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발..."

 사람을 죽였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한수영. 어쩔 수 없었어."

 혼잣말을 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정말 소설이 현실이 되었다면 소설의 내용을 아는 것은 큰 이점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소설의 작가였다.

 "일단 집에 가자. 컴퓨터에 텍본 있으니까 그것도 챙기고."

 그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 앞에 도착했을 즈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응?"

 당황스러웠다. 그냥 걷고 있었는데 생명체를 죽였다니.
 바닥을 내려다보니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내 발에 깔려 죽어있었다.

 "하나 이상의 '생명체'..."

 생각해보니 시나리오 어디에도 사람을 죽이라는 말은 없었다.

 "설마"

 줄 지어 이동하던 개미들이 보였다. 혹시 싶어 발을 들어 개미를 밟아보았다.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하하..."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

 [대량의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코인 사용 도움말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는 나를 조롱하듯 코인은 착실히 쌓여갔다.
 
 '죽이지 않고도 클리어할 수 있었어.'
 '하지만 죽이지 않았으면 그 사람이 나를 죽였을거야.'

 무수한 생각을 뒤로하고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식히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됐다.
 우선 내 특성과 스킬에 대해 알아야 했다.

 "특성창"

 <인물 정보>

 이름 : 한수영
 나이 : 26세
 배후성(背後星) : 없음(현재 두 개의 성좌가 해당 인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용 특성 : 작가(희귀), 마지막 하차자
 전용 스킬 : [아바타 Lv.1], [개연성 맞추기 Lv.1]
 종합 능력치 : [체력Lv.2], [근력 Lv.2], [민첩 Lv.2], [마력 Lv.2]

 아까 죽은 사람은 '첫 번째 하차자' 였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하차자'이다. 이 '하차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때 주위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졌다. 전기가 복구된 듯했다.
 집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고 소설의 텍스트 파일을 핸드폰으로 옮겼다. 집에 있는 보조 배터리도 전부 충전시켰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스킬들을 하나씩 써보기로 했다.

 "'마지막 하차자'를 발동한다."

 시야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없던 작은 실루엣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바타'를 발동한다."
 
 옆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생겼다.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 그 사람은 도망갔고 체력이 떨어졌던 나는 쫓는 것을 포기했다.

 '아바타'라는 스킬 이름과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으로 보아 '분신술'과 비슷한 스킬인듯 했다.

 "뭐...별 일 없겠지. 그나저나 이거 여러 명도 되나?"

 여러 실험 끝에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바타의 수는 한계가 없지만 그 수가 많을 수록 높은 마력 레벨이 필요하고 아바타를 만들려면 기억의 일부를 줘야 한다.
 또, 아바타는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으며 머리를 부숴야 사라진다. 그럼 그 아바타에게 줬던 기억은 소멸한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바타'를 발동한다."

 아바타를 하나 만들고 머리를 부쉈다.
 또 코인을 사용해 능력치를 올려 두었다.
 
 [2500 코인을 '체력'에 투자합니다.]
 [체력Lv.2 -> 체력Lv.10]

 [2500 코인을 '마력'에 투자합니다.]
 [마력Lv.2 -> 마력Lv.10]

 앞으론 직접 나서지 않는 편이 좋겠다.
 '아바타'라는 좋은 스킬이 있는데 굳이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했다.
 공중에 떠 있는 타이머에는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5, 4, 3, 2, 1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아무도 죽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은 더이상 내가 아는 서울이 아니었다.
 시체로 가득한 거리, 부숴진 탱크와 군인들을 밟고 지나가는 괴물들.

 [메인 시나리오 #1 - 가치 증명이 종료되었습니다.]
 [기본 클리어 보상으로 3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채널 이용 수수료로 100코인이 감산되었습니다.]
 [추가 보상 정산이 시작됩니다.]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