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은 자기 방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요즘 신유승이 이상하다. 항상 독자 형만 쫓아다니던 애가 놀러가자고도 안하고 혼자 나갔다 오더니 어디 갔다왔는지도 안말해준다. 남자친구라도 생겼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아저씨"
신유승이 김독자를 부르는 소리였다.
마침 이길영의 방과 김독자의 방이 맞은편이라 대화 내용이 잘 들렸다.
"그래 유승아. 무슨 일이야?"
"고민이 있어서요......아 중혁 아저씨랑 수영 언니도 같이 있었구나. 잘됐다."
신유승이 고민을 얘기하는 건 드물었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김독자였기에 진지하게 들어주기 시작했다.
"일단 들어와."
방문이 닫혔다.
"뭐야 이러면 안들리잖아. 비유."
"바앗"
"청력 강화할게"
"그건 왜?"
"그, 그런게 있어. 빨리 코인이나 받아가."
다시 대화가 들렸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요..."
"응???"
"근데 그 사람은 저한테 별 생각 없는 거 같아서..."
"그 사람이 누군데?"
신유승은 부끄러웠는지 대답을 피했다.
"누구든 나보다 약한 녀석은 안 된다."
"야 그게 되겠냐? 유승이가 좋으면 됐지."
"그래서 고백을 할지 말지 고민돼서 왔어요."
감성이라곤 없는 사이코와 그 사이코를 보고 자란 소설 덕후, 여기서 제대로된 조언을 해줄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한수영은 생각했다.
"유승아 일단 나와봐."
"네!"
한수영은 신유승을 데리고 유상아의 방으로 향했다. 한편 이길영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신유승이 좋아하는 사람...?"
이길영은 신유승이 말하는 걸 더 들으면 누군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유상아의 맞은편 방인 이설화의 방에 들어갔다. 이설화는 마침 진료를 나가 없을 시간이었다.
"야 유상아. 아 너네도 있었구나."
유상아의 방에는 유상아와 정희원, 이현성이 있었다.
"유승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대."
"진짜?"
"근데 유중혁 그자식이 자기보다 약하면 안 된다는 개소리를 하길래 데리고 왔어."
"중혁 씨 답네요."
"저는 유승이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승아, 널 아껴주는 사람이 최고야."
"음...저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아니, 잠깐만. 지금 남친 오디션하냐? 유승이 고민은 그게 아니라고."
"맞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죠? 유승아, 누구니?"
신유승은 이번에도 대답을 피했다.
"부끄러운지 아까도 누군지는 말 안해주더라. 그 사람한테 고백하고 싶은데 그 사람은 자기한테 별 생각 없는 거 같아서 고민이래."
"음...저라면 고백할텐데.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이등병 때..."
"그건 안 물어봤고, 유승아 어떻게 할래?"
신유승은 잠깐의 고민 후 대답했다.
"할래요."
"잘 생각했어. 어떻게 할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엄한 집에서 자란 아가씨, 군인... 이 멤버도 로맨스랑은 거리가 멀었다.
"지혜 언니한테 물어볼까요?"
가끔 멍청해지기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 고등학생이었던 이지혜는 김독자컴퍼니에서 어린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신유승과 한수영은 이지혜의 방으로 향했다.
"지혜 언니"
"응?"
자초지종을 들은 이지혜는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도 흥분한 모습이었다.
"진짜??? 누군데?? 사부보다 잘생겼어?? 못생겼으면 난 반대야"
한수영이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부끄러운지 누군지는 말 안해주더라. 어떻게 고백할지가 고민이야."
"근데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이지혜는 여고 출신이었다. 남자친구는 커녕 남자인 친구도 없던 학생이었다.
"그냥 직접 말할래요. 진심으로 말하면 통할거에요."
신유승을 아껴준다, 자신있었다.
성실하고 착하다, 나 정도면 성실하지.
시커먼 놈보다 강한 건...훈련하면 된다.
시커먼 놈보다 잘생긴 건......아무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이길영은 자신이 모든 조건에, 아니 대부분의 조건에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만족하지 못해도 신유승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길영아 안에 있어? 들어가도 돼?"
신유승이었다.
"어, 어. 무슨 일이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설마 하는 기대감과 아닐 거라는 생각이 이길영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있잖아 길영아..."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고 신유승한테도 들릴 정도로 크게 요동쳤다.
"좋아해."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나도. 좋아해 유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