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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아는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커튼이 쳐져있는 무대를 응시하며

옆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을 뿐이다.

옆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할 서커스는 얼마나 더 대단할까?"

"그러게. 지난번 보여준 공중곡예는 정말 끝내줬는데 말이지."

"근데 솔직히 이제 서커스는 조금 지루하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머리로는 신기한게 느껴지는데 

이젠 딱히 재미있거나 흥미있진 않아.

오늘 보고 지난번과 똑같으면 한동안은 오지 않으려고."

옆 사람들의 얘기가 끝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얘기를 엿들으려고 고개를 이동해보았지만 

죄다 알아먹을 수 없는 말들이다. 

그냥 돌아와서 커튼 위쪽 장식을 훑다보니

쇼가 시작되었다. 

커튼이 확 젖혀지고 키가 150cm 정도로 보이는 단신의 여자가 나와 

자신을 사회자라 소개하며 꾸벅 인사를 했다.

박수와 호응이 이어지고, 사회자가 말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러분은 그저 단순한 서커스를 보러 오신 것이 아닌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여러분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2가지의 쇼를 준비하였습니다."

"혹시나 정통적인 서커스를 보러 오신 분들은 뒤쪽에서 환불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웃음소리)

"2가지의 쇼 중 첫번째로는 지적 동물을 가지고 노는 것입니다."

"어때요?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저희는 그 오만한 동물을 망가트리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습니다."

"왜냐? 당연히 여러분들을 위해서죠! 박수 한번 주세요!"

(박수소리)

"마지막 쇼는 이 서커스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첫번째 쇼가 끝나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쉬워 하는 소리)

"에이 걱정 마세요. 지적 동물들 혼자 냅두면 그렇게 근성있지 않아요!"

"가장 빠르게 끝났었던 때가 아마 한 4초 정도 되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휴. 그때 저희가 환불을 도와드렸던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네요"

(웃음소리)

"자! 지금부터 쇼가 시작되니 박수와 함성! 크게 질러 주세요!"

(박수와 함성소리)

두번째 커튼이 올라가고, 175cm 정도 되는 남성이 등장한다. 

"자 관객분들을 보고 인사해야지~"

남성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한데, 소리가 나오지가 않는다.

"어허~ 난동 피우면 안돼~"

"관객분들 앞에선 얌전하게 있어야지~!"

"자자 여러분 다시한번 박수로 이 동물을 응원해줍시다~!"

(박수소리)

"들었지? 관객들이 너를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아 혹시 마이크 하나만... 네네..."

"이 불쌍한 동물에게 딱 3초간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습니다."

"동의 하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

"좋습니다! 바로 가보죠."

"동물아~ 너의 이름은 뭐니?"

(마이크 전달)

'살려주세요 여기가 어디'

"네~ 동물의 이름이 이렇다고 하네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일종의 마술과도 같습니다. 마술 알죠 마술?"

"앞에 놓여있는 상자를 열고 확인한 뒤, 하고 싶은 행동을 하시면 됩니다."

"자 그럼 시작!"

지적 동물... 아니 남성이 바들바들 떨며 상자를 확인 한 뒤, 구토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다시 마이크 줘보세요... 네네."

"여러분 끝났습니다! 상자 안에 뭐가 들어가있는지 말해볼 수 있겠나요?"

남성이 더러워진 입가와 떨리는 몸으로 입을 연다.

'저를 너무 닮은... 목이 없는 시체와... 게임에서 나오는 포탈...같은게... 있...어요...'

"와~ 박수!"

(박수 소리)

"네 정말 흥미로운 답변이었습니다."

"진행팀~ 거기 문좀 열어주세요!"

무대의 오른쪽에 EXIT 이라고 적힌 문이 빛을 내뿜으며 열렸다. 

남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남성은 바로 본능대로 행동하였다.

"동물아~ 이제 어떻게 할거... 어 먼저 뛰쳐 나갔네"

무대는 그의 숨소리와 뛰는 소리로 가득찼다. 

사회자의 말대로 남성은 빛을 내뿜는 문으로 뛰쳐 나갔다.

무대는 다시한번 소리로 가득찼다.

남성의 비명과 공장에서나 들을법한 그라인더 소리로.

"자 여러분! 지적 동물이 평정심을 잃고 그만 저희의~"

사회자가 상자를 관객쪽으로 돌려 보여주었다.

상자 안에는 목이 투박하게 잘린 신원이 같은 것 같은 남성의 시체가 2개 들어있었다.  

"식량이 되어 주었습니다~!"

(함성소리)

"이건 나중에 저희가 추첨을 통해서 전달하도록 하고, 첫번째 쇼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10분간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소리)

(커튼이 올라간다)

...

내가... 뭘 본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여기서 내가 유일한 인간인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여기 왜왔는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이상함을 알아 차렸다. 

빨리 판단을 해야한다. 

뛰쳐 나갈지 

아니면 쇼를 다 관람할지...

이게 첫번째 쇼라면

두번째 쇼는 대체 어떠한 충격을 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내가 다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저 꼴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두려움이다. 

결국 나는 계속 쇼를 다 보기로 판단했다.

뒤를 돌아볼 자신은 없지만 아마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을테고

가장 중요한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다보면... 


"네! 여러분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고!"

"첫번째 쇼는 어떻게, 잘 관람 하셨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첫번째 쇼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 만한 쇼가 대기중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네 놀랍죠! 그 쇼가 아무것도 아니였다니!"

"여러분!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모두 □를 치켜뜨고! 지켜 보세요!"

"이때까지 보지 못한, 기상천외하고도 신비하고 놀랍고 긴장되고 당신을 집중하게 만들!

지상 최대의 쇼가 지금 여기! 시작됩니다!!!"

(박수 소리)

"자 자 자... 그런데요 여러분... 아까 쉬는 시간에 민원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자기가 경품을 너무 얻고 싶은데, 경품갯수를 더 늘리면 안되냐고요."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아 원래는 안되는 건데... 아..."

"뭐 까짓껏 해보자!"

"다 여러분들을 위한거니까!"

"해서 저희가 경품을 더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근데요 경품을 얻으려면 재고가 있어야죠 그쵸?"

"재고를 얻으려면 또 뭐다?"

"쇼를 또 진행해야 한다~!"

"박수한번 칩시다 네~!"

(열렬한 박수 소리)

"놀라운 사실 하나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들 사이에는 지적 동물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알수 없는 소리들)

뛰어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자의 눈... 이제 눈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그게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 도망쳤어야 한다.


늦었다.


"여러분 어딨을까요? 저도 참 궁금한데요..."

"어"

"찾았다"

"거기 지적 동물분"

"네 그 두분 옆에 앉아계신 분이요"

"네네 내려오시면 됩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시고요"

"당신이요"

"지금 보고있는 당신이요"

"당신"

"내려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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