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리를 뿜어내는 기판을 두드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녹빛의 거대한 숲이 자신의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있다.



 긴장감 때문인지 손이 조금 떨렸지만 착륙으로 인한 강렬한 충격이 그를 깨웠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 이만큼 완벽한곳이 또 있을까.... "



 그는 약간 흥분한듯 숨이 거칠어졌는데 우주복에서 경고음이 들려오며 그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빨간색 글씨로 ' 이륙까지 30분 ' 이라 적혀 있었는데 이건 함대에 소속된 자라서 적혀있는게 아닌 단순히 그가 한곳에 집중하면 다른 일들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둔것이었다. 



 한손에는 채집용 집게를 들고서 타이머를 켰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해 그는 조금 더 서두르기로 했다. 숲 깊숙히까지 들어가 처음보는 생명체가 보이면 사진을 찍어 자신의 함선으로 자료를 보냈다.



 함선에 사진이 도착하면 함선의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여 이미 발견된 생명체라면 해당 생명체의 자료를 다시 그에게 보내주는데 그는 이 정보창이 뜨면 바로 꺼버렸다.



 그가 이 행성에 내린 이유는 이미 있는것을 탐구하는것이 아닌 새로운것을 찾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그는 사진을 보내도 정보창이 안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느새 타이머는 10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함선으로부터의 정보창 때문에 짜증만 나던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주복의 무게 때문인지 큰 소음이 났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바스락... 



 그때였다. 굉장히 가까운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분명히 방금 자신이 냈던 소음 때문에 다가온곳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기를 돌보는것보다도 더욱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거대한 세포 덩어리가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어릴적 학교에서 배운 세포의 구조 그대로 였는데 특이한점이라면 핵의 크기만해도 동전 크기만큼 거대했고 그 거대한 세포들이 뭉쳐 그의 머리만큼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고이는 침을 삼키며 사진을 찍어 함선으로 보냈다. 



 그리고 함선에서 오는 메시지는 한 통도 없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흥분됐지만 눈앞의 미지의 생명체가 도망이라도 칠까 조금도 움직일수도 말할수도 없었다.



 숨이 거칠어지며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눈 앞이 흐려지고 어지러운걸보면 과호흡 증상임이 틀림없었다.



 " 그...그래... 매뉴얼.... 매뉴얼대로... "



 문뜩 학교에서 배운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 미지의 생명체를 찾게 된다고 흥분하지 마세요. 일단 방사성 및 식성 , 행동방식등을 조사하여 위험한 생명체인지부터 알아야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죽을수도 있으니까요. '



 그는 조심스럽게 방사능 조사기를 꺼냈지만... 눈 앞이 깜깜해졌다.



머리와 다르게 몸은 침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눈을 뜨자 그는 눈앞에 있던 미지의 생명체를 품에 안고 자신의 함선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 .... 으아아악ㅡ! "



 그는 자신의 바보같은 행동에 뒤늦게 후회했다.



 미지의 생명체를 내던지고는 급히 자신의 몸을 체크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이상한점은 보이지 않았다.



" 아무리 미지의 발견이라도 그렇지....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잠시만... 그녀석 어디간거지..? "



안도의 한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자 방금까지 들고있던 미지의 생명체가 사라져있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체 홀연히 사라진 미지의 생명체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료실 쪽이었는데 혼자 사는 그에게는 여러가지 실험 샘플을 모아두는 귀중한 곳이었다.




" 안 돼 , 안 돼 , 안 돼 , 안 돼...!!!!!!!! "




 그는 급하게 의료실의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실험 샘플을 몸 안으로 흡수해 녹이고 있는 미지의 생명체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 행동은 소화 작용같았다.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미지의 생명체를 붙들고 흔들어보지만 이미 모든걸 먹어치운 후였다.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미지의 생물을 노려보아도 반성의 기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 애초에 자신이 방금 한 짓은 물론. 반성이란걸 알지도 모를거다.



오히려 관리를 소홀히 한 자신을 탓해야할 상황이었다.



눈물이 조금 흘러 나오며 슬퍼 할때



미지의 생물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샘플을 잘못 먹은것 때문인지 함선의 인공 중력이 어색해서인지 원인을 알 수 없어 또다시 방황하던 그때



 미지의 생물에게 ' 눈 ' 이 생겼다.



말 그대로다. 투명했던 몸이 거대한 핵으로 이루어진 세포 밖에 없던 그 몸에 눈이 생겼다. 



 이어서 그 눈의 끝을따라 신경이 돋아나며 이어져갔다. 미지의 생물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피더니 그를 보기 시작했다.



 " 서... 설마... "



 그는 한가지 가설이 문뜩 떠올랐다. 이때 자신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른것인지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어 ' 손 ' 이 들어있는 병을 꺼냈다. 살균처리된 액체 속에서 잘 보관되어있는 이 인간의 손은 보기에는 조금 흉했지만 그 모습과 성질만큼은 그대로였다.



병의 뚜껑을 열어 미지의 생물체에게 던져주니 방금의 상황처럼 몸 안으로 흡수해 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이 생겼던것처럼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완전한 손의 형태를 갖추었다.



이후 그는 인간의 신체를 조금씩 먹였다.



 피부 , 근육 , 혈관 , 척추 , 뼈 ... 그리고 뇌까지 



 그는 무언가에 빠져있었다. 무엇이든 흡수하여 성장하는 그 미지의 생명체의 모습을 보고 떠올렸다.



 모든것을 흡수 한 미지의 생명체는 먹어치운 신체를 만들어냈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 어디에 있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뒤죽박죽 섞여 괴상하고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내 미지의 생명체에게 ' 보여주었다. '



 눈과 사진을 번갈아 가르켰는데 사진에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었다.



 미지의 생명체는 부족한 지식으로 여러가지 해석을 거친 후 사진 속 여자아이처럼 신체를 이동시키고 신경들을 재배열하여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 .... 드디어... 드디어..! "




그는 감격했다.



자신이 발견한 미지의 생명체는 시대를 뒤엎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 아으... 아...으으...어... "




미지의 생명체는 흡수한 기관중 입과 폐를 통해 ' 발성 ' 하고 있었다.



미지의 생명체도 조금 놀라운듯 여러가지 방법으로 말을 해보려 했으나 이상한 비명만 지를뿐 말을 이해 할 수는 없었다.



" 아.. 그건.. "



 그는 미지의 생명체의 손을 잡아 자신의 서재로 끌고갔다.



미지의 생명체는 서재에 도착하자마자 본능대로 책을 집어 삼키려 했는데 그는 미지의 생명체를 막으며 책을 간신히 구출했다.




" 그렇게 먹는개 아니야! 잘 봐... 그 눈으로 말이야. "




그는 미지의 생명체의 눈 앞에 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전자책이었는데 유치원에서나 배울법한 글을 읽는법이 쓰여있었다.



화면에 띄워진 글자를 누르자 책에서는 소리가 나며 발음을 가르켜주었다.



신기한 경험에 책에 푹 빠져서는 그를 무시하고 책의 글자를 마구 누르며 미지의 생명체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릴것 같아 그는 미지의 생명체를 놔두고 잠시 서재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스피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충동적이군요."



" 학습이 빨라... "



" 저에게 이해를 바라지 마십쇼. 말동무는 되어드려도 어디까지나 시스템은 시스템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하게 된것도 당신이 하루종일 실험의 일종이라며 이상한 단어 학습시켜ㅅ... "


" 아ㅡ 그만 그만! 그래서 저 생명체는 진짜 우리가 최초야? "



" 공식 발표된 자료를 전부 살펴봐도 저것과 닮은건 없었습니다. 


... 논문 발표 준비 할까요? "



" 아니 , 우리는 아직 저 생명체의 가능성을 전부 보지 못했어. 발표는 나중에 해도 괜찮을거야. "



" 흠 , 그렇군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가능성을 보기전에 함선이 먼저 부숴질것 같습니다. "



" 뭐? "



" 서재 부숴지는 소리 안들립니까. "



 강렬한 진동과 함께 벽 너머로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자 대부분의 책들이 펼쳐진 채로 바닥에 버려져있었고 미지의 생명체는 무너져내린 책장위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눈앞의 여자아이를 혼내고 싶었지만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 실망... 이라는 표정이군요. "



" ....? "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깨달았다. 아니 , 애초에 2명 밖에 없는 방에서 나 말고 목소리가 들려왔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 너....? "


" 책은 더 없나요. 해부학 관련 아니면 사전밖에 없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에 한계가 있군요. "


" 아니... 이런게 가능하다고? 그 짧은 시간에?? "


" 당신같이 눈이 한 짝 밖에 없으면 느릴지도 모르죠 "


 미지의 생명체가 눈을 만들어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 책 하나로는 ' 이해 ' 하기 어려워서 비슷한 내용의 수십권의 책을 교차검증하며 뜻을 알아냈습니다. 당신이 이해하는걸보니 제 말에 틀린점은 없나보군요. "


"  하..하하... "


" .... 해석이 불가한 표정이군요. 무엇인지 알려드릴수 있습니까. "


" 그...그냥... 경이로워서... "


" 경이롭다.... 라 당신은 그렇게 느껴지나보군요. "


" 너 이름.. 아니 개체명이 뭐야..? "


" 없습니다. 애초에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전에는 본능과 충동에 따라 행동 할 뿐 사고란건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죠. 뭐... 지금 돌아보니 과거의 제가 움직였던 가장 큰 이유는.. "



" 이유는..? "



" 진화 입니다. 모든것을 먹어치우며 진화의 본질을 추구하는것 그것이 저라는 생명체의 존재 이유입니다. "



" 진화의 본질이라니? 그건 당연히 생존아냐? "



" 단순히 생존이라면 진화의 종착점이 이렇게 다양하지도 않았겠죠. 생존만이 아닌 다른것을 추구하고 있기에 그 모습이 제각각 다른겁니다. "



" ... 그렇다면 너의 다음 계획은... "



" 먹어치우는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한 수순입니다. "


 

 그는 눈 앞의 생명체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이 괴물의 끝없는 가능성과 힘을 자신이 직접 봤기에 어떠한 표정 변화없이 가볍게 던진 저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란것을 알고 있으니 그 두려움은 더욱 높아져만갔다.




 " 당신.... 대체 그 표정은 무엇인가요. "


" 그러게... 나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전혀 해석되지 않아.. "



다만 ,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사고는 저 괴물의 압도적인 힘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었고 이는 곧 괴물의 모든것과 끝없는 진화를 알고싶은 탐구심으로 변했다. 


 행성에 착륙했을때를 기억하는가 


 그는 혼자 였기에 그를 방해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빨간색 글씨로 30분후에 돌아올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었는데


그 경고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의 탐구심은 기본적인 윤리관부터 생각을 방해할만한 모든 감정을 배제하는 


 말 그대로 ' 궁금한것을 알아내는것 ' 을 맹목적으로 갈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상대 역시 아직 감정과 윤리관을 학습사지 못했기에 그의 광기를 못 느끼고 있었다.


이 점을 그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저 괴물을 자신에게 귀속시켜 관찰할 계획을 세우는데 모든 생각을 몰두했다.



" 어느정도 학습 했다면 아직 나에게 이용 가치가 있다는건 알고 있겠지 "


" .... 어느점에서 말이죠. "


" 부정하려 들지마. 애초에 이곳에는 함선 조작에 대한 지식도 없고 너가 날 죽이더라도 내 유전자에 대한 정보만 얻을 뿐 생각까지 받아들이는건 아니겠지. "


" 즉 , 저는 이곳에 고립된다 군요. "


" 그래... 나를 죽인다면 말이지. "


" 하아... 귀찮게 구는군요. 제가 당신에게 귀속되기를 바라는겁니까? "


" 좋은 제안 하나 하지... 나와 함께 한다면 너에게 모든 지식을 알려주마. 내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것을.. 단 , "


" 단? "


" 내 명령에는 어느정도 복종하고 말이야. "


" 흠 , 완전 복종이 아니군요. 지금 상황에서는 당신에게 어느정도 승산이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만. "


" 그 모습은 내 딸이거든. 아직 가족과의 행복에 대한 탐구를 끝마치기도 전에 다들 떠나버려서 말이야. "


" 이해는 못하겠지만 이건 천천히 알아가보도록 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


" 데이먼... 데이먼 박사다. 너의 이름... 그러니가 내 딸의 이름은 바이올렛 이었지. "


"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


" 걱정마 이미 다음 목적지에 도착한 상태니까. "


 바이올렛은 함선의 유리창 너머로 밖을 내다보았다.


 자신이 살던 숲과는 다르게 화려한 네온 사인을 뿜어내는 고층 건물들이 줄을 이루어 서있었다.


 좁은 길 사이로 인간만이 아닌 동물의 모습을 한 자들과 곤충의 특징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2족 보행을 한다는점 말고는 특징을 한 개로 묶을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들이 이 도시로 모이고 있었으니


 바이올렛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 사실 원시 상태의 아종들을 관찰하러 갈 생각이었지만 계획을 변경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


" .... 마음에 드는군요 당신. 아니 , 데이먼 "





스페이스 ( 우주 ) 전통 판타지 ( 그런 행성이 어딘가에는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