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시나리오 - 탈출>
분류 : 서브
난이도 : E
클리어 조건 : 끊어진 다리를 건너 옥수역으로 진입하시오.
제한시간 : 20분
보상 : 200코인
실패시 : ???
+
“독자 씨, 뭔가 이상해요. ‘끊어진 다리’라고 되어 있는데, 아직 다리는······.”
“신경 쓰지 말고 달려요! 빨리!”
“아, 알겠어요!”
끊어진 다리라고 적혀있지만 사실 이 뜻은 ‘다리는 반드시 끊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여기서 늦으면 어룡의 입속으로 곧장 풍덩 하게 된단 말이지.
“독자 씨도 어서 오세요!”
“갑니다.”
아직 다리가 끊어지지 않은 것은 언제까지나 우리가 ‘너무 빨리’ 열차에서 내린 까닭이였다.
비형이 말한 준비 시간은 10분.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5분이나 일찍 탈출했다. 저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열차 안을 탈출해왔으니 이번에는 분명 무사히 모두 건널 수 있을 거야.
더군다나 유상아나 이길영 같은 짐이 끼어있다고 해도 분명히.
“헉, 헉. 역시 이현성 씨는 군인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네요.”
“꼰대 입 열지 마. 힘 빠져.”
일행 중 가장 앞서 달려간 것은 아이를 업은 이현성이었다.
코인 투자도 안 한 순정 상태의 몸으로 체력, 근력, 민첩의 총합이 23을 넘어서는 괴물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다음이 김남운과 그 뒤를 허겁지겁 뛰어가는 한명오였고, 마지막이 나와 유상아였다. 아슬아슬하긴 해도 시간을 맞출 수 있을 듯싶었다. 잠깐 그나저나 성진우는 어디있지? 설마 혼자서 먼저 도착한 건가? 그 녀석의 인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으앗, 저게 뭐야!”
한강의 중심에서 뜬금없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더니 물보라가 터지고 있었다.
어룡(魚龍)이었다.
우리가 지하철의 창문 틈 사이로 봤던 씨-써펜트가 아니라······ 씨-커맨더(Sea-Commander) 급은 되는 상위의 괴수종이였다.
쿠구구구구!
한강물이 해일처럼 밀려오며, 어룡의 아가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리를 통째로 물어뜯어 붕괴시키려는 모양이었다.
“다리가 부서지겠어!”
“달려요! 달리면 건널 수 있으니까!”
그 와중에 비형이 바로 마인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저 개새끼 내가 나중에 계약할 때 2천골드를 더 때어내고야 만다.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없죠?]
[시나리오 난이도가 조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 난이도 : E -> D]
우리가 고통받는게 즐거운지 허공에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냥 도망가면 재미없잖아요? 분위기를 좀 연출해 보자구요!]
[죽은 자의 사념이 돌아옵니다.]
[주변의 대지가 검은 에테르로 차오릅니다.]
[마인(魔人)들이 깨어났습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300미터 남짓. 이 속도면 충분히 다리가 붕괴하기 전에 건널 수는 있었지만 뒤에서 좀비처럼 쫒아오는 마인들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유상아가 그워어어, 하는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뒤를 돌아봤다가 사색이 되어 중얼거렸다.
“조, 좀비?”
좀비를 닮은 시체들이 엄청난 인파를 이루며 몰려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우리와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도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빨리!”
“확실히 빨리 갈 필요는 있어 보이는군”
음? 방금 성진우의 환청이 들린 듯 하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시야가 뒤집어졌다. 녀석이 나와 유상아를 팔 하나씩 끼고 달리고 있다는걸 깨달은건 나중이였다.
“이게 뭐야?”
“너희를 살려주는 거지. 먼저 가버리기에는 저 쓰레기들에게 잡혀서 죽을 너희가 걱정되서 말이야 너희 뒤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내가 있었지. 내가 너무 착해서 말이야.”
“너 이 새끼 누구야 내가 아는 성진우는 그렇게 착한 녀석이 아니란 말이야! 진짜는 어디에 숨겼어. 지금이라도 당장 불면 용서해..캑 미안하다.”
“...아니 괜찮다 더 떠들어도 된다. 유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마인에게 먹히고 싶은건가? 최대한 편의를 맞춰주지.”
“미안하다고 진우야. 이 형이 미안하다고 이렇게 빌잖아..”
“형은 무슨 내가 너보다 1살 많은걸 모르나?”
“두분은...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시는건가요?”
“이런 상항일수록 농담으로 긴장을 푸는건 중요한 일입니다 상아씨. 그치 진우야?”
“...지랄”
“녀석도 그렇다고 하네요. 아직 쑥스러움이 많아서 그런 거니까 이해하세요.”
“....”
성진우와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이현성과 이길영이 안전선을 통과했고 곧 이어서 김남운 마저 통과했다. 이대로라면 무사히 통과하겠다고 생각하던 것도 찰나 비형 이자식이 어떻게든 한명은 보내겠다는 생각을 가졌는지 우리에게 디버프까지 걸었다.
[하하 여러분 게임은 어려워야 한다니까요? 천천히 여유를 가지면서 걸어보세요.]
우리의 성질을 긁으면서 말이다.
[시나리오 난이도가 조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 난이도 : D -> C]
미친 초반부터 난이도 C급의 시나리오를 던져준다고? 장난해? 우리가 느려지는 와중에도 뒤쫒아오는 마인과 다리를 붕괴시키려는 어룡은 오히려 더 빨라지며 결국 동호대교는 중간이 무너져 끊겨버렸다.
―콰아아아앙
자욱한 먼지 사이로 언뜻 어룡의 비늘이 빛나는가 싶더니, 한강물이 허공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곳곳에서 피비린내와 물비린내가 진동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팔꿈치랑 다리가 좀 다친 것 같은데 나중에 치료하면 낫겠지.
사위가 걷히자 주변의 정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잘려 나간 철골들과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어룡이 깨끗하게 먹어 치운 마인들의 사체가 육편이 되어 너부러져 있었다.
다리가 끊겼다.
“···독···씨! ······찮아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유상아가 한명오를 부축한 채 서 있었다. 아주 멀쩡한 상태로.
종전의 지진으로 한쪽 다리를 다친 것인지, 한명오는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끊어진 다리의 건너편에서 이현성과 이길영이 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안전지대를 넘어간 그들의 목소리는 결계에 가로막혀 들리지 않았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성좌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성좌의 가호로 시나리오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동합니다.]
목소리와 함께, 끊어진 동호 대교의 사이로 눈부신 빛의 다리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 창.
+
[데우스 엑스 마키나 – 짝수 다리]
설명 : 성좌의 가호로 만들어진 빛의 다리. 오직 ‘짝수’의 인원만이 다리를 건너갈 수 있다. 홀수의 인원이 다리를 건너려 할시, 다리는 즉시 소멸한다.
+
“독자 씨. 이거, 제 머릿속에서, 그러니까 갑자기―”
그렇군 망할 올림포스 놈들이 그래도 자기 화신은 챙기고 싶다는 말이지...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모두 건너갈 수는 있겠네. 이번에는 짝수니까 상관없겠지.
그때, 유상아가 소리쳤다.
“독자 씨! 뒤!”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자, 피 묻은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거무튀튀한 기운이 휘감긴 익숙한 주먹이었다.
쓰러지며 반사적으로 내뻗은 발차기에 뭔가가 걸려 나가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뭐지? 분명 이 기운은 흑화의 느낌인데 말이야. 설마 김남운을 뛰어넘는 인재를 내가 놓친건가?
그런 생각을하며 뒤를 돌아보니 얼굴이 아작이 난 남고생이 있었고 그 명찰을 보았다.
“······김남운.”
저런 불쌍한 새끼 성진우한테 그렇게 쳐맞더니 시스템도 사망으로 생각해서 이전까지의 대이터를 모아서 마인으로 살린거야? 엄연히 말하면 살린다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지만... 그 와중에 ‘진짜’ 김남운도 마인이 된 자신을 확인한 것인지 얼굴을 구기며 욕을 하고 있었다. 결계에 가로막혀 들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옆에 있는 이길영과 이현성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새파래지는 것을 보니 상당히 강도가 심한 것 같은데...
성진우도 그걸 느꼇는지 녀석에게 조용히 하라고 일갈했더니 굉장히 불만이 많은 표정이였다. 그래도 말은 지키는걸 보면 어지간히 쳐맞았었구나 라고 다시한번 생각했다.
“유상아 씨, 당장―”
도망치라고 이야기 하려는데 뭔가 기분이 싸해졌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무슨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명오좌가 유상아를 납치해서 다리를 건너가는 거겠지.
“이것 놔요! 놓으라구요! 독자 씨! 독자 씨!”
역시나 분명 방금 전까지 다리를 절고 있었던 한명오가, 반항하는 유상아를 들쳐 멘 채 놀라운 속도로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몸이 무거운 것을 보면 디버프는 유효한 것 같은데 저정도 속도라니 회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 같은데? 간절해서 그런가?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호구력에 감탄합니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의 희생정신에 감동합니다.]
[1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성좌, ‘거짓 종막의 설계자’가 화신 ‘한명오’의 행태에 눈을 찌푸립니다.]
[2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우리엘은 그렇다고 치고 수영아 넌 뭐냐..
젠장...아주 고오맙다 수영아 이왕에 줄거면 더 많이 줄 것이지.
상념에 빠진 것도 잠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마인들을 피해서 성진우와 다리를 건너러 할 때 갑자기 마인들이 행동을 멈췄다. 뭐지? 마인은 이름과 달리 분류상 인외종이었고 인외란 곧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인간처럼 사고 할 수 없는 녀석들이 행동을 멈췄다고? 이건 이상...하지가 않네 인간이 아니라도 원초적인 ‘공포’라는 감각을 깨우는 성진우의 살기를 맞으면 멈출 만 하지. 그런데 인외종들이 공포를 느꼇었나? 그건 또 그것대로 의왼데...
【감히...어디서 되도 않는 쓰레기들이 왕에게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냐!】
아 맞다 잠시 잊고 있었다. 마인들의 천적이라고 볼 수 있는 죽음에 관한 최상위 포식자들이 지금 저기 밑에서 성진우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걸. 그리고 그 포식자들이 저렇게 급조된 마인들을 보고 결코 기뻐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도 시작부터 죽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훈련할 때 보면 정말 엄청나던데...저 기운들을 갈무리하고 있는 성진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뭘보냐 우리도 슬슬 넘어가야지.”
성진우의 그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아..그래 넘어가야지.”
그런데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듯 찜찜함이 계속 느껴진다. 내가 뭘 깜빡했나? 그럴 리가 없을건데?
콰직! 콰지지직!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파쇄음.
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지하철에서부터 신경쓰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시나리오 난이도의 변화에 잠시 잊고 있었다.
업적과 후원금을 통째로 챙기기 위해 저런 무모한 짓을 벌일 녀석은 단 한명밖에 없으니까.
콰지직! 뿌드득!
분명 사람의 육체끼리 부딪치는 광경임에도 꼭 거대한 철퇴가 살점을 으깨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사실, 초반부터 코인을 사용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는 아무리 유중혁이라고 해도 한 판 붙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겠다.
열차가 정지한 곳에서 정확히 일직선으로, 마치 전차가 돌격하는 것처럼 마인들이 마구잡이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저게 정말 일개 ‘인간’이 만드는 풍경이라 할 수 있을까.
“가아악?”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 않았던 마인들 조차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는지 하나 둘씩 등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콰지직!
사내는 순식간에 우리를 위협하던(공포에 질려있던) 마인들을 모조리 찍어 터뜨린 후 우리 앞에 당도했다. 어떤 무기도 없이, 오직 두 주먹만으로 마인들을 격살하는 압도적인 무력.
우리의 비정한 회귀자께서 드디어 당도하셨다.
“너희들, 뭐냐?”
“그러는 넌 뭐지?”
그리고 처음부터 성진우에게 잘못 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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