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내용은 쓰는 사람의 상상으로 쓴 것이기에 실제로 밝혀진 과학적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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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소환된 벽에 나의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묻혔다. 눈앞의 선조는 그것을 감상하듯 여유롭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 모든 것을 보고만 있었다. 곧, 바로 옆의 공간이 열리며 검은색의 원이 그려졌다. 허공에 떠있는 것만 같은 검은색의 원형 구멍은 나에게 말을 했다. 

"너는 이 세계를 부정하는 개념의 소유를 허락받지 않았을 것이다. 육체에 치명적일 것이며, 그만한 것이 움직였음에도 어떤 종류의 소리도 나지 않았다. 세계에 아주 조그마한 뒤틀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가 바로 앞에 확인해보니 정말로 빛이 사라졌구나. 누구냐? 누가 너를 도왔느냐?" 

역시 상위의 선조는 보물을 "빛"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선조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도의 존재"들은 인식이 불가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설마 바로 옆의 존재가 고도에서 왔다면 이것은 곧 위기이자 기회였다. 

'누구... 십니까? 저는, 당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모양입니다. 혹시 "고도의 존재" 이십니까?' 

"네가 알 것은 없으나, 나를 보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나는 너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너의 육체가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으니,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라." 

그 말은 매우 높은 확률로 사실이었다. 지금 내 옆, 나의 얼굴 높이에 떠있는 검은 원형의 구멍은 분명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침을 삼키며 대답을 하였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말단 둘과 함께 하였습니다. 그 둘은 본체로서 움직이며, 저는 아시다시피... 본체의 조종을 받고 있지만, 본체를 인식할 수 없는 몸으로서... 아주... 조금의 욕망을 위하여 그러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빛은 어디에 있느냐?" 

'에너지가 항상 격동하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 안정된 상태인 세계라고만 들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알지 못합니다.' 

"공간의 통로를 보았을 것이 아니냐? 그 세계는 어떻게 느껴졌지?" 

'...제가 느꼈었던 그 모든 것의 아주 조금도 설명을 할 수 없지만, 분명히 힘이 끝없이 차오르고 그런 순간의 찰나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에, 그저 압도되어 미래가 원인이 되고 과거가 결과가 될 것만 같은 곳이었습니다.' 

"세계는 끊임없이 작아지고 있었던가?" 

'분명히 그렇게 되어야 할... 터이지만 그곳은 그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그곳이로구나. 어딘지 알겠다." 

'보물을.. 아니 빛을 가져가실 생각이십니까?' 

"이제 더는 관심 없다. 네가 알아서 해라." 

그 말이 끝난 즉시, 내 시야가 급격하게 변하는 느낌이 들며 칠흑같이 어둡게만 느껴졌던 내 옆이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고개를 돌려서 확인해보니 검은 구멍은 사라지고 없었으며, 내 몸을 파묻고 있었던 벽 또한 사라져있었다. 

'.......하아.' 

"하하하. 너에게는 상당히 버거웠겠구나." 

'저분은... 대체 누구십니까?' 

내가 했던 말을 전부 듣고 순식간에 어디에선가 나타났던 존재다. 지금도 듣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는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보다 상위의 존재다. 네가 알고 있는 선조가 아니라 규격이 아예 다른 존재 시지. 그분이 알 필요가 없다고 하셨으니, 나도 말하지 않겠다." 

눈앞의 선조는 장성 계를 관리하는 선조로서, 모든 존재 중에서는 상당히 하위의 선조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존재들 중 가장 높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니 예전에 이 세계의 밖으로 나갔을 때, 상위 선조를 만났었던 것을 제외하고, 방금전 나와 대화를 했던 상대는 최상위의 존재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 나는 그러한 상대로부터 화성의 지배권을 승낙받았다. 정확히 말해서는 승낙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음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든 존재"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상대의 "관심 없음"은 곧 상대가 신경 쓰지 않으니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또 다른 존재가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바로 앞에 만났던 그 존재와 같거나 그보다 높은 존재가 이런 말단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는 없다. 어쩌면 그런 존재들이 이런 사소한 모든 일에 대해서 신경을 쓸 것이라는 생각부터가, 밑바닥의 말단들이나 할법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이제 화성을 "구축"할 때라고 느꼈다. 

'상위의 존재들은... 이제 곧 이뤄질 지구인들과의 접촉에 관해서 관심이 크게 없으신가 봅니다. 화성을 구축하겠다는 것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시다니.' 

"저분은 그러신 것 같으나. 다른 존재들은 모르지 않느냐? 이제 곧 "그"가 화성을 구축하기 시작할 것인데, 빛이 사라졌음 확인하고는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 

"그"는 14번째 장성 계를 관리하는 선조를 의미한다. 제 14장성계의 선조는 욕심이 매우 많아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기 싫어한다. 라는 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만나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그에게 맞서서 화성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거대구조에서도 상당히 거대한 편인 장성. 장성이 13개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장성 계. 그런 거대한 천체들을 관리하는 존재가 대단하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런 존재와 내가 화성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을 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비교를 하자면 탄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유기물 덩어리와 상위의 다른 세계의 물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존재가 경쟁한다고 할 수 있겠다. 

빈약한 의지를 가진 평범한 단백질 덩어리가 명확한 의지가 있는 "작은 세계"를 똑바로 인식하기는 할 것인가? 그의 힘은 아마, 지금 내 앞에 있는 제 9장성계를 관리하는 선조와 비슷할 것이다. 정말 동급의 존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비슷한 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아서 타당한 추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지금, 나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눈앞의 선조는 사실 그 본래의 모습을 변형하여 나에게 인식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 영역을 변형하여 나에게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장성계를 관리하는 선조는 분명히 "하위선조"에 속하는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낱 인간인 나는 그런 존재들조차 그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서 그들과 경쟁한다는 것부터가 성립하지 않는다. 맞서는 시늉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내가 생각도 없이 그런 일들을 벌인 것은 아니다. 

'동료와 서로 각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서 짜놓은 계획을 믿고서 그랬습니다. 그들은 저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이지요.' 

"14번째는... 나보다 아주 살짝... 격이 떨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너와 동료는 마주 서는 것 조차 불가능하지만. 나 또한 너의 계획에는 관심이 없으니 관여하지 않겠다. 아무쪼록 잘 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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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Shaw: What happened to that man? (저 남자는 어떻게 된 거야?)
Shaw's Father: He died. (저 남자는 죽었어.)
Young Shaw: Why aren't you helping them? (아빠는 왜 저 사람들 안 도와줘?)
Shaw's Father: They don't want my help. Their God is different than ours. (아빠 도움이 필요 없데. 믿는 신이 달라서.)
Young Shaw: Why did he die? (왜 죽은 거야?)
Shaw's Father: Sooner or later everyone does.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죽어.)
Young Shaw: Like mommy? (엄마처럼?)
Shaw's Father: ...Like mommy. (...엄마처럼)
Young Shaw: Where do they go? (그럼 어디로 가?)
Shaw's Father: Everyone has their own word, heaven, paradise. Whatever it's called, it's someplace beautiful. (모두가 믿는 것이 있어. 천국이든, 극락이든. 하지만 뭐라고 부르던 아름다운 곳이야.)
Young Shaw: How do you know it's beautiful? (아름다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Shaw's Father: Cause that's what I choose to believe. What do you believe, darling? (왜냐하면, 아빠는 그렇게 믿기로 했거든. 우리 공주님은 무엇을 믿니?) 

<영화 Prometheus 중에서 Elizabeth Shaw와 그녀의 아버지와의 대화 인용>



영혼이 있다고 하는 가정들은 대부분 그곳을 본체로서 여긴다.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사후세계"라는 곳에서 영원히 산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 가정대로라면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나의 본체가 육체를 매개로 하여 이 세상에서 일정 시간 동안 살아가고, 육체가 죽으면 본체와의 연결이 끊김으로 우리는 다시 본체로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가? 왜 육체를 매개로 하여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왜 우리는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는 우리의 본체에 대해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가? 

우리가 장갑을 끼고 수작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의 손을 인식하지 못하지 않는다. 장갑을 낀다고 해도 손은 여전히 간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고, 다친다면 고통을 느낄 것이고, 주위가 춥다면 손이 시리고 차가울 것이다. 

신발을 신고 걷는다고 해서 우리의 발이 느껴지지 않을 일은 없다. 옷을 입는다고 우리의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육체를 제어하고 있을 터인 영혼의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영혼이란 사실은 없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인가? 이 세계에서 사라지면(죽음) 아무것도 없이 비존재로 돌아간다는 것인가? 

나는 이제 상위세계에 내 본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구인의 본체가 그곳에 있다. 영혼은 우리에게 덧씌워진 형태로서 육체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은 육체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다. 

예를 들어서, 3차원은 2차원을 포함한 개념이고 2차원은 1차원을 포함한 개념이지만 각 차원의 존재들은 상위차원을 인식하지 못한다. 2차원의 존재는 3차원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바로 옆이 아니, 바로 그곳이 3차원이다. 3차원의 단면이 2차원이기 때문이다. 2차원의 존재가 어디에 있던 현재 존재하는 그곳 자체가 3차원의 일부이다. 

2차원 존재가 어디에 있든 바로 그곳이 3차원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3차원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기관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차원의 특징인 부피가 없기에 3차원으로 나올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3차원의 존재인 인간은 4차원을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4차원은 분명히 존재하고 3차원을 포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혼이 존재하는 상위세계에서 영혼은 존재한다. 다만 영혼이 어떻게 나의 육체와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영혼과 육체와의 관계에 대해서 모른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본체가 있는데 왜 이러한 단계를 거쳐야 할까? 

그것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영혼으로서 상위세계에서 존재하기 전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마치 일종의 시험과도 같다. 어떤 입장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시험을 받는 것.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시험이다. 천국에 가기 위한.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즉,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시련이다. 내가 "그곳"에 입장하기 위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다만, 내가 시작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은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된 시험.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