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간 글에 또, "독서"를 너무 신격화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튀어나오는 것 같길래.




옛날 사람, 틀딱, 꼰대라 하면 별 수 없는 거긴 한데.


결론만 말하자면, 제목의 관점처럼 도서구입 지표를 독서율과 유의미하게 연관지을 수 있다고 볼 때, 지식 가치의 보유 수단으로 도서구입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난 생각해. 그걸 더욱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도서정가제는 그래서 현재 어떻게든 폐지해야만 하는 만악의 근원인 거고.


독서를 그저 "책을 읽는다"란 행위만으로만 정의하면. 그로부터 지식을 습득하고 지적 능력을 키울 기회 정도로만 여기면 그런 반발감이 들 법도 하지. 무엇보다 아날로그적 행위로서 독서는 매우 전통적인, 다른 거친 표현으론 오래되고 낡은 지식 접근 및 습득 매체긴 해.


근데 도서 구입 및 보유 등등과 관련된 실체적 지적 산물 구매란 총체적 관점에서 도서정가제 문제랑 결합해서 고민할 지점이 하나가 있어.


사실 이건 독자로서 언젠가 한 번쯤 너네랑 얘기를 나눠 보고 싶은 문제기도 했는데. 다음 기회로 하고, 그냥 짤막하게 화두만 던지자면,

책을 보유하는 구입 비용과 일회성으로 콘텐츠를 체험하는 비용을 비교했을 때, 나는 과거에 비해서 오늘날의 문화 생활 비용이 비싸졌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야. 물론 매체 혹은 그 상품이 본질적으로 변화했으니 과거의 책으로 대표되는 문화 생활과 오늘날의 영화, 게임 등등의 수많은 콘텐츠들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


하지만 당장에 비교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구독제"나 "정액제"로 대표되는 일종의 체험 비용과 / 음반이나 단행본, 게임 CD 등등을 구입하던 일종의 구매 비용을 일단 보유 비용을 차치하고서 직접 비교하자면 마냥 구독제, 정액제를 싸다고만 할 순 없단 거지. 큰 리스크 없이 다량의 콘텐츠를 일회성, 혹은 정해진 기간 내 덤핑하듯 집중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실체적 상품 없이 이용료를 지불하는 문제와 그것을 직접 실물로 처분할 총체적 권한을 획득하는 과정에서의 구입 지불 문제... 이게 요새 게임 시장에서도 패키지 vs 온라인(모바일) 게임으로 화두가 된 비용 문제란 거지.




서론이 길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TV를 보지말고 책을 읽어야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TV는 바보상자다, 같은 낡아빠진 구시대적 관습을 떠올리자는 게 아니야. 덧붙여서 편하게 내용을 얻을 수 있지만, 일정 자료와 정보를 특정 키워드를 통해 검색해야 하고, 제한적으로 한정된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인터넷 등등보다 "주변시"라 그러지, 통합적인 정보를 독서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런 힘을 길러낼 수 있다 이런 얘기 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문해력 차원에선 분명 통글 위주의 독서가 필수적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이것 역시 차치하고, 하고 싶은 얘기는 도서정가제와 결부된 도서(책) 구입 문제라고.


그냥 책을 읽으려면 도서관 등지에서 빌려다 읽으면 되지. 그 책이 내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 정보에 대한 이해는 온전히 본인의 것이긴 하니까. 하지만 오늘 말하고 싶은 지점은 지식 원천의 소스, 혹은 획득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책 그 자체야.


체험은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일회적이지. 그리고 인간은 그 지적 능력의 한계를 가진 이상, 대다수는 절대기억보유 같은 건 어려우니, 어딘가에 정보를 저장해야만 했어. 잘 훼손되어 사라지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후대에 물려 줄 수 있는 저장 수단.


그리고 그 수단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가 문자를 이용한 지식 저장 수단. 바로 책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그걸 디지털 데이터화 해서 DB에 보관하는 보다 효율적인 여러 개선 방향들이 있지만, 여튼 가장 전통적인 방식에 따르자면 책만한 게 여전히 따로 없지. 일단 어떠한 내용을 체계화된 매체(문자 기타 등등)화 해서 보관한다는 개념은, 이후 영화가 필름에서 비디오나 DVD, 디지털 파일 등의 영상 기록물 보관 방식의 근원적 아이디어가 된다고 억지로 끼워 맞춰 생각해 볼게.


물론 책만 있는 건 아니야. 다만 책을 대표로 해서 실체를 어떤 형태로든 가질 수 있는, 본질적으론 무형 자산인 그 지적인 정보 덩어리, 아니면 즐길거리의 총체적 집합물 등등의 것들을 인간 사회에 장려되는 가치재라고 할 때. 그걸 최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한 사회가 나아가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그래, 누가 말하길 지금 세상은 책으로만 정보를 얻고 재미를 얻는 시대가 아니야. 맞아.


사람들이 점차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전체적인 지적 수준이 떨어졌다느니, 과거보다 지성이 부족해졌다느니, 그래 뭐. 거칠게 미개하니 어쩌고저쩌니. 독서율만이 한 사회의 지적 수준을 살펴 볼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 거기다 읽는다는 행위의 의미, 정보에 접근하여 습득한다는 방식, 그리고 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정의 등등의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도 추가적으로 있고.


그럼에도 경향이란 게 있고 매체적 특성 차이라는 것도 있어.


솔직히 말해 보자. 유튜브 영상이 참 다양하고 폭넓게 여러 가지 이슈와 지식 정보를 제공해 주지. 그 외 다양하게 지적 호기심과 만족감 그리고 그 습득 자체를 여러 기타 다양한 매체로 얻을 수 있긴 해. 근데 그 중에서 독서만큼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으로 내용 그 자체를 추구하는 매체가 따로 있어?


예를 들어 10분 영상이 제공하는 정보량과, 그 시간 동안 내가 읽어낼 수 있는 도서 속 정보량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는 서로가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습득하는 소비자 측면만 볼 게 아니라, 제공하는 생산자 측면에서 볼 때. 그 수고스러움과 노고에 대해 차등을 둔다는 게 아니라, 최종적인 산물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기타 제반 비용이 들어가는 효율성에서 문자 매체를 활용한 책이 갖는 강점은 분명하다고 나는 주장해.


무엇보다 장기간 보관에서 아직까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해. 인위적인 훼손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 수명의 측면에서 아직까지도 외부적 충격이나 물리적 수명이 분명한 현세대 전자 기기들보다 길다고 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핵심은 그 창작의 고뇌를 거쳐, 혹은 양질의 정리 및 처리된 정보에 대해 실질적으로 가장 온전한 형태에 가깝게 어느 한 개인이 보관, 보유할 수 있는 정당한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점.


어느 때 떠오르면 다시 펼쳐 보기도 하고. 언제든 손이 갈 수 있고.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상관없고. 타인에게 되팔기도, 무상으로 빌려 주거나 제공할 때도. 내가 그 소유 권리를 폐기 또는 훼손하지 않는 한 내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내 것.


그에 따라 불편도 많지. 알아. 이사 몇 번 해보니까 진짜 죽겠더라고. 거기다 그러한 특성이 결코 책만이 가능하다고 설파하는 게 아니야. 단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그게 가장 기초적인 형태이자 정형화된 원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렇게 역설하고 있는 셈이지.


이 책이 온전하게 대체 되길 나도 고대하고 있어. 하지만 e-book이든, 외부에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 센터를 두고 내가 접근 이용 가능한 계정을 가지고 구독을 끊든, 온전하게 내 손에 물건을 쥘 수 있었던 건 책밖에 없었다...는 개인적 경험에 출발하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러한 사람의 성향을 인질 삼아 제 배만 불리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비판하고 싶은 거야.


현 글의 목적과 본질은.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우매하고, 독서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본인이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에서 출발하고자 떠드는 내용이 아니라고.


책과 가까이 있지 않은 사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무관심한 건 다 좋지만.

과거 그런 어른들의 학을 뗄 만한 설교 및 잔소리, 여러 가지 지적이나 학습 집단의 맹목적인 독서 권장 등에 따라 질려버린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우월감을 갖는 모지리들 때문에 인식이 나빠졌다거나, 태초에 그냥 글 읽기가 따분하고 체질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한테 무작정 추라이추라이 해 보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반지성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되는 반감으로 쓸데 없이 싸우는 일은 좀 없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