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아트리스'



이 문장이 정말 가끔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그냥 떠오른다는 게 아니고, 애니나 게임 같은 곳에서 자주 보이는 '베아트릭스'라는 캐릭터 이름을 가끔 볼 때면 '나는 베아트리스'라고 문장 하나가 스치듯 떠오르는 것이다.



뭐, 그런 적은 누구나 있지 않는가.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단어나 장면이 조각으로 남아있다가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거.



이 문장은 어디서, 언제 본 것인지는 기억에 없다. 아마 어릴 때 동화책이나 잡지 같은 곳에서 본 게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딱히 특별한 문장도 아닌데 왜 이게 기억에 남아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아마 책 제목이거나 명대사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문장이 할 일 없이 유튜브를 보던 중 불현듯 또 떠오른 것이다.




마침 심심했던 찰나 이 추억 속 문장이 어디서 나온건지 궁금해졌다. 이번엔 '나는 베아트리스'가 뭔지 본격적으로 검색해보기로 했다.



먼저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캐릭터 정보, 소설 리뷰, 펜션 리뷰 등등이 있었지만 정작 '나는 베아트리스'라는 문장 자체는 없었다.



이번에는 구글에 검색해보기로 했다. 여기도 나무위키, 커뮤글 정도가 뜰 뿐 내가 찾는 건 없었다.




그냥 그만 찾으려던 찰나, 스크롤을 내리다 '나는 베아트리스'라는 제목의 티스토리 글을 발견했다.



이거다 싶어 들어가보니, 거진 15년은 된 옛날 글이다.







「나는 베아트리스」


'무섭다. 난 니가 무섭다. 하지만 왜그런건진 모르겠어 미안해...'






내용은 이게 끝이다.



대체 뭔 개소리야 이게?

베아트리스랑은 뭔 상관인데?



당연히 댓글이나 조회수 같은건 없는 뻘글이었다.



밑에 보니 이 블로그 주인장은 아예 '베아트리스'라는 탭까지 만들어놨다. 탭에는 50개가 넘는 글들이 있었다.



다음 글을 클릭해봤다.







「나는 베아트리스」

그 짓거리들은 정말 미안해... 내가 때려죽일놈이다. 내가 미쳤었어..






그냥 일기 같은 건가? 뭐지 이거?



그냥 술 먹고 늘어놓은 헛소리 같았지만 어디까지 가나 싶어 그대로 다른 글들을 쭉 읽어나갔다.







「나는 베아트리스」


'게토에..미안ㄴ내 내가 미안하다.잘못했어..루크렡ㅊ치아..'







「나는 베아트리스」


'잘못했어 페트로니 베르나도 잘못해쇼어미안해'







「나는 베아트리스」

'살토 꺼내줄게 루크렟ㅌ치 자코'








.......









마지막 글에는 글 없이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그렇다. 이거다. 바로 이거였어.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주방에서 최대한 작은 식칼을 고르기 시작했다.




웃음은 자꾸만 새어나온다. 참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준비해둔 식칼을 아버지의 배에 수 차례 찔러넣는다.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




아버지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피와 내장을 가득 흘리며 아무 말 없이 죽어가신다.




난 밧줄을 챙겨 목을 매달 준비를 한다.




그렇다. 바로 이런거였다. 이거였다니...





나는 베아트리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