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성좌들에게는 생일이 없다. 물론 태어난 날이 없을 리는 없으나 그 날은 양력이니 음력이니 하는 것들이 있기보다도 한참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까마득하고도 먼 옛날의 일을 기억할 이는 애석하게도 없었고 그리 먼 일이 아닐 때는 그런 날을 기념할 수가 없었다.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것은 그 일이 까마득한 일이 되고서야 생기게 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에덴>의 성좌들은 생일을 챙긴다. 단순히 정확한 생일을 알 수 없는 것 뿐이니 알 수 없다면 새로이 지정하면 되지 않겠나는 의견에 따라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리 늦었지 않은 때라는 말에 따라 이제서라도 챙기기로 합의했고 그런 이유로 정해진 날이 10월의 4일이다. 생일을, 단순히 태어난 날이라는 그 간단한 이유로 축하를 받던 것이 부러웠던 마음인지 아니면 생일 선물이라는 명목 아래 합법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서인지 어쩌면 둘 다 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10월 4일은 그들의 생일이다.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생일 파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축하의 의도가 다분한 생일 파티라 하더라도 상사가 곁에 있으면 눈치가 보이는 것은 당연하기에 대천사들은 대천사들끼리, 그외의 하급천사들은 하급천사들끼리 모여 따로 생일 파티를 한다. 그저 모이는 사람의 직급만이 다를 뿐이나 그 직급이 만들어내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고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는 탓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지라 어느 새 10월의 4번째 날이 되었고 파티는 빠르게 열릴 수록 좋았는 탓에 생일 파티는 아침에 열렸다. 생일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날이었으므로. 그저 태어난 날이라는 이유로 대가 없는 축하를 받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음식이 오를 탁자가 사각형의 형태를 띈다면 하얀색 마왕이 아닐까 싶은 그들 사이에 자리 다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일이기에 탁자는 둥근 원탁이었다. 괜히 아서왕이 기사들을 둥근 원탁에 앉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생일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은 당연하게도 케이크인지라 둥근 원탁의 중심에는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가 있었다.
자리도, 음식도, 가장 중요한 사람들도 있으니 남은 것은 앉는 것 뿐이었다. 모두 다 같은 자리라는 원탁이라 한들 그들 중 사이가 좋지 않은 둘은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지려 했다. 가벼운 동족혐오에서 기인한 것 인지 아닌 지는 모르나 둘을 붙여 놓으면 드잡이질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는 것은 아닌데다가 둘의 시점에서는 그저 티격태격하는 것에 불과하나 그 주변의 피해는 대부분의 시점으로 본다면 단순히 티격태격한 정도가 아니었다. 괜히 그 둘을 붙여 두었다가는 원치 않는 드잡이질이 날 지도 모르는 일인지라 다들 미카엘과 우리엘을 멀리 떨어지게 한 탓에 둘은 서로와 가장 먼 자리에 위치했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탁자가 원의 형태를 띈 탓에 가장 멀리 떨어지려 한 노력은 서로를 마주보게 한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불쾌한 듯이 맞은 편에 위치한 서로를 노려보는 둘 탓에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가브리엘이 먼저 말을 꺼냈다. 파티 도중에 일어난 싸움만큼이나 귀찮고도 짜증나는 것은 없었던 탓이었다.
"야, 너네 둘 다 사이 안 좋은 것도 아는 데 오늘만큼은 진정 좀 하고 초나 불자. 케이크에 촛농 떨어지면 니들이 책임 질 거냐? 그리고 다른 때면 몰라도 오늘은 생일이잖냐."
"…그냥 노려본 것 뿐이다."
"저번에도 노려보기만 하다 싸웠잖음. 그러니까 걍 초나 빨리 불고 마주보는 게 싫으면 서로 다른 데 가던 가 하셈. 님들이 싸운 뒤에 하는 뒷처리 만큼이나 짜증나는 것도 없는 건 알고 있으심?"
말에 담긴 은근한 압박, 그 외에도 눈에 담긴 무언의 압박에 미카엘이 툴툴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들의 눈이 옅은, 그러나 확연하게 존재하는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서로를 더 노려보던가 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다가는 단순히 핀잔만이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창이나 칼이 심장이나 머리를 향해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요피엘이 말을 꺼냈다. 그 이유가 즐거움의 대명사와도 비슷한 파티가 조용해지거나 험악해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던 탓인지는 모르는 일이나 이런 분위기를 깨버리고 싶어한 것 만은 확실했다.
"셋을 셀 테니 1에 다 함께 초를 불기로 하죠. 촛농이 튈 수도 있으니 너무 세게 불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에덴>의 반항아로 유명한 것은 우리엘과 미카엘 둘 모두였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둘이 상대방이 생크림 폭탄을 맞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3
2
1
볼 안에 담겨있던 숨이 생크림 폭탄이나 맞으라는 바램과 함께 맞은 편에 앉은 서로를 향해 거칠게 나아갔다.
생크림이 묻은 탓에 철퍽거리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다만 다소, 아니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면 그 바램이 일으킨 것이 모세의 기적과도 비슷한 것 이었다는 것이다. 양 옆으로 갈라진 생크림 케이크, 옆으로 튀어버린 잼처럼 끈적끈적한 생크림. 생크림 하나 없이 깨끗한 둘의 옷, 그와 대조되는 생크림이 튄 다른 이들의 옷. 그 후에 찾아온 기묘하고도 폭풍전야를 나타내는 듯한 정적. 그 어떤 것 하나 절망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
평소에 동료에게 욕설을 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던 라구엘에게서 들린 필터링 된 욕설, 그 뒤를 이은 것은 더욱 절망적인 말들 뿐이었다.
"혹시 생일 날에 죽고 싶은 이상한 소망이 있었습니까?"
"하아, 좀 사람, 아니 천사가 말하면 좀 들어주시지 그랬습니까? 분명히 몇 분도 아니고 몇 초전에 세게 불지말라고 했었는 데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인 겁니까? 막 3초만에 싹 다 까먹게?"
"■■, 님들은 지능 스텟 싹 다 깍아먹고 체력 스텟에 투자한 거임?"
그 어느때보다도 험악해지는 분위기, 그 분위기는 우리엘과 미카엘의 얼굴을 문제를 일으킨 생크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하얗게 질리게 하는 데 충분한 것 이었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상황에서야 제 몫을 다하는 본능적인 감은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식사는 비둘기 통구이로 하자. 구울 때는 창으로 꼬치를 대신하면 될 것 같네, 그렇지?"
"그것도 좋긴 한데 곧게 두 쪽 내는 것은 어떠심? 칼은 여기있는 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살벌한 대화가 잘 벼린 칼 끝처럼 날카롭게 둘을 향했다. 더 이상 옅지 않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 또한 둘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로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둘은 그들의 감이 말한대로 도망을 쳤다.
날개를 활짝 펴고, 그 날개에서 깃털이 휘날리든지 말던지 상관쓰지 않고 온 힘을 다해서 달렸다. 겨우 100여 미터 쯤 되는 거리에서 지각까지 고작 1분이 남은 학생처럼, 숨이 막히는 말든 상관하지 않고 달리고 달렸다. 펴진 날개를 믿고서 창문으로 뛰쳐 나갔다.
그러나 그 둘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다른 이들 또한 날개가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흩날리는 깃털, 그것은 바람에 의해서만 휘날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평화로운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