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 한밤중에 갑자기 불러서 미안"


모두가 잠든 밤 10시경, 친구의 전화를 받은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친구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밤중에 부른 건지 짐작이 안 간다.


"이번엔 뭔 얘기를 하려고, 불빛까지 피하면서 오래"


나는 현관에서 대기 중이던 친구를 따라 거실에 들어갔다. 거실의 불은 훤히 켜져 있었고, 식탁에는 다과가준비돼 있었다.. 나는 마지못해 친구를 마주 본 채 식탁에 앉았다.


"좋아, 뜬금없겠지만 이제부터 빛에 노출되지 않는 법을 알려줄게. 잘 듣고 지금까지 빛에 노출되서 죽은 친구들처럼 되지 마."




"하체는 빛에 얼마든지 노출돼도 괜찮아. 하지만 상체, 특히 가슴과 머리 부분은 10초 이상 노출되면 안 돼."


"태양 빛과 손전등 빛같이 직선으로 비추는 빛만 조심하면 돼. 즉, 지금이 방 전체를 비추는 형광등 빛은 괜찮아."


"혹시라도 두꺼운 외투나 우비로 외형을 가린다고 안심하지 마. 그럴 바엔 단색으로 된 우산으로 머리와 가슴을 보호해."


"정 우산 없이 외출하고 싶다면, 밤이나 새벽녘에 나가. 가로등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만약 길가에서 몸이 온통 검은색인 사람을 발견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늘진 곳 정 가운데로 도망가."


"일반인도 조심해야 할 거야.. 어느 곳이나 정신병자에 싸이코패스는 존재하니깐 말아."


"자,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전부야. 지금까지 어울려줘서 고마웠어."


나는 친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마신 주스 잔과 친구의 마시지 않은 주스 잔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내 시야가 흐려지더니,  이내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