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제 막 어떤 시나리오를 마치고서,
검은 코트를 두른채로 선 한 남자.
그가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검은 배경에 흰 글씨로 떠오르는,
무수한 개추와 비추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ㅡ 결국 멸망에 집어먹힌건가?
유중혁은 거쳐왔던 숱한 세계선들에서의 [제 1무림]을 떠올리며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형채를 알아볼 수 없는 추악한 망상들이 마치 이계의 신격의 부산물들처럼 여기저기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챈'이라 불리우던 풍요로운 창작의 세상은
검고 추악한 꿈들을 담은 활자들에 뒤덮혀가는 중이였다.
"다크니스 레전드 오브 파이어! ...■발. 야, 흑염룡! 예전부터 짜증났던건데 진짜 이딴게 주문 맞는거야?!"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신이나서 예전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성좌, '한수영'을 응원합니다!]
"■ 같은거... 또 이짓거리를 해야할 줄이야..."
저 멀리서 [흑염]의 기운을 빌려 추악한 망상들을 일소해버린 한수영이 한 이야기의 정복자처럼 폼을 잡고 선 유중혁에게 투덜거리며 외쳤다.
"그만 쳐다봐! 이 시커먼 자식아! 내가 말 안했냐?
[우리가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도 우리를 바라본다]고!"
ㅡ ...
"하, 이것좀 봐라...? 야짤 낚시글에 추천이 10개나 박혀있잖아?"
ㅡ ...
"죽어! 죽어! 외전 써달라고 1분마다 한번씩 독촉하던 잼민이같은놈들아!"
한수영이 마치 자신의 몸을 핥아보려는듯이 타고 오르려는 형용할 수 없는 부산물들을 밟아대며, [sssss급 무한 회귀자]를 적던 시절을 떠올리고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ㅡ 중수중수중수...
ㅡ 여독여독여독...
불쌍한 꿈들이 한수영의 발길질에 포상이라도 챙긴듯이 중얼거리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남은 곳에는 [권한없음]이라는 심심한 활자만이 남았을 뿐이였다.
고개를 든 한수영이 가만히 선 녀석에게 화가나서 외쳤다.
"뭐해! 어서 좀 도와, 이 싸이코야!"
ㅡ ...
"없에라고! 뭘 망설여!"
유중혁은 씨끄러운 녀석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ㅡ 세상에 틀린 이야기는 없다.
유중혁은 답지않게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을 향해 말했다.
그 꼴을 보고서 한수영이 깨닳음을 주려는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랑 나랑 키스하고 ■스하는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냐?
지금 니 앞에서 낑낑거리는 그거말야."
ㅡ ...
"아주 적나라한거 보소? 우리 저 이야기에서는 애도 한 셋은 기른것마냥 굴고있는데?"
ㅡ ...바로 죽인다. 반드시.
유중혁이 앞뒤 제지않고서 '흑천마도'를 뽑아들었다.
단칼에 뭉글거리며 기어온 이야기를 갈라버리는 유중혁.
그의 신형이 휙 날아오르고 마치 별이라도 된 듯한 녀석이 저 너머로 격한 파열음과 함께 주변을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유성참]의 후폭풍을 시원하게 쐬며 한수영이 비로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진작 움직여야지, 멍청한 자식이..."
사실, 주변에 하찮은 이야기들 따위는 관심없었던 유중혁이 이제껏 짐짓 멋있는척 했을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한수영이 그제서야 콧방귀를 뀌며 뒤를 휙 돌아보았다.
"야! 그쪽은 어떠냐?"
[...이리 내요, 우리엘.]
[성좌, '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눈물지으며 도리질칩니다.]
저 멀리, 허황된 신격들의 부산물들 사이로 김독자가 한숨을 푹푹 쉬며 우리엘에 뭔가를 요구하듯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놈의 앞에는 쪼그마한 먼지덩이같은것을 끌어안은 우리엘이 그것을 지켜보려고 애쓰는 중이였다.
그 먼지덩이에는 [독리]라고 적혀있었다.
[...어서요. 그 망상은 이루어 질 수 없어요.]
【싫어! 얘는 안되에...!】
한수영이 그 꼴을 보고서 발 밑에 어느세 기어온 [독수]라 적힌 한 먼지덩이를 태워버리며 중얼거렸다.
"글러먹었군, 글러먹었어."
일행들이 마치 [환영 감옥]에서 스팩터들을 마주한 것 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들에 혼란스러워 하는 중이였다.
ㅡ 우웩! 내가 이 벌래 ■끼랑?
ㅡ 난 독자형 뿐이야! 꺼져!
신유승과 이길영이 자신들을 커플링 지어보려는 추악한 미소를 짓는 거대한 검은 구름용을 '길들이기'로 테이밍 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ㅡ ■ 같은 놈들... 나랑 현성씨 이야기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잖아?
정희원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지옥염화로 힘껏 사방을 불사르는 중이였다.
한수영이 그 꼴을 죽 둘러보다가 지쳐서 말했다.
"야, 야, 이러다가는 끝도없다 끝도없어!"
눈앞의 학살에 잠시 미쳐버린 유중혁을 제외한 일행들이 그녀를 돌아보고 있었다.
장하영이 방금까지 먼지나게 패고있던 [여독]먼지구름을 던져버리고서 크게 물었다.
ㅡ 그럼 어쩌자고 ㅡ ! 이대로 냅두면 우리 다~ 죽어~~!
이상한 말투를 뱉은 놈이 키득거리는걸 보고서 한수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외쳤다.
"딱 하나만 남겨놔! 결국 이건 사실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된 망상들이니까! 중심이 될 놈 하나만 남겨두자고!"
ㅡ ...?
"거대한 한놈만 남는게 때려잡기도 편한거 알지? 우리엘! 네가 든거 그거 뭐야!"
【이거...? 이건 나랑 독자랑 야하게 러브러브하는 이야기인데...?】
"그래, 그걸로 하자. 좋내."
[야, 한수영. 너 뭐하냐?]
"오징어 하나만 희생하면 되는거잖아. 다들 동의하지?"
[아니...! 잠깐만!]
한수영이 놈을 무시하고서 휙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일행들이 그녀가 이해못할 볼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ㅡ 이걸로 남긴다. 나머지는 역겨우니 빨리 없애라.
[중설]이라는 조그마한 꿈을 건져서 날아온 유중혁이 말했고,
ㅡ 그냥 다 없에! 뭘 이딴것들을 남겨둔다는거야, 아줌마!
[남운지혜]를 한칼에 갈라버리는 이지혜.
ㅡ 다 없에는데에 저도 한표를 행사할게요.
[명오상아]를 회떠버리며 잔인하게 끝장내버린 유상아가,
ㅡ 난 이거요! 얘로 살려요!
ㅡ 난 이거! 무조건 이거야!
각자 [유승독자]와 [길영여독자] 조각들을 챙긴 아이들이 외쳤다.
한수영이 왁 짜증이 올라옴을 참을때,
어느세 다가온 놈이 입을 열었다.
[이게 딱이내. '중수'라. 자 자, 얼른 챙겨가 한수영.]
방사능 패기물을 든 것처럼 최대한 멀어지려 애쓰며 두 손가락으로 위태롭게 [중수]라 적힌 꿈의 파편을 내미는 김독자.
한수영이 끝내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래, 네놈들이 원흉이였어."
[...]
ㅡ ...
"옛날 섹못방 어쩌고 하면서 여기가 오염될때부터 정화해야한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
ㅡ ...
"싸우자! 이 ■같은 놈들아! 으아!"
ㅡ ...크윽!
[우왁! 야! 진짜로 던지면 어떻...! 으아악!]
한수영이 유중혁과 김독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멸망이 끝난 이후에도 그들은 무수한 꿈들의 야스가득한 망상과는 달리 매일매일 치고박으며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