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념할만한 날이다.


내가 공녀님의 호위기사 자리에서 내려오는 날이니까.









제국 제일의 공작가에는 한 가지 얼핏 보기에 의미불명해보이는 전통이 있었다.


공녀가 태어났을 경우, 공녀에게 붙이는 호위기사는 엄격하게 실책을 따진다.


실책이 있으면 잘리냐고? 다르다.


실책이 있으면 기한이 연장된다. 무실책이 3년 이어지면 해임된다.



실로 오래된 이 전통은, 공녀에게 남성 부하를 다루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한다.


실책을 일으키는 부하를 적절하게 교육하여 실책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무실책 3년에 성공하더라도 한 사람의 성격에만 맞춰서 관리능력이 성장해선 안 되므로,


오히려 무실책 호위기사를 해임하고 새 호위기사를 들이는 것.


이것이 상식에 위배되는 것 같은 전통에 숨겨진 의미다.


물론, 이 전통에 무의미하게 호위기사가 희생되어서는 안 되므로, 무실책 3년으로 해임된 기사는 공작가가 보증하는 명예를 얻게 된다.




그리고, 3년.


나는 무려 임기 첫날부터 원코인으로 무실책 3년에 도달했다.


이 무슨 압도적인 실적이란 말인가!


공녀님께 누를 끼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 고용주이신 공작님의 명령은 절대로 지키고,


다른 가문과 신경전을 벌일 때 호위기사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무실책과 별개로 우수한 실적이 될 포인트도 눈치 빠르게 챙기고...


내 나이에 쌓기 힘든 실적이다. 그러나 쌓아낸 실적이다.


이 3년간은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크나큰 자산이 되겠지.





감사하게도, 공작부녀께서 이 날을 직접 축하해주셨다.


집무실에서 뵌 두 분은 그야말로 부녀라는 느낌으로 웃으며 축하해주셔서, 실로 감격.


나도 기사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봉의 영예를 얻는게 기뻐서, 받은 해임장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왔다.


뭔가 정원에서 기념파티를 한다고 했는데, 파티가 끝나면 아랫마을에 내려가서 미래설계를 새로 짜야겠지.


가슴이 웅장해진다...






파티에 나갔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오메데토."


"감사합니다."


"축하해."


"고맙습니다..."


축하인사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나에게 축하를 하는데, 나의 해임에 대해선 전혀 입에 올리지를 않는다.


아니 뭐, 모두가 다 알면 말할 필요 없긴 해. 생략의 미학이라는 거지.


너두 알아? 야나두!


그리고 사실 말을 안 한다고 보기는 애매한게, 모두가 이야기하는 화제는 나의 3년간의 호위기사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국의 기사단 앞에서도 용감하게 공녀님의 앞을 지켰다는 이야기라든가,


파티장에 난입한 마수들을 깔끔하게 제거한 이야기라든가,


얼마 전에 치룬 공녀님의 성인식 여정을 털 한 끝 손상되지 않게 이끌어드린 이야기라든가.


음, 이렇게 들어보니 역시 무력적인 일화가 퍼지기 쉬운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서류작업이라든가, 스케쥴 관리라든가, 멘탈케어라든가, 그런 집사 포지션도 수행할 수 있는 만능인재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했다.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공작님이 들어오셔서 건배선창을 하셨다.


"오늘은 실로 기쁜 날이다."


그래그래.


"내 딸의 호위기사가, 내 딸의 남편이 되는 날이니까!"


그래그래..... 뭐요?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자,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나만 몰랐어?!



준비되지 않은 사태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다가 누군가와 부딛혔다.


"이런, 실례했... 공녀님?"


"어딜 가시나요, 나의 기사님?"


공녀님의 살짝 섬뜩한 미소를 보고, 실은 제법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깨달았다.


나, 다시는 호위기사 일을 할 수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