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혁에게 죽음이란 무엇일까
다른 이들이 죽음 그 자체에 대하서 두려워 한다면
유중혁은 다른 이들의 생을 떠받치고 가는 것이 죽음 이었다.
1864명의 이현성
1864명의 이지혜
1864명의 김남운
1864명의 이설화
1864명의 신유승까지
먼저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그들의 생을 떠받든다.
9320명
1864회차를 거치며 유중혁이 만나고 이별한 사람들의 횟수
수조의 사람이 죽는 광경
수조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광경
그리고 그들을 외면한 채 새로운 생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회귀자
모든 것을 가져가는 동시에 모든 것을 남기고 오는 고독한 순례자
세계의 멸망을 바라보며 막지 않는 방관자
회귀자라는 이름은 너무나도 무겁다.
회차가 반복될수록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불어난다.
그들 하나 하나의 무게는
감히 상상을 초월할것이다.
1만년이 넘은 생애
수천번 반복되어 닳아 버린 인격
너무도 많이 수선해서
본래의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마음
너무나도 많이 떨어져 자신을 쌓아올려 탈출한 나락
회귀자는
그런 사람이다.
영원히 사는 대신
영원히 죽는
그런 사람
영원히 만나지만
영원히 이별하는
그런 사람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환상주의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구원자
세상에서 가장 동료가 많은
고독한 멸망의 순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