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reader/32708328?target=all&keyword=%EC%A0%84%EC%A7%80%EC%A0%81+%EA%B5%B0%EC%A3%BC+%EC%8B%9C%EC%A0%90&p=1


[하하 여러분 언제까지 그렇게 멍때리고 있을 겁니까 이대로라면 여러분 모두 죽겠군요.]

[별 볼일도 없는 인간들이라 그런지 재미가 없군요.]

 

김독자가 열차안의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없이 도깨비가 나타나 남은 제한 시간을 알려주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스스로 서바이벌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중 몇몇은 메뚜기라는 행운을 찾았지만 작은 메뚜기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고 찾는다고 하여도 옆에 있는 이들에게 빼앗기거나 죽고 말았다. 

 

“...!!”

 

“찾았다 매뚜기야!”

 

“내놔 이 새끼야!”

 

“죽어 죽어 죽어!”

 

정신없고 혼란스러우며 지옥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시나리오 종료까지 1분이 남았을 때 김독자는 지나가는 메뚜기 하나를 정확하게 집어 만신창이가 된 김남운에게 메뚜기를 던졌다.

 

“이건...?”

 

“터트려. 사람을 죽이고 싶다면 나중에 실컷 죽이게 될 테니까. 살인에 익숙해진다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거든.”

 

“마치 살인을 해 본 적이 있다는 말투네 매뚜기남.”

 

“까불지마 성진우한테 쳐맞아서 찌부러져 있는 주제에.”

 

“그...그 남자랑 아는 사이야?”

 

“친구지 왜? 불러줄까? 불만있어?”

 

“아니! 너무 편안해 불만없어.”

 

김남운이 그 말과 동시에 손 안에 있던 매뚜기를 터트리고 김독자가 성진우를 부르지는 않을까 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남은 시간은 30초.

20초

10초

5초

 

[제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유료 정산이 시작됩니다.]

 

 

퍼버버벅― 하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폭죽처럼 터져나가는 머리들.

 

그리고 그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그래 마치 소설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어떤 흔들림이나 동요조차 없었다.

*

*

*

[당신은 총 124개체의 생명체를 학살하였습니다.]

[학살 내역 : 메뚜기 1마리, 메뚜기알 123개]

[저항력이 없는 생명체를 살해하였기에 획득 코인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총 6200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이번에는 성진우가 도맡아서 김남운을 처리해준 덕에 코인을 쓰지 않아 저번보다 많은 코인을 모았다.

 

끼이익.

기우뚱, 하는 느낌이 들더니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덜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열차.

곧 빛이 들이치며 창문에서 어둠이 밀려났다. 압구정에서 옥수로 향하는 3호선의 지상철 구간.

창밖으로 한강을 비롯한 서울의 정경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아.

 

누군가가 벅차오르는 신음을 흘렸다. 살았다, 라는 깊은 안도가 느껴지는 신음이었다. 하지만 그 신음의 의미가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아.......

 

창밖에 비치는 풍경은 더 이상 그들이 알던 서울이 아니었다.

포연과 먼지 속에서 폐허가 된 시내. 

무너진 한강의 대교들.

군인들의 시체로 붉게 물든 한강과, 쓰러진 빌딩 사이로 K1 탱크를 장난감처럼 짓밟는 괴물들.

 

 

 

[메인 시나리오 #1 – 가치 증명이 종료되었습니다.]

[기본 클리어 보상으로 3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채널 이용 수수료로 100코인이 감산되었습니다.]

[추가 보상 정산이 시작됩니다.]

 

또다시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나의 장르가 판타지로 바뀌였던 세계가. 그리고 내가 바꿀 세계가.

 

지하철은 동호대교 위를 반쯤 지났을 무렵 멈춰 섰다. 

 

“맙소사.......”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 광경을 내다보았다. 폐허가 된 서울 시내와 무너진 빌딩들. 

거대한 뱀을 연상시키는 괴수들이 한강에 불시착한 전투기의 잔해를 뜯어 먹고 있었다.

 

“저, 저게 대체......!”

 

[저건 뭐지? 처음 보는 마수로군.]

 

[어룡(魚龍).]

[흔히 씨-써펜트라고 불리는 괴수. 7급 괴수종으로 분류된 놈이야.]

 

성진우와 내가 영혼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룡들 중 하나가 이쪽을 돌아봤다.

 

“으, 으아아아! 온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외쳤다. 하지만 나는 다가오는 어룡을 보면서도 무감했다. 저 녀석들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성진우나 옆 칸에 있는 유중혁이 어룡들보다 더 큰 위협이지.

 

쿠르르르르.

 

울음을 토한 어룡은 동호대교 아래쪽을 맴돌더니 기포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어떻게 된거지? 분명 저 어룡은 열차로 달려들려고 했었는데 중간에 누군가가 개입한 듯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우리 세계에서는 ‘시나리오’는 모든 사안에 우선해.]

[고로 시나리오의 보호를 받는 한, 당장 녀석들과 부딪칠 일은 없어. 적어도 당장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점검으로 보상 정산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나저나 보통 이쯤 되면 보상 정산이 시작되어야 할 타이밍임이 아닌가? 허공에 떠 있는 것은 오류 메시지뿐인데...]

 

[이건 아마 너 때문이겠지.]

 

[나 때문이라고?]

 

[누가 그렇게 얼굴을 뭉개놓냐.]

 

[...]

*

*

*

김독자와 티격태격 할 때 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등장인물 ‘김남운’의 모욕으로 두 개의 성좌가 당신에게 희미한 적대감을 표합니다.]

 

성좌(星座).

 

김독자의 설명대로라면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들이자, 저 먼 성운(星雲)의 꼭대기에 앉아 이 모든 이야기를 관람하는 비극의 배후.

성좌들의 호오(好惡) 표시가 뜨는 것을 보니 지금부터가 본격적이라는 실감이 났다.

우스운 일이다.

자신의 힘을 이용해 남들의 불행을 즐기다니. 김독자가 마냥 성좌들을 죽여달라고 할때는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저 녀석들을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놈들이 나를 구경하고 있으니 구경하는 동안 똑똑히 뇌리에 세겨줬으면 좋겠군. 너희들의 목을 따러 갈 자의 행동을 말이야. 구경료는 너희들의 목숨이다.

 

[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시나리오에 감탄을 표합니다.]

[성좌들이 당신에게 500코인을 후원합니다.]

 

후원이라... 정말 인터넷 방송같군. 코인..코인이라. 상태창에서 기본 스탯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었나?

 

[상태창]

 

이름 : 성진우

나이 : ???세(당신이 생각하는 나이가 당신의 나이가 될 것입니다.) 

배후성(背後星) : 없음

전용 특성 : 그림자(특수) 올포원(all for one)/원포올(one for all)(특수) 제 2의 시스템(신화) 

전용 스킬 :[그림자 침식 Lv.???], [그림자 창성 Lv.???], [그림자 교환 Lv.???], [난도 Lv.???]······. 

종합 능력치 : [체력 Lv.1], [근력 Lv.1], [민첩 Lv.1], [마력 Lv.1] 

종합 평가 : 현재 종합 평가가 진행 중입니다. 

 

그림자 특성이라...아 제 4의 벽이 지어준 이름인가...무난하지만 나쁘지 않군. 나와 나의 일행들의 정보를 감추는 능력이라...저런 관음병에 걸린 성좌들을 조지기 위해서라면 가장 필요한 특성이지. 그나저나 올포원과 원포올이라....어떤 특성이지?

 

올포원(all for one):하나를 위한 모두-당신의 그림자 군대들은 오직 당신 하나만을 위한 것입니다. 그림자 군사를 당신의 재량껏 당신에게 귀의시킬 수 있습니다. 그림자 군사의 모든 경험, 숙련도, 감각, 스탯등을 얻습니다.

 

원포올(one for all):모두를 위한 하나-당신이 희생하거나 무언가를 지킬 때 대대적인 보정 효과가 붙습니다. 대상에게 당신이 걸린 효과를 나눕니다. 그림자 군사를 당신의 재량껏 당신에게서 분리해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미친. 그야말로 미쳤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군. 원포올이라는 특성은 별로라고 한다지만 올포원이라는 이 특성은 미쳤다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정말 나에게 딱 맞는 특성이 아닌가. 재량껏 나에게 귀의시켜 모든 경험, 숙련도, 감각, 스탯등을 얻는다니. 딱 군사 10만의 힘을 나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는 말이군. 더군다나 숙련도와 경험까지 얻는다면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일을 혼자서 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내가 성장하면 할수록 귀의 시킬 수 있는 그림자 군사들의 수가 더욱 늘어날 테니 더더욱 강해져야겠군.

 

그나저나 제 2의 시스템이라면 아스본과 설계자가 만든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시스템은 사라졌을 텐....

 

[이름: 성진우]

[레벨: 150]

[직업: 그림자 군주]

[칭호: 악마 사냥꾼 (외 2)]

[HP: 100,000]

[MP: 250,720]

[피로도: 0]

 

[스탯]

근력: 524 체력: 450

민첩: 440 지능: 540

감각: 421

(분배 가능 능력치 포인트 : 0)

물리 데미지 감소: 87% 

마법 데미지 감소: 70%

 

[스킬]

패시브 스킬: 

근성 Lv.max, 단검의 대가 Lv.max

 

액티브 스킬: 

신속 Lv.max, 살기 Lv.max, 

난도 Lv.max, 단검 쇄도 Lv.max

은신 Lv.max

지배자의 권능 Lv.max

 

[직업 전용 스킬]

액티브 스킬:

그림자 추출 Lv.max

그림자 저장 Lv.max

군주의 영역 Lv.max

그림자 교환 Lv.max

 

[초월좌 전용 스킬]

※이 스킬들은 초월형을 개방하거나 완숙한 초월좌의 격을 이루고 있을 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스킬생성(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스킬이 됩니다.)

 

허....설마 시스템이 다시 복구라도 된 건가... 그렇다면 아스본은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럽군. 다시금 플레이어의 제약을 받는건 아닌 것 같은데.... 더군다나 초월좌 전용 스킬이 새로 생겼고 그 스킬은 더욱 괴랄하군. 스킬을 그냥 만든다니....시스템의 보정효과도 두 배로 적용되는 건가? 칭호와 중첩까지 된다면 더더욱 강해지겠군. 

*

*

*

[김독자.]

 

[왜.]

 

[너는 남의 상태창을 볼 수 있다고 말했지 않나?]

 

[그렇지 근데?]

 

[내 상태창을 확인해봐라. 뭔가 이상하군]

 

[얼마나 이상하면 그 ‘그림자 군주’가 ‘직접’ 나에게 상태창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녀석에게 보내며 나는 조용히 [등장인물 일람]을 가동했다.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이 발동합니다.]

 

<인물 정보>

 

이름 : 성진우

 

나이 : ???세

 

배후성(背後星) : 없음

 

전용 특성 : 그림자(특수) ■포원(■l■ fo■ on■)/원포■(o■e ■■r a■l)(특수) 제 2의 ■■■ (신화) 

 

전용 스킬 : [그림자 침식 Lv.???], [그림자 창성 Lv.???], [그림자 교환 Lv.???], [난도 Lv.???]······. 

종합 능력치 : [체력Lv.1], [근력Lv.1], [민첩Lv.1], [마력Lv.1]

 

종합 평가 : 종합 평가가 진행 중입니다.

 

???뭐지 혹시 스킬이 잘못됬나? 이런 생각을 할 때 옆에서 유상아가 말을 걸어왔다.

 

“......김독자 씨? 괜찮아요?”

 

회귀 전과 같은 그러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축 쳐진 어깨. 하얀 블라우스 곳곳에 남은 핏자국과 올이 나간 스타킹이 그녀가 지옥 한복판에서 무사하게만은 생존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상아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독자 씨는 어떻게 그렇게.......”

 

“예?”

 

“아, 아니에요. 그보다...... 감사해요.”

 

“뭐가 말이죠?”

 

“그, 아까.......”

 

뒤늦게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케이지를 던진 방향에 서 있던 유상아의 모습.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냥 우연입니다. 그러니 두 번은 없을 겁니다.”

 

“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상아. 하지만 사실은 노리고 던진게 맞다. 유상아는 빌어먹을 올림포스의 도움으로 잘 성장하고 석존의 후예가 될 테니까.

 

[와, 대박.]

 

허공에서 치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비형이 나타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잠깐 다른 칸 보고 온 사이.......]

 

녀석의 표정에 환희와 경악이 뒤섞여 있었다. 

비형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별 같은 것이 둥둥 떠다녔다. 

나는 속으로 별들의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스물, 스물 하나. 총 스물 한 개인가. 저번 회차와 같은 21명의 성좌 정확하군.

 

[무려 스물 한 분이나 제 채널에 접속하시다니...... 하하, 이거 일진이 잘 풀리려나? 어이쿠, 한 분 더 들어오셨네요. 후원 감사합니다. 성좌님들. 하하, 여러분들! 밥값 제대로 하셨나 봐요?]

 

뭐? 성좌 하나가 더 들어온다고? 역시 아까 성진우가 김남운을 지하철에다가 박아댄 것이 원인이였나...

 

[이거이거, 생존자 숫자도 상당하네요? 옆칸 그놈도 또라이였는데...... 오늘은 꽤 재밌는 일들을 벌여 주시는군요.]

 

히죽거리던 비형이 허공에 뭔가를 조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생존자 명단이 떠올랐다.

 

[불광행 3434열차 3807칸 생존자 : 김독자, 이현성, 유상아, 한명오, 이길영, 성진우 총 6명 생존.]

 

6명. 저번 회차와 같은 인물들의 생존과 내가 데려온 성진우까지 생존자들은 내가 원하는 데로 정확하게 살아남았는데 제기랄. 성좌는 예상을 못했는데...이게 큰 나비효과를 불러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이길영의 어깨를 짚어주었다. 저번 회차와는 같은 위선을 행하기 위해서.

 

“꼬마야.”

 

천천히 고개를 든 길영이의 눈동자에, 생전 처음 맞닥뜨린 죽음의 공포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어쩔 수 없는 본능.

 

“살고 싶니?”

 

길영이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항거할 수 없는 힘에 저항하듯 소년의 몸이 떨렸다. 그리고 미미하게, 소년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럼 같이 가자.”

 

스르르 움직인 이길영이 내 다리 곁에 바짝 붙었다. 유상아가 감동이라도 한 듯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선행에 감동합니다.]

[성좌들이 당신에게 200코인을 후원하였습니다.]

 

0회차와 같은 반응이다.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건가.

 

[뭐지? 같찮은 위선인건가? 그렇다고 치기에는 친근함이 느껴지는데 영혼의 결속으로 네놈의 감정이 대략적으로 느껴지는데...그래서 그런지 더욱 혼란스럽군. 그 꼬마가 너의 일행이였나?]

[앞으로 있을 중요한 이벤트를 감안하면, 지금 성좌들의 시선을 끌어두는 것은 필수적이고 길영이는 내 일행이 맞았어.]

 

“이, 이제 저흴 풀어 주시는 겁니까? 원하는 조건도 들어드렸지 않습니까?”

 

대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와이셔츠가 몇 갈래로 찢어진 한명오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흐음, 풀어달라뇨? 바깥 광경을 제대로 못 보셨나 보죠? 진짜로 내보내드려요?]

 

비형이 킬킬 웃었다.

 

[아무튼 감탄했습니다. 사실 이 칸은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용케도 첫 번째 시나리오를 통과하셨네요. 이로써 벌레도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셨군요.]

 

아마 비형 눈에는 우리가 메뚜기처럼 보이겠지. 칼을 갈고 있을 회귀성좌와 초월좌 대신 말이야...

 

[자자, 고난을 이겨낸 만큼 보상도 있어야겠죠? 이제 여러분은 첫 번째 시나리오의 보상으로 무려 ‘성좌’님들의 후원을 받을 자격을 갖췄어요. 와아아! 어때요, 기대되죠? 흠, 다들 시큰둥하네요. 이거 정말 대단한 일인데.]

 

저렇게 앞 뒤 설명 다짤라먹고 진행을 하니까 하급 도깨비에서 멈춰있었지.

 

이곳에서 ‘성좌’나 ‘후원’이 뭔지를 아는 사람은 나와 성진우 밖에 없는데 말이야.

 

[흠,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들이시네. 쉽게 말씀드릴게요. 지금의 당신들은 아주, 형편없을 정도로 약해요. 당장 이어질 시나리오 속에 던져 놨다간, ‘크루크’는커녕, 약해 빠진 ‘땅강아쥐’만 만나도 살해당할 정도란 말입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이 우주에는 그런 당신들을 가엾게 여겨 후원하고자 하는 위대한 분들이 계시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위대하긴 개뿔 저열하고 비열하고 역하기만 하지. 물론 모든 성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국 참지 못한 이현성이 입을 열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누가 누구를 후원한다는.......”

 

[흠, 말귀 더럽게 못 알아 처먹네. 한국 속담에 그런 게 있었죠.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는 게 낫다. 그러니 직접 겪어 보시죠. 뭐, 운이 없는 사람은 겪을 기회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핫!]

 

나는 바짝 긴장했다. 

지금부터다.

여기서 이전과의 변경점이 없어야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만약 여기서 변경점이 생긴다면 큰 나비효과를 일으켜 계획이 전부 어그러 질 수 있다.

 

“독자 씨? 갑자기 이상한 선택지 두 개가 떴는데, 대체.......”

 

“저한테 물어보셔도 모릅니다.”

 

좋아 유상아의 선택지가 두 개라. 0회차와 같은 선택지 아직까진 괜찮다.

 

“편하게 생각하죠. 적성 검사라도 한다고 생각하고.”

 

“적성 검사라니.......”

 

“어차피 이게 무슨 상황인진 아무도 모릅니다. 마음 편히 임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 알겠어요.”

 

유상아는 내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고 허공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기묘한 점괘라도 만난 듯 심오한 표정이었다. 저것도 0회차랑 똑같네

 

다른 사람들도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다들 자신의 눈앞에 뜬 선택지를 읽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선택지가 바뀌지 않기를 기원하며 선택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배후(背後) 선택>

 

―당신의 배후를 선택하세요.

―선택한 배후는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1. 심연의 흑염룡

2.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

3. 은밀한 모략가

4. 긴고아의 죄수

5. 거짓 종막의 연출가



마지막은 절단마공. 독수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