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딱, 똑, 딱.
의미없는 시계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웠다.
한 여자가 가만히 벽시계 아래에 앉아서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소리를 따라하다가, 그것도 질렸는지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 밖으로 나갔다.
"..."
여자가 가만히 현관문에 자석으로 붙여진, 한수영이라는 이름으로 써있는 상장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것들을 모두 찢어버렸다.
"어차피 있어봐야 읽는 사람도 없는데, 뭐."
한수영이 힘이 빠진듯 어깨를 축 내리고 힘 없는 걸음으로 집 앞까지 걸어가서 택시를 탔다.
"어, 학생. 어디로 가?"
"한강요."
그녀의 말을 들은 택시기사가 몸을 흠칫 떨었다.
"저... 학생... 힘들 수도 있는데..."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경치 구경하려고 가는거에요."
"..."
그리고 택시가 말없이 한강대교에 도착했다.
"저, 학생! 아무리 그래도 어린 나이에..."
"여기요, 만원. 거스름돈 필요 없어요."
"됐네. 안 받을테니까 그걸로 다른 택시 타고 집으로 가."
"...감사합니다."
'멍청한 노인네. 줄 때 받을것이지 뭔 지랄이야.'
한수영은 가만히 한강을 바라봤다. 넓은 한강에 높디높은 빌딩들이 비추었다.
"...아빠는 저기서 살고 있겠지? 엄마도 저런 데서 살고 있을거고."
'둘이 같이 살진 않겠지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수영의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걸 보며 한수영이 약간 미묘한, 비틀어진 웃음을 지었다.
"야, 너 뭔데? 죽으려면 얼른 죽어. 너 울고있으니까 죽기 찝찝해."
"그, 그게..."
"왜? 죽으려고 왔는데 죽기 싫고 무서워?"
"...네."
쉽게 수긍하는 모습에 한수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나 살려줄 수 있어요?"
"...왜 죽으려는지 알아야 살려주지."
"친척 집에서 쫒겨나서 살 데가 없어요."
그 말을 들은 한수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금 집 없어서 죽으려는거야?"
"그, 그거 때문은..."
"따라 와. 우리 집 심심한데 잘 됐네."
그러더니 한수영이 그의 손을 잡고서 택시를 탔다.
"어디로 가세요?"
"여기로 가요."
"넵!"
그리고 한동안 택시 안에 적막이 흘렀고, 그 적막을 깬 건 한수영이었다.
"난 17살인데 너 몇살이야?"
"...19살."
"내 이름은 한수영이야. 네 이름은?"
"김독자."
"이름이 특이하네?"
"..."
대답을 좀 해라, 대답을.
* * *
어느새 택시가 한수영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수영이 카드를 대고 대문을 열자, 김독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한 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고급 주택.
"여, 여기서 혼자 산다고?"
"응. 얼른 들어와. 여기선 니가 뭔 짓 하던 아무도 몰라. 아, 나한테는 뭔 짓 하지 말고! 신고할거야."
김독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 안 건들거든?"
"내가 이래뵈도 연예인 핏줄이거든? 어떻게 믿냐?"
"나, 나는 어린아이 체형 안 좋아해."
그 말을 들은 한수영의 표정이 굳었다.
"...나갈래?"
"미안..."
* * * 전지적 독자 시점 (앞으로 이걸로 연재)
한수영을 따라 집에 들어서자, 가구 몇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설치되지 않은 삭막한 집이 보였다.
"다른 데는 다 창고로 쓰고 있어서 넌 거실에서 자야돼."
한수영이 씩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다. 이 추운 겨울에 거실에서 잘 수는 없다.
"가, 같이 자면 안돼?"
"응? 그러고 싶으면... 어?"
한수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변태야?"
"아니... 지금 겨울이잖아..."
"... 그럼 넌 밑에서 자. 침대는 내꺼야."
"바라지도 않아."
그리고 이부자리를 깔고 눕자, 한수영이 침대에 누워서 말을 걸어왔다.
"너 학교는 어디 다녀?"
"...이제 학교 졸업했어. 너는?"
"난 이제 고1 끝나가."
위에서 한수영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안 와?"
"당연하지. 남자가 바로 밑에서 자고있는데? 갑자기 올라와서 내 옷을 다 벗기고 막 할수도 있는거 아니야?"
한수영이 낄낄댔다.
"......"
"장난이야,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