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사람을 죽였다.


내가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였다.


바로 옆집에 살던 사람이였다.


연약하고 반항할수도 없을만큼 작은 어린아이였다.


그래, 어린아이.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비릿한 피비린내가 집안 가득 진동한다


어디선가 환청도 들리는것 같았다. 어린아이가 한없이 슬프게 우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한 아이를 죽인 살인귀가 되어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것만 같았지만 토는 나오지 않았다.


맹세코 이러려고 그러한것은 아니였다.


설마 죽을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놀이일 뿐이였는데. 언제나 괜찮았었는데. 그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시선을 내려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


언제나 나를 보며 두 팔 벌려 환영해주던 그 아이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제 날 꼬옥 끌어안던 그 온기조차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모든 사실이 스스로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이순간만큼 나 스스로를 증오한적은 없었다.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본능에 저버린 짐승과도 같은 날 용서할 수 없었다.


그상태에서 천천히 시선을 더 내렸다.


자그마한 내 두 손이 보였다. 내 가족이 언제나 칭찬해주던 손이였다.


언제나 신뢰받던 나였지만 내 가족이 이 모습을 보고도 나를 칭찬해줄까.


아마 아니겠지.


나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싶었다. 


툭. 툭. 떨어지는 핏방울에 다시한번 떠오르는 방금전의 기억.


허나 나는 닦아낼 수 없었다.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닦아낸들 무엇이 달라질까.


내가 모든것을 저버리고 말았는데.


이런 내가 한심스럽다.


진심으로 혐오스럽다.


할수만 있다면 내 가족들과 이 아이의 가족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럴 생각이 없었다고.


나는 괜찮을줄 알았다고.


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허나 이런 내 마음은 전해지지 않겠지.


나는 이제 곧 재판을 받을것이다.


판결은 아마 사형. 곧 안락사를 당하겠지.


내가 죽는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정말 가능만 하다면.


진심으로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저 그뿐이였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 문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자리에 앉아 내 가족을 기다렸다.


내가 저버린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인님을 보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