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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 여성이 "동생, 제 동생이 안에 있어요!", 혹은 "저희 애가 아직 못 나왔어요!"와 같이 자신보다 어린 가족을 구출해달라고 소리친다면, 한시가 급한 상황임을 알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어 그 여성과 눈을 마주쳐 주십시오.


여성의 홍채 색이 검은색 혹은 갈색이라면, 즉 평범한 한국인이 가질 만한 색이라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상황에 따라 판단해 구조요구자를 구조하십시오.


하지만 여성의 홍채가 특이한 색이라면, 구조요구자의 이름을 물어보십시오. 여성이 명확히 대답한다면 대부분은16)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여성이 구조요구자의 이름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위와 같이 소리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건물 내부에는 더 이상 생존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앞서 말한 것 이외의 다른 내용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화재를 진압하십시오. 불길이 잦아들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질 것이고, 잔불 정리 단계에 접어들면 어느새 그녀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녀를 만나더라도 부디 그녀를 향한 격한 행동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긴급 상황에 생명이 달린 일로 장난치는 이에게 느낄 수 있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녀에게 화를 내었더라도, 다른 이들은 이후 일어날 일들로 당신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다만 너무 선했던 것뿐입니다. 죄책감에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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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음은 ■■지역에 있었던 화재 당시 그녀를 목격한 박■■ 소방대원의 증언이다.


"그 여자, 그때 세 번째 봤습니다. 십 년 동안 이 일만 하면서 그 여자는, 이제 촉이 와요. 아, 그 여자구나 하고. 생긴게 만날 때마다 다른데도.


그런데 그 눈 빨간 여자가 내 눈 똑바로 보고 이름을 말했다고. '한○○이요, ○○이 제발 구해주세요.' (잠시 침묵)


기절한 애 구하고 불끄고 보니까 그 여자 맞아, 없어졌어. 애는 분명히 멀쩡한 인간 맞는데 엄마가 없대요. 그 여자가 애 보고 자기 딸이랬거든.


나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애 할아버지한테 애엄마 얼굴 물어봤는데, 또 그 얼굴은 아니래. 대체 무슨 지랄인지……. (한숨 소리)


난 이제 그 여자 보고 화도 안 나. 사람 목숨 가지고 매번 구라 치는 미친 년이어도 한 번은 사람 살렸잖아요.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양치기 년이야. (마른 웃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