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背後) 선택>
―당신의 배후를 선택하세요.
―선택한 배후는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1. 심연의 흑염룡
2.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
3. 은밀한 모략가
4. 긴고아의 죄수
5. 거짓 종막의 연출가
나는 배후성 선택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지? 한수영이 여긴 어떻게... 설마 아까 들어온 성좌가 한수영이였나? 만약 다른 세계선의 한수영이(유중혁의 회귀로 만들어진 1864회차) 이 세계선에 개입한다면 모든 계획이 시작부터 막히게 된다. 이성적으로는 녀석은 나처럼 미래를 알 뿐만 아니라...나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었었고 감정적으로는 나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작가니까. 그런 녀석과 겨뤄야 한다면 어떻게 이길 수 있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성진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봐 김독자. 괜찮은거냐? 너의 감정상태가 심히 불안해 보였다. 혹시 곤란한 성좌들이 너에게 배후성 제안을 던진 것이냐? 그냥 거절하고 성좌가 된다고 하면 됬지 않았나?]
[그래...맞아...몇명의 성좌가 배후성을 원하든 어떤 성좌가 배후성을 원하든 우리는 어떤 선택지도 고르지 않고 우리만의 설화를 개화해서 성좌가 될 꺼니까...후 고마워 진정됬어.]
[확실히 곤란하긴 했나 보군. 몇 명이나 배후성이 되고 싶어 했나?]
[5명. 그렇게 작은 숫자는 아니지 너는 얼만데?]
[음? 5명이 작은 숫자가 아니라고?? 나는 22명의 성좌가 배후성이 되기를 원한다고 하는데?]
[뭐??? 정말 이상하네. 네 행동이 워낙 감명깊었다고 해도 성좌가 그렇게까지 몰리진 않을 건데...]
[내 특성이랑 관련이 있는건가? 그러고보니 내 특성을 봐주기로 했지 않았나. 어떻게 된 거지?]
[그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특성은 분명 나와 제 4의 벽이 같이 만들기는 했는데 녀석이 장난을 친 건지 네 특성이 잘 보이질 않아 중요한 부분은 ■로 막혀있달까?]
[잘 모르겠다는걸 길게 말하는군]
[...]
[그나저나 저 김남운이라는 녀석은 살아있는게 아닌가? 왜 시스템에 생존자 명단에 없는거지? 이것도 오류인건가?]
[그건 말할 수 있겠네. 너가 다루는 개념이 죽음과 그림잔데 너가 빈사직전까지 때려놨으니까 너의 죽음이라는 개념의 잔향이 김남운에게 붙어서 죽음으로 인식한거야. 다행히도 진짜로 죽은건 아니니까 배후성을 선택하고 회복한다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거야.]
[근데 시스템이 죽었다고 판단한 녀석이 배후성을 선택할 정신이 있을까?]
[걱정하지마 배후성 칸은 정상적으로 뜰 거고 저 녀석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분명 ‘그 녀석’을 고를 거야.]
[그 녀석?]
[궁합 잘맞는 녀석 하나 있어.]
성진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수영의 등장으로 당황했던 마음도 다시 진정이 되었고 어느세 모든 생존자들이 선택을 끝마쳤다.
다행히도 심연의 흑염룡이 김남운을 화신으로 선택했고 자신의 화신에게 점수 좀 딸려고 하는지 처음부터 바로 중급 회복약을 내려줬다. 김남운이 회복약으로 얼굴을 치유하자마자 생존자 명단에 김남운이 추가되었다.
[배후 선택이 종료되었습니다.]
[불광행 3434열차 3807칸 생존자 : 김독자, 이현성, 유상아, 한명오, 이길영, 성진우, 김남운. 총 7명 생존.]
나는 허공을 떠도는 메시지들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몇몇 성좌들이 당신의 선택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래, 이걸 보니 확실히 실감이 가는구만 그래도 이번에는 김남운이 살아있어서 염룡이가 처음부터 지랄하지는 않을거니까.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에게 실망하였습니다.]
[그녀는 앞으로 당신의 정의를 집요하게 감시할 것입니다.]
우리엘의 경우는 조금 미안하네. 날 가장 챙겨주던 성좌중 하나였는데.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선택에 흥미로워 합니다.]
[200코인을 후원하였습니다.]
하아...이번에는 몇 번째 꼬마중혁이 보낸 걸까? 666은 아닌 것 같은데.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의 선택에 재미있어 합니다.]
형님 걱정마시죠 분명히 재미있을 거니깐요.
[성좌, ‘거짓 종막의 연출가’가 당신에게 한숨을 내쉽니다.]
한수영은 왜 여기와서 한숨을 쉬고 있는 거야 어떤 목적으로 온거지... 방해할거면 그냥 가버리지...
[하하, 이것 참······ 흥미로운 선택을 한 분들이 계시네요? 뭐, 그래요. 기회는 또 있으니까요.]
초승달처럼 휘어진 비형의 눈이 나와 성진우에게 머물렀다.
[자자, 그럼 다들 선택도 끝나셨을 테고, 여기서 잠시 쉬고들 계세요. 저는 이만 다음 시나리오 준비하러 가봐야 해서. 10분 뒤에 뵙죠!]
말이야 쉬는 거지 지금 당장 저 뒷칸에 있을 미친 회귀자놈을 피해서 나가야하는만큼 이 10분은 정말 중요한 10분이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일행들을 설득해서 무사히 도망쳐 볼까.
“다들 모여주세요.”
내 말에 서로 눈치만 보고 서 있던 생존자들이 쭈뼛쭈뼛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이현성이었다.
“안녕하세요, 이현성입니다.”
“김독자입니다.”
“반갑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일지는 모르겠지만 반갑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군인이고······ 이젠 군인이었다고 말해야 할 판이지만요.”
“자대랑 연락이 안 되시는 모양이죠?”
“······예.”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악력이 상당했다. 역시 근민체가 바닥이였던 나와는 다르다니까.
“아, 그리고 독자 씨.”
“예?”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독자 씨가 아니었다면 저흰 모두 죽었을 겁니다.”
“아뇨, 그건.”
“혹은, 살았어도 사람으로 살 수는 없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끄럽습니다.”
마음이 조금 착잡해졌다.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하하, 우리 계약직이 큰 건 하나 했네. 독자 씨, 내 이름은 알지?”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어깨에 붙은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압니다, 한명오 씨.”
“어허, 한명오 씨라니? 부장님이라고 해야지?”
하아....이 상황에서도 직급을 내세우다니, 정말이지 한명오답다. 저런 꼰대소리를 다시 또 들어야하는건가...어떻게 회귀전이나 후나 똑같은 모습이지. 정말 한결같네 어떻게 보면 존경스러워...
“여긴 회사가 아닙니다만.”
“하, 이것 보게. 이제 출근 안 하려고? 그런 버르장머린 어디서 배웠어?”
으르렁대는 한명오의 모습에, 이번에는 저녀석을 버리고 김독자 컴퍼니를 만들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어. 응? 벌레 같은 게 있었으면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 줬어야지. 그렇게 함부로 내던지면 어떡해?”
“······.”
“김독자 씨 나한테 잘 해야 돼. 계약 얼마 안 남았지?”
나는 녀석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성진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저녀석은 초반에 빨리 버리는게 나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저녀석을 살려둔거지?]
[그래도 아이가 생기면 나름 괜찮은 녀석인데 말이야...]
[아이라... 누구를 강간했나? 저 녀석의 마인드로는 절대로 누군가와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길 녀석은 아닐껀데...]
[그...저녀석이 직접 낳은거야.]
[???]
[그....됐다 설명은 생략할게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둬.]
“이봐 독자씨 내말 듣고 있어?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야...”
그와중에 열심히 떠들고 있었던 한명오 녀석의 입을 어떻게 닫게 할지 고민할 때 구원투수가 나서줬다.
“한명오라고 했나?”
“엉?”
“닥쳐라 죽기전에.”
“뭐, 뭐?”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되나? 아까 그 애새끼한테 맞았어야 정신 차릴 건가? 이봐. 김남운이라고 했나 저 녀석에게 상황파악좀 시켜줘라.”
“어이 아저씨 내가 딱 간단명료하게 이야기 해줄게 이 사단이 났는데, 댁이 다니던 그런 회사가 남아 있을까? 오히려 그쪽에도 괴물들이 득실거릴걸? 회사같은 경우는 모여있던 사람도 많을 거니까 서로 더 죽이면서 살아남았겠네. 안 그래?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
얼굴이 희게 질린 한명오가 입을 뻐끔거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기왕 녀석이 말을 꺼낸 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다.
“한명오 씨만 문제가 아닙니다. 모두 정신 차리세요. 도깨비 말대로 이건 장난이 아니니까.”
“······.”
“다들 말은 안 해도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눈치 챘을 거라 믿습니다. 특성창에 전용 스킬. 게임 같은 인터페이스. 혹시 아직도 감 못 잡으신 분 있으십니까?”
“....”
좋아 이번에는 모두가 훨씬 더 빨리 이해한 것 같네. 역시 김남운 이런 분위기를 잘만든다니까. 이제 이현성 호감도 작업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할 때 적절하게 이현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직 서면서 몰래 읽던 소설에나 나오던 일인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역시 꿈은 아니겠죠?”
“당연히 현실입니다.”
내 의연한 대답에 이현성의 눈빛이 조금 바뀌었다.
[등장인물 ‘이현성’이 당신에게 희미한 신뢰감을 느낍니다.]
[등장인물 ‘이현성’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이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서 좋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자 씨는 뭔가 의견이 있으십니까?”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나, 나가다니. 지금 제정신이야?”
“독자 씨, 저도 그건 좀······.”
“어이 아저씨 당신도 미쳤어? 저 밖으로 나가겠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이번에는 유상아뿐만 아니라 김남운 마저 거들었다.
아직도 다들 정신 못 차렸군.
“그럼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겁니까?”
“그것도 그렇군 나가긴 해야겠지. 여기있다고 식량이나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사실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지금 내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 데가 있었다. 밖은 괴수들의 천국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우선하는 동물이였고 공포라는 감정을 사람들의 뇌리에 심어준 성진우가 밖에 나가자고 하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다들 부모님 생각은 안 하십니까? 이 사달이 났는데 부모님들은 무사하실까요?”
“아, 안 그래도 아까부터 전화가 계속 먹통이에요. 카톡도 안 되고······.”
유상아가 울상을 지었다.
역시 유교가 강성한 한국답다. 저 이현성과 한명오마저 ‘부모님’ 한 마디에 다들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 이번에는 더 빨리 나갈 수 있겠네. 어룡에 안 떨어져도 되려나..
나는 고개를 숙인 이길영의 어깨를 강하게 쥐어 주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유상아였다.
“나가요. 나가야겠어요.”
“아, 안 돼! 아까 그 새끼 말 못 들었어? 여기서 쉬라잖아! 함부로 움직이면 대가리 깨진다고!”
“다수결로 하죠.”
유상아가 먼저 손을 들었고, 나와 이길영이 이어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성진우가 손을 들자 김남운도 눈치를 보며 손을 들었다. 7명 중에 5명이 찬성을 했으면 끝났지 뭐.
“······저도 자대로 가보긴 해야 합니다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이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아까 경고도 들었고요.”
“씨발, 나갈꺼면 니들끼리 나가! 난 안 나가! 못 나간다고! 밖에 나가서 잡혀먹을 일 있어?”
“큭. 거기 꼰대.”
“꼰대??설마 나를 말하는 거야?”
“그럼 누구겠어 아까부터 상황파악 못하는 사람주제에 쓸모없는 잔소리만 해 대는 사람이 꼰대가 아니면.”
“아무튼 꼰대 잘들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할 건데. 식수는 오줌을 받아 마신다면 식량은? 설마 저기있는 시체들이라도 먹을려고? 인육같은거 좋아하는 편이야?”
“...그..그건...우..우욱”
김남운의 말을 듣고 인육을 먹는 상상이라도 했는지 얼굴이 희게 질려서는 저 구석에 가서 토를 하고 있는 한명오였다.
좋아 이번에는 빨리 나갈 수 있겠....
쿠웅! 두꺼운 철판이 우그러지며 굉음을 냈고 3707칸으로 통하는 철문이 조금씩 찌그러지고 있었다.
“뭐, 뭐야?”
토하고 있던 한명오의 고함에도 아랑곳 않고, 철문은 다시 한 번 굉음을 냈다.
쿠웅!
유중혁이 철문 너머에서 문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나도 생각이 많아졌다. 원래 이렇게 빨리 부수진 않았을 건데? 무슨일이지?
“뭐, 뭐해! 다들 막아!”
한명오가 고함을 지르며 문 쪽에서 멀어졌다. 철문 쪽으로 다가가려는 이현성을 제지한 것은 나였다.
“가 봤자 못 막습니다.”
“예?”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나는 무거운 눈으로 철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예? 하지만.”
“지금 나가지 않으면―”
“다음 시나리오가 도착하기도 전에, 우린 모두 죽게 될 겁니다.”
그것도 유리 맨탈 개복치 자식의 손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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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계속 말하지만 난 이번에 이것들 올리고 한동안 또 잠수탔다가 올릴거임. 만약에 보려면 걍 구글에서 제목치고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