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네번째
다른애들은 다음 화에야 나올듯
중혁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하나뿐인 혈육.
중혁의 부모는 중혁이 15살이 되던 해 중혁과 그 동생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흡혈귀의 소행이었다.
그렇게 중혁은 저보다 10살은 넘게 차이나는 어린 여동생과 단 둘이 남겨졌다.
아무 것도 모르고 제 어미를 찾으며 울어대는 어린 아이를 안아 들고 부모의 장례를 치렀다.
친척이라는 자들은 어떻게 아이라는 방해꾼을 떼어내고 부모의 유산만을 채갈 수 있는지 다툴 뿐이었다.
중혁은 그 날 인간의 악의와 위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썩어빠진 어른들의 도움 따윈 이쪽에서 거절이었다.
도움을 빙자한 탐욕스런 위선의 손길을 모두 내치며 동생과 단 둘이 살았다.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필사적으로 키웠다.
동생만은 부모 없이 자랐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 미아는 중혁의 하나뿐인 희망이자 유일한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중혁이 스무 살이 되던 해.
그 희망은 흡혈귀의 종자가 되었다.
흡혈귀에게 감염되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
감염된 순간부터 의사소통 또한 불가능하며 오로지 피만을 갈구하는 흡혈귀가 된다.
그러므로 감염자들은 발견한 그 즉시 그 자리에서 사살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중혁은 동생을 처치하기 위해 파견된 협회의 B급 헌터 둘을 맨손으로 때려눕혔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능력을 각성하지도 못한 민간인이 고작 B급이라고는 하나 헌터 둘을 단신으로 쓰러뜨렸다.
그러한 중혁의 만행에 협회는 분노했고, 관리국은 중혁의 무력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관리국이 중혁을 찾아왔다.
그들이 제의한 것은 단순했다.
언젠간 감염자들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 전까지 너의 동생을 보호해 주겠다. 그러니 너는 우리의 검이 되어 그들을 사냥하라.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
중혁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부모가 당하고, 동생이 감염되었다.
이미 그들을 증오하며 사냥할 이유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중혁은 헌터가 되었다.
.
"그래. 그렇구나."
수영의 눈은 더이상 그리움이나 분노 따위를 담고 있지 않았다.
중혁을 바라보는 수영의 두 눈에 담긴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어쩌면 모두 이해한다는 듯 한 눈빛.
"네가 그토록 분노했던 이유가, 그거였구나."
"가장 먼저 그놈의 머리통을 부쉈지."
수영은 중혁의 물음에 쉬이 대답하지 않았고, 떨리던 중혁의 목소리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래서, 할 수 있는가."
수영은 중혁의 그 진중한 눈을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뱉었다.
"솔직히, 나도 몰라."
어느새 식어버린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수영이 자리에서 일어서 스트레칭을 했다.
끄응, 꽤 오래 앉아있어서 몸이 좀 찌뿌둥하네. 수영이 덧붙였다.
"애초에 그런 생각은 해보질 않아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으니까. 결국 그 저주가 나에 의해 기원되었다면, 과연 내가 해주 또한 가능할까?"
"그렇다 함은, 시도해볼 생각은 있단 말인가."
"뭐, 해봐야 알겠지."
"그거면 되었다."
수영이 중혁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고, 중혁 또한 쓰게 웃었다.
"오랜만에 외출이 되겠네."
.
본부로 귀환하기 전 중혁은 관리국을 먼저 들렀다.
수영의 말대로 관리국의 내부 상태는 처참했다.
헌터가 된 후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을 중혁마저도 인상을 찡그릴 풍경.
"가지."
한참을 관리국 내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중혁이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나오며 다시 시설을 봉쇄했다.
"조만간 본부에서 사람이 올거다."
운전대를 잡은 중혁이 그렇게 말하며 시동을 걸었다.
수영이 제 집에서 챙긴 것은 노트북 하나뿐이었다.
그건 뭐지? 노트북을 바라보며 중혁이 묻자 수영이 인상을 찡그리며 맞받아쳤다.
"너 내말 귓등으로도 안들었냐? 지금은 소설가라니까."
"...감정의 변화가 빠르군."
"너도 한 백만년쯤 살아봐라."
피식거리는 수영의 웃음이 신호라도 된 듯 중혁은 악셀을 밟았다.
이 작은 도시와도 작별이었다.
.
하늘에는 해가 꽤 높이 솟아있었다.
반쯤 열린 검은 승용차의 창문 안으로 후덥지근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중혁은 옆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수영을 힐끗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뭘 생각하고 있는거냐."
"아니, 그냥. 도시 밖에 나오는 것도 좀 오랜만이라."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대충 대답하던 수영이 뭔가 생각난 듯 중혁쪽을 돌아봤다.
"야, 나 궁금한거."
"뭐냐."
"니들 얘기좀 해봐. 어차피 가는데 존나 오래 걸린다며? 내 얘기는 끝났고, 니들 얘기나 좀 듣자."
"난 이야기를 하는 재주따위 없다."
"아니 그런거 말고 뭐 니들이 보는 우리들 얘기나 뭐 그런거. 아 존나 심심하다고!"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수영의 칭얼거림에 중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악! 심심해! 악!!!!"
칭얼거림은 어느새 작은 몸부림으로 바뀌었고, 졸지에 주먹을 두어대 얻어맞은 중혁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소설가란 밤낮을 바꿔사는 존재라 말한 것은 네가 아니었나?"
"저렇게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차 안에서 잠이 오겠냐?"
창 밖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는 수영의 모습에 중혁의 인상이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다.
"...뭐가 궁금한거냐."
"오, 너 1급이라며. 그럼 네가 제일 세?"
중혁의 물음에 방금 전까지의 몸부림이 거짓말이었다는 것 처럼 어느새 얌전해진 수영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중혁은 그런 수영을 곁눈질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헌터는 총 다섯 등급이다. 견습으로 시작해 3급 부터 임무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실적을 쌓으며 2급, 1급으로 승급하는 구조다."
"뭐야, 다섯개라며."
"끝까지 들어라. 1급이 끝이 아니다. 1급 이상의 존재. 천외천(天外天), 제로 등급. 나도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그저 그런 등급도 있다, 라고 전해 듣기만 했을 뿐."
"제로? 네이밍 센스 존나 구리네. 그냥 판타지 소설처럼 S급이라 하면 안 되는 거냐?"
"그건 동감한다."
중혁은 기존의 협회 <스타 스트림>과 대항하여 만들어진 관리국 <컴퍼니>의 주요 인사들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협회인 <스타 스트림>과 달리, 한국만의 단독적인 관리국인 <컴퍼니>는 기존에 존재하던 군사기업인 <명계>의 CEO 하데스가 제 양아들과 함께 만든 기업이었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흡혈귀들의 발생 빈도는 타국보다 월등히 많았기에 한국만의 단독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스타 스트림>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았다.
크게는 헌터의 등급제부터 작게는 소소한 보고 방식까지 모두 <스타 스트림>과 궤를 달리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충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스타 스트림>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다국적 기업.
흡혈귀가 유난히 많은 한국이지만 그들이 한국만을 주로 관리하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스타 스트림> 소속 헌터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기에 한국 내에서 여러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했고, 그로 인해 한국 내에서의 인식도 좋지 않았다.
거기에다 <명계>의 입김까지 더해지자 <스타 스트림>도 한발 물러섰다.
어차피 할 일만 많고 얻어갈 것은 별로 없는, 계륵같은 존재라 생각했던걸까.
지금의 <스타 스트림>은 서울에 작은 지부만을 남기고 대부분 철수했다.
그렇게 어느새 9년이 지난 지금 <컴퍼니>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관리국 <컴퍼니> 소속 1급 헌터 유중혁.
9년 전 그들이 중혁을 필사적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도 그 이유였을 것이다.
강자의 존재는 신생 기업이 커지는 데에 필수 불가결이니.
마침 새로운 관리국을 만들려고 했다며 자신을 찾아온 녀석.
이름을 <김독자 컴퍼니>로 지으려던 녀석을 말리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중혁은 2급 헌터이자 동시에 관리국의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서 사무실에서 놀고있을 제 악우를 생각하며 다시금 이를 갈았다.
"어쨌든 그럼 네가 최강은 아니라는거야?"
잠시 상념에 빠진 중혁을 깨운 것은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였다.
옆을 힐끔 돌아보니 살짝 비웃는 듯 한 표정의 수영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는 걸로 봐선 제일 센 줄 알았더니만."
"...그들은 모두 각성자다."
"응?"
"특별한 일을 계기로 이능(異能)을 갖게 된 자들. 평범한 인간과는 궤를 달리하며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소유한 비인간들."
"뭐야, 넌 아니야?"
"<컴퍼니> 소속 헌터 중 무능력자는 나뿐이다."
능력자는 귀찮다.
그 이능이 착한 사람들에게만 발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헌터가 하는 일들 중엔 능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소위 말하는 빌런들을 제압하는 것도 포함된다.
"헤엥, 그런가."
수영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등을 기댔다.
"그럼 상중하는?"
"뭘 말이냐."
"네가 하급 흡혈귀 뭐라 했잖아. 상중하를 나누는 기준이 있냐 그거지."
"...하급은 내가 말했던 그대로 흡혈귀에게 감염된 자들을 말한다. 지능따윈 없고 오로지 피만을 좇는 자들. 마치 좀비와 같다. 이들에게서 감염되었다는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중혁은 제 여동생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중급부터는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지능을 갖춘 자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흑운에서 만났던 녀석도 중급이겠지."
"흐음, 그럼 이해가 되네. 하급이라는 애들은 네 말 그대로 종자거든. 지능이 없으니 상대를 제 권속으로 만든다는 생각도 못하는거지."
근데 걔들은 어떻게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 수영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상급은?"
"감염된 능력자들. 모두, 라고는 할 수 없지만 능력자들은 대부분 강하다. 그런 자들이 고작 흡혈귀 따위에게 당할 일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기에 그 수가 극히 적다. 알려진 것도 거의 없고. 나도 아직 직접 본 적은 없다."
"음, 뭔가 내가 모르는게 너무 많아. 능력이니 뭐니 하는 것도 말만 들어봤는데. 너무 오래 숨어살았나?"
"등급 따윈 상관 없다. 어차피 햇빛 아래에선 아무 것도 못하는 머저리들이니."
"어이, 나를 좀 봐요, 아저씨."
잠시 옆자리를 힐끔 쳐다본 중혁이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너는 흡혈귀를 보면 그들이 흡혈귀인지 알 수 있나? 중급 이상의 흡혈귀들이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왔다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응? 아, 대충 보면 다 알지. 쟤는 우리과구나, 하고. 내가 못 알아 볼리는 없어."
"...그런가. 어쨌든 결국 네 말대로라면 너를 제외한 흡혈귀는 모두 그 근본은 인간이었다는 말이군."
"응? 뭐, 그렇게 되나? 어, 야 저기 뭐 보인다."
수영의 말대로 저 멀리 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컴퍼니>의 본부가 존재하는 한국의 수도.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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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 복귀
이제 설정들은 대충 나온듯
제목짓기 너무 힘들다
가제라 언제든 바뀔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