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봤어?”

 

“...제쯤 갈까?”

 

“...금방 퇴근했어.”

 

“이제 모두...죽일거야”

 

으...여기가 어디지? 지하철? 사람들? 분명 그들은....

아. 난 결국 또 죽었구나. 죽어서 다시 돌아와 버렸구나. 제기랄. 이번에는...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거다. 방해되는 녀석들은 시작부터 모조리 죽여버려야겠다.

 

천천히 주변을 관찰하자, 출입문 근처에서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한 사내가 포착되었다.

 

“흐, 흐으······.”

 

사내에게서 흘러나오는 간헐적인 신음에 몇몇 사람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그러진 표정의 사내는 히죽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품속에 숨겨뒀던 수제 폭탄과 라이터를 꺼냈다.

 

“···저거 뭐야?”

 

“이봐, 당신!”

 

깜짝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사내의 손에서 탁탁 튀기는 불똥에 기겁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이다. 녀석이 완전히 방심했을 때. 시나리오가 시작됬을 때 같이 죽여야 코인을 하나라도 더 벌 수 있다.

 

[PM 7:00]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세계의 법칙이 바뀌고 있었다.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테러범이 피운 환한 불꽃에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 두려움으로 흔들리는 동공. 

······이건 몇 회차지? 난 몇 번이나 이런 행동을 계속해야하는걸까.

 

[#BI-7623 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星座)들이 입장합니다.]

 

[뭐야, 이거? 하하하핫! 성좌님들. 여기 좀 보세요! 시나리오도 안 나왔는데 이미 뭔가 재밌는 게 벌어지고 있네요!]

 

나른하고 잔혹한 목소리로 도깨비가 웃었다.

 

[이 칸은 아주 기대가 되는군요. 부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세요.]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메인 시나리오 # 1 ―가치 증명>

 

분류 : 메인

 

난이도 : F

 

클리어 조건 : 하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시오.

 

제한시간 : 30분

 

보상 : 300코인

 

실패시 : 사망

 

+

 

첫 번째 시나리오를 받은 3707칸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허공의 패널에서 방영되는 다른 지역의 난투들.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시나리오.

그런 시나리오 창을 무시하고 나는 시나리오가 뜨자마자 즉시 테러범의 폭탄을 빼앗아 바로 터트려 버렸다.

 

쾅!

 

멍청하게 얼타고있던 승객들은 모조리 폭발에 휘말렸고 대부분은 즉사 몇 명은 살아남았다만 곧 죽어도 이상이 없을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멀쩡한건 체력 레벨을 미리 올려둔 나 뿐이였다. 중상자들을 테러범이 가지고 있던 스페너로 마저 처치하고 앞으로 일어날 시나리오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몸을 추스르던 찰나 내가 터트렸던 폭탄과 비견되는 듯한 소음이 앞 칸에서 들렸다.

 

쾅!

쾅!

쾅!

 

뭐지? 앞 칸에서 폭탄을 터뜨렸던 적이 있었었나? 아니 폭탄은 분명 이 테러범만이 가지고 있었을 건데... 회귀행에서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었다.

만약 다른 폭탄들을 미리 설치해 뒀다면 앞칸에서 먼저 폭발이 일어나고 그 다음 우리칸에서 폭발을 시켰어야 납득이 된다. 그리고 저렇게 연속적으로 폭발을 시킬 수도 없을 테니 그 의견은 기각. 고로 지금 저렇게 소음을 내는 것은 폭탄에 준하는 파괴력을 낼 만한 것. 다른 무기들을 사용 할 수 있겠지만 시나리오에서는 오히려 어줍짢은 무기보다 코인을 투자한 신체능력이 파괴력이 짙으니 저건 순수하게 무력으로 상대를 때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뭐지? 김남운이 각성을 저번 회차보다 빨리한건가? 내가 폭발을 초반부터 일으켜서? 

이런 상념을 하고 있을 와중 소리가 멎었고 시나리오가 종료되었다.

 

[메인 시나리오 #1 - 가치 증명이 종료되었습니다.]

[기본 클리어 보상으로 3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채널 이용 수수료로 100코인이 감산되었습니다.]

[추가 보상 정산이 시작됩니다.]

 

시나리오 정산과 함께, 앞 칸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가 폭발했다. 

 

멀리서 신이 난 도깨비의 목소리와, 성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실컷 웃어둬라

곧 너희들을 멸망시키러 갈 테니까

 

그리고 나는 저번과 비슷한 배후성들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며 ‘배후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내 배후성은 회귀라는 성흔 하나만 내려주고 잠적했지만 말이야.

 

[‘배후 선택’이 시작됩니다!]

 

+

 

<배후(背後) 선택>

 

―당신의 배후를 선택하세요.

―선택한 배후는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1. 술과 황홀경의 신

2. 손톱을 먹는 쥐

3. 심연의 흑염룡

4.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

5. 긴고아의 죄수

6. 은밀한 모략가

 

[새로운 성좌가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새로운 성좌가 ‘배후 선택’에 참가합니다!]

 

7. 거짓 종막의 설계자

 

뭐지? 저번과 다르다. 많아봤자 4~5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성좌들이 나를 화신으로 삼고 싶어한다. 역시 초반부터 폭탄을 터뜨린건 오답이였나? 아니 잘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을지도... 코인 하나는 확실하게 수급이 될 테니 신체를 강화한다면 녀석들을 모조리 쳐죽일수 있겠군. 


그나저나 ‘은밀한 모략가‘와 ‘거짓 종막의 설계자‘라.. 처음 보는 성좌들인 것 같은데 뭐가 꼬인거지 젠장. 이건 앞 칸에서 발생한 굉음과도 관련이 있을거다. 그렇게 생각한 난 ’배후 선택‘ 시간이 끝나자 마자 저번보다 빨리 앞 칸으로 향하는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충분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망상악귀가 저번 회차보다 성장했었다면 무조건 데려가야한다. 겸사겸사 이현성도 데려가야하는데 망상악귀의 성정으로 보건데 저번보다 나쁘면 나빳지 결코 좋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현성이 김남운을 못 견디고 죽었을 가능성도 생각 할 만큼 둔중한 소리였으니 빨리 가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문을 때리다 보니 어느세 거의 다 부서져 있었고 숨을 고르기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저번과 비견되는 아니 저번보다 훨씬 큰 굉음이 울렸다. 


이건 무슨 일이 생긴거다.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야. 빨리 앞칸으로 가야한다. 문은 거의 다 부서져 있었고 마저 부순 후 앞칸을 보았더니 그곳에 보이는 것은...사람이었던 잔해들과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우그러진 지하철 문 그리고 폭탄에 터지듯 날아가버린 문짝이 있었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