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내용은 쓰는 사람의 상상으로 쓴 것이기에 실제로 밝혀진 과학적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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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찬란한 푸른 빛이 바로 이곳, 화성의 하늘에서 퍼져 나간다. 화성은 1바퀴를 자전하는데 지구표준 시간으로 24시간 36분이 걸린다. 즉 화성에서는 하루가 1일 36분으로 지구의 하루보다 약 40분이 길다. 

우리가 보물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숨겨놓은 뒤 지쳐서 쓰려졌을 때가 점심쯤이었을 것이다. 오래 있으면 혹시 모를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여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려고 했지만, 우리가 인식했던 각자의 상태보다 훨씬 지쳐있었나 보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나와 동료 모두, 정상이라고 할 만큼 회복되진 않았다. 

'...이렇게까지 소모될 줄 몰랐다. 역시 실전은 다르다는 건가.' 

"그러게... 분명히 모든 요소를 고려했었을 텐데...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을 뿐인가..." 

"웬일로 네 말투가 진지하네? 너도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거야?" 

'...생각보다 많이 지쳐버렸다는 것과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것에 살짝 충격을 받은 거겠지... 이렇게 되니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 

항상 장난스러운 말투를 달고 살았던 동료가 정말 드물게도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갈 고민하고 있다. 가끔 저런 상태로 있을 때에는 어떤 기괴하고 희한한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없었기에 나와 다른 동료는 내버려두었다. 

이제 모두 끝났으니 본거지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것이 있었는지 동료가 나에게 질문을 해온다.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 에너지가 격동하는 것이 안정된 상태인 세계에 보물을 보냈던 거지? 애초에..." 

나는 말을 끊고 되물었다. 

'뭐?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정말로 모르겠는데?" 

어깨를 으쓱거리며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질문해오는 동료에게 나는 대답하였다. 

'너... 우리가 여기에 왜 온 것인지는 알아?' 

"아주 멀리 있는 외딴 항성계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방치된 "보물"이 있으니 그것을 가져가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는 것 까지는 알아. 그 이상은 못 들었고." 

'그럼 보물이 뭔지는 알아?'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 거야?" 

'그렇다면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자체로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이런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어. 상위세계의 선조까지 갈 것도 없이, 장성 계를 관리하는 선조들도 세계에 일어난 이변을 알아차리고 우리를 추적할 거다.' 

"그것은 다른 세계도 마찬가지 일 텐데? 각 세계에 존재하는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일어난 이변을 감지하게 되면?" 

'그 세계가 이 세계와 비슷하다면 그렇겠지. 그래서 에너지가 격동하는 것이 안정된 상태인 세계에 보낸 거고. 비유하자면 모래를 숨기려면 사막에, 물을 숨기려면 강에 두면 절대로 안 들키겠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가 아니었나? 뭐 아무튼 이해는 됐어. 그런데 들어보기만 하고 실제로 가 본 적은 없어서 궁금하네... 바닥상태가 곧 격동하는 것인 세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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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상태란 무엇인가? 이 세계에서 안정된 상태라는 것은 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적이지 않는 모든 것들은 점차 고요해져만 간다. 마치 꺼져가는 생명처럼. 

그렇다면 왜 이 세계는 기를 쓰고 고요해지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세계가 그렇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목적대로 생성되었기 때문에,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만나면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에너지가 이동하고, 압력이 있으면 없는 부분으로 이동하고, 전위차가 있으니 전압이 걸려서 전자는 이동한다. (그리고 그것을 전기라고 하고 인류 문명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떠나온지 오래됐지만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로 모든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위의 모든 현상은 결국 평형상태를 이루는 것이 그 목적이다. 완벽한 평형, 서로 같아짐. 같지 않으면 같아질 때까지 에너지가 이동한다. 같아지기 위해서. 이 세계는 이렇게 설계되었다. 모난 돌을 매우 싫어한다. 

모난 부분이 없어지면 더는 같아질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는 흐르지 않고 멈춘다. 더는 시간이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에 반해서 모난 돌을 아주 사랑하는 세계는 어떨까. 그 세계는 너무나 모난 돌을 사랑한 나머지 에너지를 끊임없이 순환시킬 것이다. 물질과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점점 모이며 항상 돌아다니는 활발한 에너지들은 모든 것의 달라짐을 추구한다. 

같은것들은 다르게 되고 나뉘게 되며 그것이 곧 기본적으로 안정된 상태인 세계. 결국, 세계는 영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마무리를 통해서 어딘가에 파편으로나마 흔적이 남을 것인가? 

엔트로피가 극한으로 증가하게 되면 더는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평형상태를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 계는 종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 

에너지가 끊임없이 격동하기 위해서 창조된 세계. 그것은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고립 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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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3명은 각자의 이동기를 타고 우주를 가로지르며 본거지로 향하고 있다.

"분명히 그런 세계는 들어 본 적은 있지만... 굉장히 희귀한 세계라고 들었는데. "세계의 확장" 너머에 있는 대부분의 세계는 이 세계와 유사한 모습이고." 

'맞아. 그래서 찾기 힘들었어.' 

"수고가~ 많아~ 언제나 모범적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네가 시켰으니까. 어쩔 수 없이 했던 것 뿐인데.' 

"그렇게~ 남의 탓으로 돌리면~" 

"넌 조용히 좀 해... 제발." 

"모두~ 내 탓 하기가~ 유행인 건가 아~?" 

'자, 이제 슬슬 닥치자. 방금 주궤성을 지나쳤으니까. 괜히 나불거리다가 파멸 당하면 곤란하다고.' 

"...슬슬 보이네. 우리의 집이 있는... 얄램 장성." 

제 9장성 계. 장성이란 우주 거대 구조에서 상당히 큰 구조물인 편에 속하는 것으로, 흔히 어느 정도는 상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크기를 가진 은하를 훨씬 뛰어넘은, 그야말로 제대로 인식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크기를 가지고 있는 구조물이다. 

그리고 그 장성들을 13개 이상 묶으면 장성 계라고 부른다. 나의 현재 본거지가 있는 곳은 제 9장성 계에서 가장 끝에 있는 얄램 장성에 있다. (어떤 항성계에 있는지까지 설명을 하기엔 너무나 길어진다.

"...화성이라고 했지? 그곳." 

'지구인들이 화성이라고 부른다. 이름이야 우리가 따로 만들어도 되지만...' 

동료가 갑자기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묘하게 입꼬리를 올린 장난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귓속말을 해온다. 

"미리 축하해야겠네... 화성의 지배자가 된 것을..." 

나도 맞받아친다. 

'너는 금성을 갖고 싶다고 했었지? 축하한다. 금성제국의 황제. 물론 너에게도야, 수성제국의 황제 씨.' 

"제국? 굳이 나라를 세우는 거야? 자유롭게 지배하는 게 좋지 않나?" 

'나중에... 선조들이 지구인들과의 접촉을 결정하게 되면,,, "화성을 지배하고 있다." 라고 하는 것보다는, 화성제국의 황제라고 소개하는 편이 외교 하기 편할 것 같아서.' 

"이제 슬슬 가까워졌나? 벌써 지구인과의 접촉인가..." 

지구. 그곳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수많은 추억과 경험을 쌓은 곳이다. 가히 나의 요람이었다고 할 수 있는 그곳을 떠나온지 수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마치 가까운 과거였던 것처럼 생생한 면이 있다. 

물론 내가 이 우주를,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너무 거대한 계를 느끼다 보니 탄소를 기반으로 화합된 유기물 생명체에 불과한 인간인 나에게는 그때의 일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나저나 저 행성은 언제봐도 신기하네... 어떻게 저렇게까지 두껍고 넓은 대기를 가질 수 있는 거지.' 

"내부의~ 질량이 매우매우 크~지 않을까~?" 

"질량이 거대해서 중력이 강해지면 더욱 넓은 대기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저렇게까지 넓은 대기는 확실히 이상하지." 

지금 보고 있는 행성은 대기가 지나치게 두껍고 넓다. 지면으로부터 대기권 끝까지의 거리가 대략 행성의 반지름 정도는 되어 보인다. 질량이 어느 한계치 이상으로 거대해지면 결국 붕괴할 것이다. 아니면 그만큼의 척력을 내야겠지만. 그런데 저 행성은 핵이 없다. 

두께가 수십km 밖에 되지 않는 겉부분의 밑으로 내려가면 끝없는 얼음이 나온다. 그 얼음을 계속해서 부수며 내려가면 행성의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물론 중력에 의해서 중간 부분에 갇혀버릴 확률이 높지만, 애초에 어떻게 중력이 발생 돼서 행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정~ 궁금하다면~ 조사해보면 되~지 않을까~?" 

'...나중에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네.' 

우주의 수많은 공간을 다녔고, 세계의 확장까지 다녀왔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는 특성이 있는 천체들이 여전히 많다. 

'모든 것은... 도대체 뭐지?' 

"철학적인 의미야? 아니면 과학적인 의미야?"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했다. 그냥 세계 자체가 궁금해졌을 뿐이야. 마음 한쪽엔 언제나 이런 생각을 두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