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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오직 강해지기 위해서 나는 모방하고, 훔치며, 싸워나갔지. 내가 걸어온 길은 마치 야인과 같은 길이었단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나는 그 모든것이 쓸모없는것 이었다는걸 깨닫고는 이 숲으로 왔지."


"이 대삼림을 선택한건...글쎄, 엘프로써의 본능.. 이라 하면 이해가 될거란다. 이 숲은...대삼림이 아니었거든."


"숲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 숲에 살며 교감하는 종족. 그런 엘프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며 나는 이 숲을 30년동안 가꿔왔지."


"그러다.. 널 만났단다. 갓난쟁이 핏덩이였던 너를."


절대 말해주지않던 자신과 스승의 옛 이야기에 게르트는 경청하면서도, 착잡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처음 너를 보고 생각한건 인간들은 자기 자식까지도 무책임하게 버릴수 있는 차가운 자들이라는 생각에 분노했단다."


"너를 자세히 보니, 너의 신분을 보장해줄 것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것 같았거든."


"그리고..너를 어떻게 해야할지 집까지 안고와서 한참을 생각했지."


"너를 버린다면..나는 널 버린 인간들과 똑같아질것 같았기에, 네가 걷기 시작하고 말할수 있게됐을 때, 마을에 놔두고 갈 생각이었어."


"하지만.. 너를 키워가면서.. 성장해가는 널..보면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말았단다."


목이 메이기 시작한듯,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스승님의 등을 두드리며 안타까운 얼굴로 게르트는 경청했다.


"..이윽고는 너를 키우며 내게 남은 나머지 삶은, 너를 위해 존재하는거라 생각하게 되었단다."


"하지만..나는 두려웠어.. 나와 너의 전혀 다른 수명이, 서로에게 상처로 남는게 아닌지."


"그리고 다른 겉모습에서 오는 혼란으로 너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지.."


스승은 입을 열어 말을 하려다 입을 닫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게르트는 차분히 기다리고 스승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너의 친부모가 찾아와, 너를 되돌려 달라고 하지는...않을지.. 정말..두려웠어.."


말을 마치곤 눈물을 흘리는 스승의 모습에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스승의 등을 두들기며 경청하고 있었다.


".....네가 성장하며 흐르는 시간만큼, 작고 사소했었던 마음속의 걱정들이 너와 함께 커지던, 그런 위태로운 나날이었단다."


"그리고 나는..어린 네가 숲을 나와 마을로 가는게 두려워 너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숲을 감시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어느날..인간 두명이 숲에 들어와 누군가를 찾고있었지.."


게르트는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 했지만, 표정관리를 할수 없었다.


"....그 남녀가 혹시, 너를 잃어버린 부모여서 숲에 찾아와 너를 찾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저 길을 잃은 사람들인건지 확인하기 위해서..가까이 다가갔어.."


스승은 다시한번 크게 한숨을 쉬고 게르트를 곁눈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내 세번째 걱정이..정확히 들어맞게 되버렸지.. 너의 친부모가..너를 ...찾기위해 숲을 뒤지고 있더구나.."


게르트는 손을 꽉 쥐며 스승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지만. 너무 꽉 쥔 탓인지, 손에선 피가 나려하고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나는 물어봤단다. 무엇을 찾아 이 숲에 들어오게 되었느냐고."


"나는...두려웠단다.... 내 사랑스런 아들을 빼앗아가려 한다고 생각했지."


"그리고....배아파 낳은 아이라며 너를 내게서 막무가내로 데려갈걸 생각하니..정말..가증스러웠지.."


"인간 여자가 말하더구나. 도적들이 자기 마을을 덮칠때, 이 숲에 도망쳐 숨어있었고, 주변에 보이는 도적의 시선을 분산시켜 아기를 지키려 했다고. 그래서 눈에 띄는 큰 나무 밑에 아이를 놔두고 떠났었는데, 하루가 지나자 아기가 사라졌었다고."


"...그렇게 몇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채 언제나 이 숲에서 아들을 찾고있었다고...."


묵묵하게 듣고있던 게르트의 손에선 피가 나고있었다. 그래도, 더 듣고 판단하기 위해 게르트는 올라오는 감정을 꾹 누르며 스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그들이 아주 나쁜 악당이길 바랬단다. 너를 데려가려 해도 베어버렸을때 전혀 죄책감은 없었을테니."


"그러고는 내게 묻더구나. 인간 아이를 본적이 없느냐고. 오랫동안 이 숲을 지켜오신 엘프님이라면 분명 아실거라 생각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아이를 찾으면 어떻게 하고싶으냐고. 만약 마음씨 착한 사람이 아기를 주워 지금까지 행복하게 키워왔던 거라면, 어떻게 할것이냐고 말이야...."


스승은 울먹이며 죄책감에 몸을 떨며 말 끝을 흐렸다. 그런 스승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게르트는 강하게 쥐었던 손을 펴 스승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내가 그리 물어보니 인간 남자가 말하더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낼것이고, 반드시 되찾을거라고. 이런 숲 속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절대 행복하게 지냈을리가 없을것이다. 만약 우리 아이가 살아있다면, 친부모로써 데려가 행복하게 키워낼것이라고."


손을 온몸을 떨며 울기 시작한 스승을 보며 게르트는 더이상 그녀에게 더이상 분노를 느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게르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죽이셨던겁니까? 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


스승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죄책감에 울고있었다. 굳은 표정의 게르트가 일어서며 스승을 바라봤다. 언제나 강하고, 언제나 커보였던 스승이 지금은 너무나 약하고 작게 보였다.


"비록 스승님의 그 행동은 용서할수없는 죄이지만, 저는 스승님을 탓할수가 없습니다. 제 친부모에게 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그들에게서 저를 빼앗은 스승님이 정말 밉지만.. 저는 스승님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개를 숙여 흐느끼는 스승이 듣는지 마는지, 게르트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스승님은 언제나 저를 보며 죄책감에 괴로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짐을 제가 덜어드릴순 없습니다. 그저 이 숲에 계속 있는다면 짐은 더 늘어나기만 할 뿐이겠죠."


그리고 게르트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말했다.


"그러니, 저는 떠나겠습니다. 세상을 돌며, 제가 죽을때까지 이곳에 다시 오지 않겠습니다. 저는 스승님을 경애하고, 존경하기에 저로인해 고통받는 스승님을 저는 더이상 볼수 없습니다."


조용히 인사하며 게르트는 작별을 고했다.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신 이 은혜. 죽을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게르트는 뒤로 돌아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그의 등에는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보였다.

스승은 멀어져가는 게르트를 멍하니 바라보며 꼬마일적의 게르트를 겹쳐보며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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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기 위해 사람도 죽이는 싸이코 엘프눈나..헤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