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상실감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좋은 예시로 읽힐것같아 가져옴


일단 그림책동화 하나랑 봉준호 감독의 도쿄!를 함께읽고 난 감상문이다보니 안본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부분만 좀 빼고 읽으면 일본사람들이 어떤 상실감을 갖고 공포를 갖고있는지 알수있을거야







본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는 총 2가지이다. 파도 그리고 사진기이다. 해변에서 게를 관찰하며 놀던 평화로운 때 주인공에게 갑자기 큰 파도 하나가 들이닥치며 사건이 시작한다. 주인공은 파도가 가져온 사진기를 보며 사진을 인화하고 과거를 본다. 루스 베네딕트에 의하면 일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위치할 장(場)이다. 일본인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장 속에서 안정을 취하며 새로운 내면적 발전을 일궈낸다고 하였다. 전후 일본 상황과 본 작품의 첫 부분과 비교해보자. 전후 일본은 요시다 독트린이란 지혜롭고 견고한 자신만의 경제 그리고 안보체제를 만들어냈다. 이 체제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마치 주인공이 자신의 주변의 게를 계속 돋보기로 자세하게 관찰한 것처럼 일본도 20세기 내실적 발전을 일구어 나왔다. 허나 파도가 들이닥친다. 파도는 일본인에게 내면의 장(場)을 뒤흔든 커다란 사건이었다. 파도는 무엇인가? 냉전의 종식이다. 냉전의 종식은 태평양에서 갖고 있던 일본의 지위를 완전히 뒤흔들어버렸다. 일본은 안보의 전진기지가 되지 못하였고 특수한 안보 전략도 용서받을 수 없게 된 처지이다. 그리하여 일본은 자신의 장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세계로 나오라는 강한 압박을 받는다. 사진기는 무엇인가? 과거를 저장하는 동시에 과거를 보게 해주는 장치이다. 파도에 휩쓸리고 주인공은 사진을 인화하고 과거를 되짚어 본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도 모두 주인공과 똑같이 우연히 사진기를 줍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주인공도 이 사진 속에 찍힌 무수한 사람들의 반복 속에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본이 파도를 만나는 것 즉 장 밖으로 떠밀린 것은 처음인가? 일본은 장의 붕괴와 탄생 두 과정을 역사 속에서 무수히 겪어왔다. 가까이는 페리제독의 흑선 내항이고 더 멀리 본다면 고대 당나라와 삼국시대의 한국도래인들이다. 주인공이 사진기를 확대하면서 점점 더 예전의 과거를 보는 것처럼 파도를 만난 일본인들은 과거 맞이한 무수한 장의 붕괴와 장의 탄생과정에서 지금 현시점의 자신과 공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의미에서 인화된 사진을 보는 행위는 그리운 과거를 보고 싶은 행위이다. 최근 일본에서 쇼와풍 이란 흐름이 유행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1980년대 빛나던 일본의 버블시대의 패션을 따라하고 시부야에선 7080년대 유행한 쇼와돌과 시티팝 음반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장과 함께 안정이 파괴되었고 번영도 과거가 되었다. 새로운 파도를 흠뻑 뒤집어 쓴 일본인들은 과거의 사진들을 통해 과거를 그리워하는 과정을 겪고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실되고 거세된 과거를 바로 사진들이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동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상실과 상실된 과거를 채우려는 행위의 반복으로 보고 있다. 


 일본인에게 과거는 두 가지 과거를 갖고 있다. 그리운 과거 그리고 혐오스런 과거. 봉준호 감독의 <도쿄>에서 일본인의 과거 인식에 대하여 힌트가 담겨있다. 주인공은 히키코모리다. 그는 정체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주인공이 유일하게 꺼리는 곳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방이다.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나 주인공은 절대 아버지의 방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은 아버지의 자식이다. 그리고 유산이다. 지금 히키코모리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유산을 받고 있다. 현재 일본의 과거도 그렇다. 과거의 유산 즉 20세기의 메이지유신과 버블기의 경제팽창으로 인해 그 유산으로 상속받아 살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발전하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혀있다. 일본인에게 그리운 과거와 혐오스러운 과거는 무엇인가? 첫 번째 작품에서 파도를 만나고 인화된 사진기를 보고 과거를 어루만지는 행위는 일본인들이 그리운 과거 즉 빛났던 시기 버블기와 메이지유신 이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일본이다. 이 과거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메이지유신의 찬란한 과거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장렬하게 불타올라 소멸해버렸고 현재 일본은 버블기 이후 만들어낸 부작용들 즉 불안정 고용, 저성장, 낮아진 생활수준으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이 두시기의 과거는 <도쿄>의 히키코모리가 그랬듯 현재의 자신을 지탱해주지만 동시에 혐오스럽고 보고 싶지 않은 과거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사진기를 바다로 던져버린다. 두 번째 파도를 맞고 말이다. 두 번째 파도는 무엇인가? 바로 새로운 국제상황에 적응한 일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거의 선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이 장이 붕괴하고 더 이상 애증의 과거에서 벗어나 극복했다는 의미로 사진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일본은 큰 상실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상실을 그리워하거나 반면으론 혐오스러워한다. 과거의 상실을 바라보고 있는 일본이 사진기를 바다에 던져버릴지 또는 안고 살아가게 될지는 앞으로의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