에게 질문했다.


"진짜 우리 언니 맞아요?"


"네. 맞는 것 같아요. 아현 씨 이름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도경이 그녀에게 좀 전에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예은과 헤어지기 전 그의 제안으로 간략하게 찍은 일종의 영상편지였다. 10년 전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지만, 위축된 채 떨면서 그녀에게 인사하는 인어는 틀림없는 그의 언니였다.


"맞아요. 틀림없이 언니에요. 정말 고마워요."


그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도경의 왼손을 꼭 붙잡았다. 그의 얼굴이 홍시처럼 빨개졌다.


언니를 만날 생각으로 가득한 나머지 그녀는 그날 밤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느라 피곤했던 도경이 간신히 일어나자, 두 눈이 퀭한 아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수 몇 명의 도움으로 아현을 작은 수조에 넣어 차에 실은 후, 도경이 서둘러 보호 센터로 향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한 듯 자꾸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센터에 도착하자 아현이 담긴 수조를 바퀴 달린 카트에 실은 도경이 예은에게 향했다. 그녀는 간밤의 일로 피곤했는지 수조 벽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었다.


"언니! 나야!"


"아...아현아? 진짜 너야?"


도경이 아현을 그녀 앞으로 데려다주었고, 그렇게 10년 만에 자매가 육지에서 다시 상봉했다.


"언니. 난 언니가 죽은 줄 알고... 너무 보고 싶었어." 


"나도.. 너는 꼬리에 그게 다 뭐야."


둘은 반가움과 안타까움으로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보며 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센터 직원들과 도경의 눈시울도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조금 진정이 되자 그들은 서로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했다. 그날 아빠와 함께 잡혀간 예은은 예쁜 외모 탓에 '특별히' 산 채로 최순재에게 끌려갔고, 무려 10년 동안 좁은 수조 안에 갇힌 채 그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성노리개로 지내야 했다.. 막 구조되었을 때 그녀의 정신은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현에게 사연을 듣고 나자 그녀가 도경에게 동생을 구해주고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했다.


"아니에요. 저도 두 분이 이렇게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요."


길었던 상봉이 끝나고 대낮이 되서야 아현이 검진을 받으러 갔다. 다행히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그녀의 꼬리뼈는 잘 회복되고 있었다. 


"여기 보시면 뼈가 똑바로 잘 붙어주고 있어요 2주 정도 지나면 원래대로 나을 것 같아요. 그 외에는 딱히 이상 없어요. 비늘도 잘 낫고 있고요.


인어 셋을 추가로 수용할 공간이 없었던 센터는 바빠졌고, 결국 아현은 계속 도경의 연구실에서 지내기로 예은와 합의했다. 장기간 좁은 공간에서 헤엄도 제대로 치지 못한 데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탄 탓에 그녀의 꼬리뼈는 비틀리고 굳어 있었다. 다 나으려면 몇 달 동안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할 듯했다.


"걱정 마, 내가 종종 놀러올게. 정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라도 하면 되고."


"잘 가. 몸조심해야 돼."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실로 돌아가는 길에 아현이 말했다.


"도경 씨. 생각해 보면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우리 엄마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갑자기 그건 왜요?"


"그날 인간들한테 잡히지 않았다면.. 세상에는 도경 씨처럼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영영 몰랐을 거고, 언니랑도 만나지 못했을 거에요. 제 노래로 인어들에게 도움을 주지도 못했을 거고요."


"맞는 말이네요. 저도 그날 아침 바닷가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현 씨도 만나지 못했겠죠." 


아현을 수조에 넣어주고 막 식사를 챙겨주려 할 떄 그녀가 도경을 불렀다.


"저.. 도경 씨. 저도 드릴 게 있어요. 손바닥 좀 줘 보세요."


도경이 시키는 대로 하자, 이번에는 그녀가 눈을 감고 있으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의 손바닥에 무언가 작고 동글동글한 게 느껴졌다. 눈을 떠 보니 아름다운 분홍빛 진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제 머리끈에 달려있던 건데, 예전에 엄마랑 같이 찾은 거에요. 예쁘죠?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아현이 도경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항상 챙겨 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