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은 자주 마계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를 게임으로 이긴 뒤 분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일종의 취미와 같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런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성마대전?""


천사들이 놀라 소리쳤다.

서기관은 담담하게 읇조렸다.


"마계의 2인자, 지옥 동부의 지배자도 동의했습니다."

"이제 끝을 보기로 결정했어요"


천사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결국 그들의 본질은 악마와 마왕을 처단하는 자이기 때문에, 서기관의 결정에 동의했다.


단 한 천사만 빼고.


"에바임. 갑자기 왜 싸우겠다는 거임?"

"아무 문제도 없이 잘 지내고 있었잖음?"


젋은이와 여행의 수호자, 라파엘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성마대전이 시작된다면, 모든 마왕들과 적대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스모데우스도...


'무슨 상관이지?'


그는 이내 생각했다.

같이 게임하는 건 꽤 재밌었지만 그녀는 결국 마왕, 심지어는 그와 원수관계에 위치한 마왕이었다. 언젠가 적대하게 되리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을 텐데..


"라파엘. 들리십니까?"


서기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 잠시 생각 좀 했음."


"아까 말했듯이 언젠가 결판을 내야 할 싸움이기에, 서로의 동의하에 성마대전을 통해 결판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라파엘은 성마대전을 하기 꺼려졌으나, 자신도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서기관에게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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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불꽃이, 마왕을 찢어냈다.

저지먼트 필드에 들어온 마왕들이, 순식간에 소멸해간다.


성마대전의 광경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당장 라파엘 자신이 펼친 광풍도, 마왕들의 살갗을 찢고 들어왔으니.

그리고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마왕 아스모데우스의 클로가, 성좌들을 터트렸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분명 아스모데우스가 이기고 있다면 그녀를 막고, 없애야 할텐데. 자신은 그녀가 안전하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왕화를 발동한 타락한 천사들의 왕, 미카엘이 저지먼트 필드를 두른 채 아스모데우스에게로 돌진했다.

아스모데우스는 다른 천사들을 상대하느라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몸이 저절로 돌진하고 있었다. 마왕들의 살갗을 파고들던 광풍이, 미카엘의 돌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마왕화한 미카엘의 저지먼트 필드는, 포세이돈과도 맞먹는다는 그 힘은, 그대로 아스모데우스의 심장을 뚫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성적인 판단이 정지했다.

라파엘은 자신이 왜 이럼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으나,어느새 그의 바람이 아스모데우스와 그를 전장 밖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에.

그는 그의 성흔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에덴의 고위급 성좌가 펼치는 의술은, 타락천사의 힘에 의해 자체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 마왕의 신체도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었다.


"라...파엘..?"

"어.. 째서... 쿨럭"


의식을 되찾은 아스모데우스가 라파엘에게 물으려 했다.


"아직 말하면 안 됨. 회복이 충분히 안 됬음. 조금 있다가 물어보셈."


라파엘은 급히 아스모데우스를 말리고 그녀를 치유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회복된 아스모데우스는 라파엘에게 물었다.


"어째서.... 저를 살려주신거죠?"

"그대로 두었으면 마왕측의 큰 전력 손실이었을 텐데?"


라파엘은 아리송하다는 듯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음."

"그냥... 님이 죽었다니까.. 그게... 아무생각이 안나서"

"그냥 살려야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아스모데우스의 볼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정욕과 격노의 마왕, 아스모데우스는 라파엘이 느낀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고 말았다.


"그.. 그건..흐으으"


"? 왜그러심? 아직 아픔?"

"볼이 뜨거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마왕의 볼에 가져다 대는 저 특이한 대천사에게, 아스모데우스의 심장은 오랜만에 고동하기 시작했다.


"그..그런게 아닙니다.. 그..."

"살...살려준 보답이에요!"


아스모데우스는 라파엘의 볼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날아서 전장으로 돌아갔다.

볼이 김독자가 싫어하는 음식처럼 되어버린 라파엘은, 그제야 그들이 서로에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